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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중국의 중재로 외교 관계 정상화
사우디아라비아 / 이란 EMERICs - - 2023/03/17
☐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중국의 중재로 외교 관계 정상화에 합의
◦ 사우디-이란, 중국의 중재로 외교 관계 복원하기로 합의
- 3월 10일 무스아드 빈 무함마드 알아이반(Musaad bin Muhammad al-Aiban) 사우디 국가안보보좌관과 알리 샴카니(Ali Shamkhani) 이란 최고국가안보위원회 위원장이 양국 외교 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합의했다. 양국은 두 달 내로 상대국에 대사관을 재개관하고 테러리즘, 마약 밀수, 돈세탁에 공동으로 대응하기로 한 22년 전 협정도 다시 시행하기로 했다. 무역 및 기술 협력도 재개될 예정이다.
- 사우디와 이란 관계는 지난 2016년 사우디 정부가 반정부 성향의 사우디 시아파 성직자 님르 알 님르(Nimr al-Nimr)의 사형을 집행하면서 악화되었다. 알 님르 사행 집행 이후 이란 시위대가 테헤란 주재 사우디 대사관을 공격하면서 사우디는 대사관을 폐쇄하고 이란과 외교 관계를 단절했다. 이후 이라크와 오만이 외교 관계 복원을 위해 다섯 차례 이상 양국 간 협상을 중재한 바 있다.
- 중국의 중재로 이루어진 이번 합의는 베이징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장이 참석한 가운데 이루어졌으며, 중국은 공동 선언문에도 참여했다. 샴카니 위원장은 중국이 두 달 내로 이번 합의가 이행될 것을 보장했다고 밝혔다.
◦ 사우디와 이란 모두와 경제적으로 긴밀한 중국, 중동 지역의 안정 추구
- 중국이 중동 지역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이번 합의를 중재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캇타르 아부 디압(Khattar Abou Diab) 파리대학교 정치학과 강사는 중동 지역에 경제적으로 큰 관심을 갖는 중국은 경제적 기회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중동 지역의 안정화를 지향한다고 분석했다. 원유 수요량의 40%를 중동에서 수입하고 걸프해, 홍해, 동아프리카에서 해양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중국에 있어 중동 안정은 자국 이익과 직결된다.
-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중동북아프리카 담당 선임연구원인 사남 바킬(Sanam Vakil) 또한 중국이 정치적, 경제적으로 중요한 두 국가의 관계를 정상화함으로써 양국 모두와 경제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고자 한다고 보았다.
☐ 중국의 중재로 이루어진 사우디-이란 관계 정상화, 미국에 외교적 도전 제기한다는 분석
◦ 사우디와 이란 모두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한 중국의 대중동 외교의 결실이라는 평가
- 중동은 전통적으로 미국이 주도적 영향력을 행사해오던 지역이었다. 그러나 지난 2022년 12월 시진핑 중국 주석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걸프협력회의(GCC) 정상회담에 참석하고, 지난 2월에는 에브라힘 라이시(Ebrahim Raisi) 이란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는 등 중국은 사우디와 걸프 국가 및 이란 모두와 협력 관계를 발전시켜왔다.
- 이러한 점에서 이번 합의는 사우디와 이란의 오랜 갈등을 봉합할 정도로 중국의 영향력이 강해졌다는 점을 시사한다. 후세인 이비쉬(Hussein Ibish) 아랍걸프연구소 연구원은 걸프 지역에서 이번 합의로 중국이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행위자로 부상했다는 점이 드러났으며, 이는 미국에게 반가운 소식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 중동 내에서 확대된 중국의 영향력, 미국에는 도전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 제기
- 미중 갈등이 고조되고 이란과 미국의 긴장이 다시 고조되는 가운데 사우디가 중국의 중재로 이란과 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한 것은 사우디가 미국에 보내는 메시지라는 분석도 있다. 제프리 펠트만(Jeffrey Feltman) 전 미 국무부 중동담당 차관보는 이번 합의가 중동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크게 강화되었음을 보여주며, 바이든 행정부의 ‘뺨을 때린 것’과 같은 의미가 있다고 보았다.
- 트리타 파르시(Trita Parsi) 퀸시연구소 부소장은 중동 내 세력 관계에서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편을 일방적으로 들어온 미국이 중동 역내 행위자 사이에서 신뢰할 수 없는 국가로 인식된 것과 달리 어느 한 편을 들지 않은 중국이 중재자로서 입지를 굳힐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 시나 투시(Sina Toossi) 미국 워싱턴의 국제정책연구소 비상임 연구원은 이번 합의가 미국이 초강대국으로서 군림하던 국제 질서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징조일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과거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사우디에 중국이라는 새로운 대안이 나타난 것이다.
☐ 사우디-이란 관계 정상화, 중동 정세에 큰 영향 미칠 것으로 전망
◦ 사우디와 친이란 진영 사이 갈등 구도가 완화될 수 있다는 분석 제기
- 사우디와 이란의 대립은 중동 정세 불안정을 초래한 요인이다. 한 예로 이란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후티 반군을 통제하기 위한 사우디군의 개입은 예멘 내전을 장기화시켰다. 이러한 점에서 사우디와 이란의 외교 관계 복원이 중동 정세 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 파르시 부소장은 이번 합의가 중동 내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성장했음을 보여주지만, 합의가 중동 정세 안정으로 이어지면 미국에게도 이익이 되는 결과라고 분석했다. 카롤린 로스(Caroline Rose) 뉴라인스 전략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또한 중동 정세 안정이 중동에 대한 개입을 줄이려는 미국의 정책 방향과도 부합하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 그러나 관계 복원이 중동 정세 안정과 갈등 종식으로 이어질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후티 반군과 레바논 헤즈볼라(Hezbollah), 이라크의 친이란 무장조직 등에 대한 이란의 지원이 당장 중단될 것으로는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란 외교관 출신으로 영국에서 정치 분석가로 활동하고 있는 메흐르다드 콘사리(Mehrdad Khonsari)는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이란과 사우디 관계 악화를 초래했던 요인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 한편 시리아 반정부 세력을 지원하던 사우디가 이란과 관계를 복원한 것이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Bashar al-Assad) 정권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란과의 대립이 완화된다면 사우디도 알아사드 정권과 대립할 이유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미 아랍에미리트(UAE)가 알아사드 정권과의 관계 회복에 나선 상황에서 알아사드 정권에 대한 사우디의 입장 변화는 다른 아랍 국가도 알아사드 정권과 관계를 회복하려는 움직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
◦ 사우디-이란 관계 정상화, 이스라엘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
- 반면 사우디가 이란과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이 사우디와의 국교를 맺어 반(反)이란 동맹을 강화하고자 한 이스라엘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스라엘 싱크탱크인 국가안보연구소의 요엘 구잔스키(Yoel Guzansky) 연구원은 반이란 진영을 구축하려는 이스라엘의 전략이 큰 타격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 이스라엘 야권 지도자인 야이르 라피드(Yair Lapid) 전 총리는 베냐민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 이스라엘 총리의 외교 정책이 실패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라피드 전 총리는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현 정부가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강경한 우파 성향을 띄면서 미국과 갈등을 빚고 외교 문제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이란 견제라는 목표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 감수 : 김은비 국방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Al-Jazeera, Analysis: Iran eases its regional isolation with Saudi deal, 2023. 03. 14.
Reuters, Analysis: China role in Saudi, Iran deal a tricky test for U.S., 2023. 03. 12.
The Business Standard, Saudi deal with Iran worries Israel, shakes up Middle East, 2023. 03. 12.
Al-Jazeera, ‘Changing global order’: China’s hand in the Iran-Saudi deal, 2023. 03. 11.
Business Insider, Saudi Arabia making peace with Iran in a deal brokered by China is a 'middle finger to Biden', 2023. 03. 11.
CNN, Iran and Saudi Arabia signal the start of a new era, with China front and center, 2023. 03. 11.
Al-Jazeera, Iran and Saudi Arabia agree to restore relations, 2023. 03. 10.
Al-Monitor, Israeli leaders trade accusations over Saudi-Iran rapprochement via China, 2023. 03. 10.
CNN, Archrivals Iran and Saudi Arabia agree to end years of hostilities in deal mediated by China, 2023. 0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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