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 국수 식
류윤
작년에 왔던 허름한 행색으로도
불시 검문 걸리지않고
순순히 넘어가주는 가락국수
구면으로 데면데면 마주 앉아도
콧등치기의
외가닥 길까지도 걷고 걸어
갈등이고 오해고 나발이고
실실이 올올이 쉽사리 풀어지는
살붙이같은 살가운
당기는 음식
손등 툽툽한 아낙이
설설 끓는 양은솥을 열고
보시하듯
한 양푼 그득하게 담아낸
사방팔방
제 갈길 제 알아 가는
리드미컬한 길들을 달래어
곱게 이끌어서는
급한 시장끼의 고개를 넘는다
꼬부랑 글씨 몰라도
사는데 아무 지장없는
비천한 입으로 입으로 전해온
서러운 가락 , 국수.
빳빳한 배춧잎도 아닌
구겨진 흑싸리 껍데기몇 잎에
허덕허덕 살아낸
기구한 사연까지도
후후~ 불어서는
에헤라 ~ 듸야~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같은 접시에 덜어서는
입김 시린 슬픔으로 식혀
미련없이 밤 하늘로 띄워 보내버려
둠벙 섬벙 썰어넌 땡초는
한켠으로 밀어내며
뭔 국수가 이리 매워
혼잣말로나 시부렁 니부렁
소매치기로 쓰윽 ~지우는
눈물의 핑계꺼리로나 감추고
벌건국물까지도 한방울 남김없이
공복을 싹 비워버려
인생 뭐 별거 있다드냐
씹어 맛나는 노가리도 아닌데
자칫 씹다보면 인생 도매금으로 헐해져
일단 목구멍 포도청으로 후루룩 넘겨버리면
조금 억울해도
세상사 아주 속 편하고 단순해져
짜들어 국수 먹고는 쉬 배가 꺼져
문지방도 못 넘는다는 속설의,
돌아서면 이내 찾아들
헛헛한 속 사정까지도 떨이로 넘겨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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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자작시┃
가락 국수 식
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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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7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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