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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 성 암 (일파만파) 스크랩 명일동 성가정 노인종합복지관에서 공부하세
황종원 추천 0 조회 12 12.06.22 09:39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명일동 이사를 와서 한 단지에 사는 세째 처형 얼굴 보기 하늘의 별따기다.

월요일에 잠깐 얼굴 볼까.

그럴 밖에. 날마다 근처 복지관에 가서 교육을 받는다.

" 이번에 수강생 모집을 하니 배워 봐요. 회비는 6개월에 단돈 3만 원이다가 5과목을 들을 수 있으니까요."

처형 덕분에 공부하게 됐다.

정말 배우고 싶은 게 있다. 음치라서 노래는 음정 박자 놓치고 만질 줄 아는 악기 하나 없는 나다.

책상 설합에 있는 하모니카를 써 먹을 일을 배우고 싶던 차다.

 

 20일.

이날 오면 교육 수강 신청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단다.

노인들 몇 명 쯤 왔겠지.

 

 명일동 성당이 바로 사회 교육을 맡고 있으니 내가 성당갈 일이 생겼구나.

성당 안으로 들어가니 이미 강당은 사람들로 꽉 찼다.

식당 안에 들어 가니

내가 맨 마지막으로 들어 갔다.

 노인들이 경로당에 화투 치고 장기를 둔다고 생각했으면 참으로 착각이다.

여자 노인들 열 명이면 남자들은 두어 명 정도.

배움에 있어서도 여자들이 더 열심이다.

 

 교육 신청을 한다고 다 자기가 받고 싶은 것을 신청하는 것이 아니다.

우선 순위가 있단다.

첫째 먼저 과목을 신청할 수 있는 우선건을 가질 수 있는 뽑기에서 앞번호를 타야만 자기가 원하는 과목을 신청할 수 있다.

둘째 기존 회원 보다 신입 회원에게 우선권이 있다.

세째 여자 회원 보다 남자 회원에게 우선권이 있다.

신입과 남자가 귀한 대접을 받는다.

바로 내가 해당이 된다.

 

이날 뽑기를 했다. 600명 중에 나는 574 번을 뽑았다.

 

 

늘 뽑기에는 나 이 모양이다.

내가 원하는 하모니카 반에 들어가는 일이 가능할지.

 

자신이 뽑은 번호를 등록하여야 한다.

 

 21일 오후에 다시 온다.

여기 성당의 소강당이다.

안내자가 몇 번 까지 신청하세요.

지금 무슨 과목은 다 마감입니다.

그러나 남자와 신입은 남은 과목이 있으니 끝번에 가까운 나도 가능성은 있을 지.

 

 

 

남자에다가 신입이라서 나는 내가 듣고 싶은 과목을 청해서 다 된다.

컴퓨터는 고급반이 있으나 다른 시간과 겹쳐서 신청을 못한다.

 

 

 

 

 

 

학창 시절에 남들은 제법 당구알을 굴렸으나 나는 한 번도 당구를 쳐 본 일이 없다.

이 나이에 한 번 당구나 한 번 쳐보는 일도 어떨까.

일본어 중국어도 공부를 한 지 아주 오래되었으나 나는 늘 초보이니

다시 초보를 신청한다.

영어 팝송 하나 제대로 아는 게 뭐 있나 영어 팝송을 배워 보자.

악기 하나 못 다루니 하모니카 좀 해 보자.

이왕이면 키타도 배우고 싶다.

그러나 키타를 장만해야 하고 기분 따라 아무데서나 꺼내 하기 힘들겠다.

하모니카로 나는 오빠 생각이나 짠자라를 부르고 싶다.

6개월 배우면 뭔가 부를 수 있겠지.

 

 

 

 신청을 하고 성당을 나선다.

그런데

처형도 과목을 신청 했을 텐데.

얼굴도 안 보이네.

뭐야, 여기 선배가 전화 한 번 없고.

오늘 여기 온다 하고서는....

삼익 아파트 옆을 지나 우리 동네로 간다.

집에 가니

아내가 버럭

나중에 온 처형도 더 버럭

" 전화를 열 통화나 걸었는데 받지 않고 뭐에요?"

내 휴대폰에는 단 한 통의 전화 번호도 찍히지 않았다.

" 그 전화기 버리고 말아요."

그나 저나 동생의 남편을 재미있게 해주려는 처형이 고맙다.

생각하니 한 동네 사시던 어머니께서 생전에 이런 교육 장소를 모르셨다.

그림 드리시고 악기를 다루고 싶어 하시던 어머니가 진즉 아셨으면 얼마나 기뻐 하셨으리.

어머니가 못 하신 교육을 어머니 따라 늙어 가는 아들이 받으러 갈 날이 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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