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서북부 터키, 아제르바이진, 아르메니아 접경지대 관야에 교회가 있다.
4세기 아르메니아 오아국이 검정 화성암으로 지어 '카라 켈리사(검은 교회)'라고 부를ㄴ다.
여러 차례 국경선이 바뀐 끝에 이슬람 국가 이란에 섬처럼 남은 기독교 성지다.
돔 천장으로 햇빛이 서광처럼 드는 제단에 성모화가 걸려 있다.
머릿수건이 여느 성모상과 다르다.
긴 자락으로 목을 휘감아 머리카락을 감췄다.
히잡이다.
이란은 기독교 유족을 보존하면서도 성모에게 히잡 씌우는 건 빼놓지 않았다.
히잡은 이슬람 율법에 따른 여자 옷차림에서 기본이다.
비교적 자유롭다는 이란도 히잡만은 꼭 쓰게 한다.
3년 전 가 보니 온 몸을 덮는 검정 차도르보다 히잡만 스카프처럼 두른 여인이 많았다.
분홍.진홍.노랑에 꽃무늬 요란한 게 멋 부리는 패션 소품에 가깝다.
중부 고도 이스파한에선 실크로드 隊商 숙소를 고친 최고급 아바시호텔에 갔다.
안뜰 노천카페에 웃음과 여유가 넘쳤다.
가장자리 긴 의자에 일렬로 앉은 두 쌍만 말이 없었다.
두 남자는 반팔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었다.
여자들은 눈만 내놓고 온몸에 검정 못을 뒤집어썼다.
사우디 장옷 아비야와 두건 니캅이다.
남자는 여행 와 거추장스러운 옷을 벗어 단졌는데 여자는 옷에 갇힌 채 미동도 않는다.
사우디와 카타르는 종교 경찰이 율법에 어긋난 차림을 단속한다.
외국인이 여자 사진을 찍는 것도 금기다.
터키와 튀니지는 진작에 히잡 쓰기 강제를 풀었다.
이슬람 국가는 대부분 외국인도 히잡 쓰기를 원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중동을 돌면서 가장 까다롭다는 사우디에서도 평상복 차림이었다.
두 나라가 외교 관례에 따라 양해했다고 한다.
대통령은 대신 조심스럽게 무채색 옷을 입었다.
팔다리를 많이 드러내는 옷도 삼갔다.
그러자 엊그제 아랍에미리트에선 히잡 비슷한 사알리를 둘렀다.
맨발로 이슬람 사원에 들어갔다.
그 나라 국민이 받드는 곳에 경의를 표하는 것이라고 했다.
카타르 도하 중심가 해변에 알코시니공원이 있다.
몇 년 전 40도 넘는 땡볕 해안길 따라 여인이 조깅을 하고 있었다.
온통 검정 옷으로 감싼 채였다.
여자의 마음은 어디나 다르지 않구나 싶었다.
히잡을 여성에 대한 억압이라고들 한다.
반면 터키가 공공장소 히잡을 금한 뒤로 여자들의 반대 시위가 끊이지 않는다.
무엇이든 빛과 그늘이 있게 마련이다.
다만 강요가 아니라 선택이어야 한다는 게 중요하겠다.
여성 대통령에게 히잡은 미묘한 사안일 수 있다.
그래도 한 차례 샤일라를 쓴 것은 예의이자 실리 외교로 여길 만하다.
오태진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