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학교 행복한 교실을 위한 기행연수에 작은 도움이 될까하여 주변의 문화 유적과 잡기를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적답사기 1·2권」에서 관련 부분을 발취하는 형식으로 나열하였다.
여행하니 생각나는 이야기 하나가 있다. 멕시코 여행을 하고 돌아온 친구의 여행담이다. 성공회 신자로서 멕시코에 갔으니 성공회 대성당을 들러보기로 하였다. 성당 입구에는 당나귀에 사람을 태워주고 돈벌이를 하는 직업이 있다. 그는 오늘 도착했기에 시차를 몰랐다. 자기 시계를 이곳 시간으로 수정하려고 당나귀 그늘에서 잠자고 있는 사람을 깨워 현재 시각을 물었다. 그는 무표정함으로 당나귀 고환을 쳐들어 보고는 지금이 몇 시 몇 분이라고 알려주었다.
그때 자기 시계도 멕시코 시간에 맞추었다. 성당을 돌아보고 나오면서 당나귀 고환을 만져보고 어떻게 시간을 알 수 있나하는 의문으로, 시각을 물었던 그 당나귀 사람에게 또다시 현재시각을 물으니 처음처럼 무표정함으로 당나귀 고환을 들어보더니 몇 시 몇 분이라는 것이다. 자기 시계를 보니 정확하였다. 당나귀 고환과 시간과 어떤 관계가 있냐고 물으니 신경질 적으로, 따뜻한 날씨에 축 쳐진 당나귀 고환 때문에 대성당에 걸린 시계가 보이지 않아서...... 그 친구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이에게 돈을 주니 받지 않더라는 것이었다.
우리가 이번 연수에서 들리고자 하는 곳은 부안의 변산 반도와 고창의 선운사 주변이다. 부안하면 반계 유형원이 낙향하여 쓴 「반계 수록」,신석정, 내소사와 개암사, 우동리 분청사기, 동백꽃과 호랑가시나무, 꽝꽝나무의 신록이 있다. 주변에 고창 선운사, 돌장승이 있다.
부안 서문안 당산의 돌장승과 솟대(孫晋泰 의「장승考」에 의하면 청동기 시대 원시 신앙의 조형물/장승 : 마을 수호신, 이정표, 경계표시 몫/솟대 : 성역의 상징, 마한시대 蘇塗-죄지은 자가 있어도 이곳에 들어가면 잡지 못한다.
2000년 이상의 전통으로 무서운 전승력을 가진 민속 계승), 낙조(변산 해수욕장의 천연 모래사장, 격포의 채석강과 적벽강)를 자연이 주는 소나무 숲 사이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천연기념물인 후박나무, 꽝꽝나무, 호랑가시나무 군락지 (천연기념물122, 123, 124호)이다. 이 나무들은 난대성 늘 푸른 나무이다.
이 고장 시인 '박형진'의 시 한편「사랑」-「풀 여치 한 마리 길을 가는데/ 내 옷에 앉아 함께 간다./...../ 풀 여치 앉은 나는 풀 한포기 풀잎/ 내가 풀잎이라고 생각할 때/ 그도 온전한 한 마리 풀 여치/하늘은 맑고/ 들은 햇살로 물결치는 속 바람속/ 나는 나를 잊고 한없이 걸었다./ ......」
來蘇寺(다시태어나 찾아온다)의 일주문은 약간 감춘 방향으로 세워졌다는데......, 600m의 전나무 숲길을 걸으며 자연의 넉넉함을 느낄 수 있다. 伽山(그곳에 이르기 어렵다) 밑에 팔짝 지붕의 대웅보전, 峯萊樓, 석탑, 月明庵에 얽힌浮雪선사 일화, 대웅보전의 꽃창살, 300년된 보리수나무, 풍경소리, 海眼凡夫之碑(해안 스님이 공부할 때 스승 학명으로부터 '銀山鐵壁을 뚫어라'는 화두를 받고 '철벽은 뚫을 수 없으니 날아서 넘는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함) 비석 뒷면에 生死於是 是無生死(생사가 여기 있는데 여기엔 생사가 없다)
내소사에서 곰소 쪽으로 가다가 우동리는 磻溪 柳馨遠선생(1622~73)이 經世濟民(학문이 곧 民에 대한 사랑과 현실에 뿌리를 둠)정책을 제시한「반계수록」을 쓴 유적지가 있다.
天下之理 非物不物 聖人之道 非事不行(천하의 이치도 사물이 아니면 붙들지 아니하고, 성인의 도라도 섬기지 않으면 행해지지 않는다.)
선생의 실천적 사고, 민에 대한 사랑, 투철한 현실인식은 실학의 뿌리였다. 柳川里 도요지의 분청자기에서 無心과 無技巧의 경지를 보여준 질박한 아름다움과 서민의 몸 내음이 나는 건강미를 느낄 수 있다. 곰소를 지나 유천리 언덕 넘어 開岩寺 들어가는 길에 호수에서 물이 주는 청량감, 울금바위를 배경으로 한 사찰의 넉넉함......
고창의 도솔산 들어가는 초입에 '未堂 서정주'의 육필 원고 시비를 만난다. 500년 수령의 동백 숲(천연기념물 제184호, 4월말 꽃의 절정, 꽃이 질 때는 싱싱한 송이 째 뚝 떨어져......)에 들려 쓴「선운사 동구」-「선운사 골짜기로/ 선운사 동백꽃을/보러갔더니/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고/막걸리집 여자의/육자배기 가락에/작년 곳만 상기도 남었습니다/그것도 목이 쉬어 남었습니다」
上甲里 500여기의 고인돌 떼무덤에서 2500여년전 삼한시대 진국의 유물과 1880년에 지어진 호남토호의 위용을 자랑하는 仁村 김성수 선생의 생가, 해발335m의 도솔산 낙조대에서 칠산 앞바다와 줄포만, 위도의 장관이 펼쳐지는 노을, 영광굴비로 알려진 조기를 잡는 배, 곰소의 염전, 선운사 창건설화, 칠송대 40m가 넘는 깎아지는 암벽에 새긴 암각여래상(지방호족의 자화상 이미지)과 그 배꼽의 비밀...
매표소 오른쪽 전나무 숲 속 부도 밭에 까만 대리석으로 된 白坡(1767~1861)선사의 비가 있다. 華嚴宗主 白坡律師 大機用之碑' 이 비문은 추사 김정희가 썼다. 울림이 강하고 변화가 많은 송곳으로 강판을 꿇는 힘으로 쓴 해서체 필치를 만날 수 있다. 마음이 청정한「佛」을 大機, 마음의 광명「法」을 大用이라하고, 그 청청과 광명이 함께 베풀어 짐 「道」를 機用薺施라 대기대용이 베풀어지면 세상의 실상과 허상이 드러남과 감추어짐이 함께 작용하는 殺活自在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
白坡와 草衣(1786~1866)의 禪논쟁을 하는데 秋史까지 끼어들어 백파와 논쟁을 벌였다. 백파가 먼저 세상을 떠나자 추사가 이 비문을 써주었다고 한다. 비문 뒷면에
「가난하기는 송곳 꽂을 자리도 없었으나/ 기상은 수미산을 덮을만하도다/ 어버이 모시기를 부처님 모시듯 하였으니/ 그 가풍은 정말로 진실 하도다/ 속세의 이름은 긍선이나/ 그 나머지야 말해 무엇 하리오」
선운사에 있는 보물 금동보살좌상과 금동지장보살(보물279,280호-사대부족 학자풍으로 똑똑하게 생겼음) 그리고 靜窩(조용하고 작은집이란 뜻)라는 현판(지금은 大房에 걸려있음)이 있다.
필자는 KBS, 이계진. 이익선이 진행하는 '라디오로 여는 세상' 토크 프로에 2003년 첫 번째 출연을 하였다. 방송주제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였다. 노래는 모른다 해도 노랫말이 너무도 아름다워 여기에 옮겨본다.
『강물 같은 노래를 품고 사는 사람은/ 알게 되지 음 알게 되지 /내내 어두웠던 산들이 저녁이 되면/ 왜 강으로 스미어 꿈을 꾸다/ 밤이 깊을수록 말없이 서로를 쓰다듬으며/ 부둥켜안은 채 느긋하게 정들어 가는지를/ 지독한 외로움에 쩔쩔매본 사람은/ 알게 되지 음 알게 되지/ 그 슬픔에 굴하지 않고 비켜서지 않으며/ 어느 결에 반짝이는 꽃눈을 닫고/ 우렁우렁 잎들을 키우는 사랑이야말로/ 짙푸른 숲이 되고 산이 되어 메아리로 남는다는 것을/ 누가 뭐래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이모든 외로움 이겨낸 바로 그 사람/ 누가 뭐래도 그대는 꽃보다 아름다워/ 노래의 온길 품고 사는/ 바로 그대 바로 당신 바로 우린 우린 참사랑』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것은 바로 숲이 되고 산이 되어 따뜻한 사랑을 품어 메아리로 돌려주는 범 인류애 적 울림의 실천이 아닐까? 나에게는 세상을 향하여 별로 한일이 없는데 너무나 무거운 주제의 출연이었다. 오히려 채찍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번 방학에도 숲에서 넉넉함을 배우고자 한다. 건강하고 보람된 2003 여름 땡볕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