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째 라바능선에서 카랑카계곡으로 이어지는 코스는 안개길이다. 우의를 입어야 한다. 용암이 흘러내려 굳어진 라바지대라 가파른 바위벽 사이를 짚고 가기도 한다. 북한산 바위길을 가 본 경험으로 별로 위험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고도 3,000m대의 킬리만자로에서만 자생한다는 시네시아군락은 안개가 걷힌다면 얼마나 장관일까 상상해본다.
저 높은 고도에 핀 꽃.
카랑카캠프를 지나 바라푸캠프까지 가는 길은 약간 경사진 오르막길이다. 지루하다 싶게 이어져있다. 총 7시간을 걸었다. 아침에 두통제를 먹고 출발해서인지 그렇게 쳐지지 않고 걸었지만 심한 울렁증으로 캠프에 도착하자마자 토했다.
4일째, 최정상 캠프 텐트에서 바라본 킬리만자로 정상이다. 조망위치는 끝내줬다. 손에 잡힐 듯이, 눈이 부시다. 저녁으로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과연 오밤중에 정상은 출발이라도 할 수 있을 것인가? 춥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핫패치도 붙이고, 내의도 입었다. 23:30분, 비스켓과 따뜻한 차 한잔을 들도록 한다. 잠을 자기는 했었는지 모르겠다. 비스켓 반 조각과 따뜻한 물 한잔을 마시고 출발했다. 헤드랜턴을 켜고 아루샤가 앞서고 동생, 나, 그리고 보조가이드가 뒤섰다. 긴 한 숨에 한 발을 옮기고, 가다 졸려 스틱에 몸을 기댄다.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은지 아루샤가 동료와 무슨 말인가 한다. 생생한 동생을 데리고 먼저 갈테니 난 보조가이드에게 갈 수 있는 곳까지 가다가 돌아가도록 얘기한 모양이다. 뒤쳐저 걷는다. 따라오던 이들을 앞서 보낸다. 양쪽 관자놀이에서 방아를 찧는다. 메스꺼움보다는 머리가 터질 것 같다. 졸린다. 간혹 혼미한 상태로 헛소리도 한다는데...그러면서도 정신차려야 한다는 주문을 외며 멀리 밝아오는 동쪽으로 눈을 들어본다.
나를 끝까지 이끌고 온 ‘제랄’은 그의 물까지 내게 내어줬다.
1912년에 빙하가 측정된 이래 현재 80%이상이 녹았단다. 2020년에는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지만 현재 속도로는 더 빨라질 수도 있다는데, 그 원인 중 하나로 산 아래 숲이 사라지고 있어 공기중 습도가 낮아짐으로 해서 증발량이 줄게 되고, 그로 인해 강수량은 줄어들고 태양빛이 얼음에 더 많이 통과될 뿐 아니라 햇살이 얼음에 곧바로 쪼이기 때문이란다. 남은 20%의 장관이 저 정도라면 태초의 모습은 감히 상상할 수도 없었다.
내려오는 길은 직선으로 하강한다. 푸석푸석한 화산 돌가루길을 푹푹 빠지면서 미끄럼타듯 내려온다. 8시간 넘게 올랐던 길을 3시간 걸려 내려왔다. 다리에 힘이 빠진다. 올라갈 때 내내 약간의 두통외엔 큰 고산증을 보이지 않던 동생도 5,000m를 넘어서면서 메스꺼움과 두통으로 힘들었단다. 언니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결국 급하게 내려오는 길엔 둘 다 구토증으로 모든 걸 토해냈다.
잠깐의 휴식을 취한 후 점심을 굶은 채 음웨카캠프을 향해 출발했다. 다시 습지대를 지난다. 아기자기한 산책로다. 습지라서 길은 질척이지만 상쾌한 기분으로 걷는다. 고도가 낮아지면서 여태껏 시달렸던 증상들이 사라진다. 음웨카캠프도 짙은 안개에 쌓여있다. 이 질척이는 땅 위에서 또 하룻밤을 보내야한다. 증상이 사라지면서 입맛도 되살아난다. 닭고기스튜가 정말 맛있다. 고기를 어떻게 여기까지 가져왔을까? 이곳에서 구했을 리는 만무하고....오늘은 총 16시간30분을 걸었지만 고산증세를 벗어나서인지 피곤하단 느낌이 없다.
새까만 손가락을 남기자고 했다.(실지론 씻어도 엄청 더러웠는데 화면으론 그래도 괜찮네.) 물은 저 정도로 아침 저녁으로 둘이 씻으라고 준다. 이도 닦지 않았으며 비누세수도 생각지도 않았다. 환경보호를 위해 금지사항으로 아는데 녀석들은 이도 닦더만...어떤 팀은 비누칠도 하고...치실과 가글을 사용하였으며, 물티슈를 사용하여 얼굴을 닦고 손을 닦았다.
함께 한 팀원들과 한 컷. 음웨카게이트로 내려오는 길은 다시 열대우림지대다. 이끼를 뒤집어 쓴 나무들. 이상한 동물의 울음소리는 원숭이소리란다.
입구에서 하산신고를 하고 등정증을 받았다. 해냈다는 짜릿한 기분.
게이트를 벗어나 마중 나올 차를 타기 위해 마을을 지났다. 바나나농장을 하며 살아가는 마을사람들은 순수하단 느낌이 든다. 아이들이 다가와 먹을 것을 찾는다. 사탕이 있었는데 큰 배낭에 넣어버려 아무것도 줄 것이 없어 안타깝다. 점심먹거리는 항상 많았었기에 두 개중 하나를 내어준다. 여러 명이 달려드는데 함께 나눠먹으라며 건넨다. 신발도 신지 않은 해맑은 아이들은 그리 멀지 않은 지난 날 우리의 모습과 꼭 닮았지 싶어진다.
킬리만자로는 이렇게 생각지도 않게 내 생애 한 점을 찍고 사라졌다. 달리다 보니 어느 날 마라톤 완주의 순간을 경험했듯이, 산을 찾다 보니 또 이런 순간도 경험하게 되는구나 싶어진다. 모두가 찾아 나서는 킬리만자로의 표범처럼 허상을 찾아 가는 길에 살아 숨쉬는 자연의 위대함과 진실을 느끼며, 결코 추구하려 들볶으며 쫒을 필요 없이 거스름없이 물 흐르듯 편한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고 왔다.
|
|
첫댓글 여자 두분..대단합니다.
동생덕에 다녀오게 되었습니다만...내려와서 다음에 여행경비에 용돈까지 준다해도 킬리만자로는 다시는 안가겠다 했더니, 동생은 당연히 또 간다더만요. 지금은...메루산등반을 하고 싶다는 생각...
처음부터 끝까지 차근차근 모두 잘 보았습니다. 뜬구름님과 동생...대장님 이야기처럼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다녀온 동생이 볼 때...안나푸르나는 쉽게 다녀왔었는데..킬리만자로는 역시 신비의 영산이란 말이 맞다고...근력은 동생보다 제가 더 좋은데, 고산적응은 동생은 잘 하더만요. 더 젊은 피라 그런가????~~~
참으로 대단하십니다....부러버요....ㅎㅎㅎ
등산전문인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트레킹이더만요. 누구나 가능...걸음만 걸을 수 있다면...고산적응만 되면 누구에게나 No Problem ~!!
두 자매분의 용기와 열정에를 쳐 드리고 싶습니다 ^^ 건강한 모습도 보기 좋구요
동생은 오늘 또 지리산 2박3일 종주에 나섰답니다. 연휴때면(특히 명절) 혼자서 종종 설악산, 지리산을 가곤하지요. 천천히 즐기면서 산행하는 걸 좋아하는 동생이지요. 감사합니다.
계획과 일정도 꼼꼼히 세우시고..두 여성 정말 대단 해요~...박수~~~!!!!!!!뜬구름님, 사진 좀 크게 올려봐요..실감나게...ㅎㅎㅎ
동생이 다 세워서 전 따라만 갔습니다. 이거원...말도 전 벙어리였어요. 이구~~~~사진은 동생이 보내준 건데...편집에서 선명하게만 했는데..사진이 크게 올라가지 않네요. 카메라가 워낙 구형이라...어디가던지 증거로 남기기위한 사진만 찍는다는 사고로 여행다니는 녀석이라서...담에 형아님과 가보셔도 좋으실 듯...60대이상되신 분도 많으시더라구요.
두분 정말 대단하세요...잘 다녀오신걸 환영합니다.
감사합니다. 충분히 가능하지요?
건강한 정신에 건강한 육체, 이글을 보는 순간 왜 그리 감사하게 되는지....얘기로만 듣던 그곳을 댕겨온 소감, 어찌 이곳에 다 풀수 있겠수???.....또 다른곳 댕겨와서 행복한 야그보따리 풀어주삼~~~~
젊은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더만...외국에선 등정증을 입사시에도 유용하게 사용한다더만요. 쉬엄쉬엄 즐기며 산을 오르는 그대에겐 딱 맞는 코스인듯싶소이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차근히 모두 읽었습니다.박수를 보냅니다.
아이들에게 권해주고 싶은데...사파리와 함께 하기 위해선 12월~1월에 가보는 것이 좋겠다 싶었습니다. 아프리카는 이 계절이 나름 겨울, 건기여서 우리나라 선선한 가을정도의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답니다. 감사합니다.
동경의 대상인 킬리만자로......그 이름만으로도 설레는데 이렇게 직접 밟으셨군요. 아프리카 아프리카 아프리카 이름만 뇌어도...신비스러움이 가득할것 같지만 막상 아픔이 많은 곳이지요. 등정 축하드려요.
참새님도 다음에 꼭~~~웃으면서 오르다 보면 고산증도 없을겁니다. 요하네스버그에서인종박물관에 다녀오신 분의 가슴아팠단 야그...원주민의 설움을 누가 알겠어요. 가만보니 흑인들이 엄청 이쁜사람이 많더만요. 방앗간님이랑 꼭 가보셔요.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언제 가보남?ㅎㅎㅎ
금새 가보시게 될 겁니다. 아무것도 없는 저도 다녀왔는데요뭘. 빚내서 갔다면 미쳤다하겠지요? 으흐~~~~
정말 대단하세요~~동생분 참이쁘네요~~ㅎㅎ..그 열정도 부럽고~~ㅎㅎ 내 눈으로 봐야 잊혀질텐데..그리움만 키우겠네요~~ㅎ
이쁘다기보다는 정말 선생다운 선생이지요. 고사리잎 채집하여 아이들 보여주겠다 하고, 꾸준히 노력하는 모습이 자랑스런 동생입니다. 시집을 가지 않아 더 자유로운건가? 편하게 살려고 노력하는...색조화장도 하지 않고, 머리도 여태 그렇게 기르고 다녀요. 크...동생자랑이였슴다. 쉬 가보실 수 있을겁니다. 더 여유있으면 잔지바르를 다녀오고싶었는데...아프리카가 좋은 곳이 많은 듯 하더만요.
아직까지 가 본 산 중에서 2750 미터가 가장 높았으니 고산증세까지는 느껴보지 못한 저이지만, 뜬구름님의 느낌은 충분히 전해져오네요. 건강한 폐를 가진 뜬구름님이 참 부럽습니다. 동행해 준 동생분과 늘 건강하세요. 감사히 잘 보았습니다.
3,500미터정도에서부터 나타나지 않았나 싶습니다. 동생은 내내 약간 머리가 띵한 정도외에는 괜찮다더니..마지막에~~~~뱌그라도 먹고...아스피린도 먹고...다 먹었지요뭐.
두분 대단하고 또 부럽네요 저는 백두대간 중인데 무릎이 자꾸 아파와서 한번참석 두번결석 하고 있는데....
누구나가 하는 소리처럼...우리나라 산천이 최고이지 싶습니다. 이번을 계기로 저도 백두대간종주를 해 보고 싶은 욕심이.....좋은 정보 있으면 함께....감사합니다.
뜬구름님. 멋진 곳 무사히 다녀 오심을 축하 드립니다... 언젠가 뜬구름님 발자취 따라 저도 꼭! 가보렵니다
메루산을 트레킹해보심도 좋을 듯 싶더만요. 잘 계시지요?
아~~ 가고싶다...그런데 고산증세 부터 걱정이네.....좋은 경험 축하드립나다.
쓰러져서 들것(바퀴하나 달린 들것용 리어커같은 것)에 실려 내려오시는 분들이 간혹 있답니다. 산소통은 소지하지 못하도록 돼 있나봐요. 정보가 부족했는데, 요즘 약이 좋은 게 있나봐요. 특별히 걱정은 안하셔도 되지 싶어요.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감사~! 벤쿠버에서 오신 아버님의사는 정상등정에 실패하셨는데, 의사라서 너무 자가진단을 하신 결과인듯 싶더만요. 미리 알았더라면 아마 저도 오르면 안돼는 진단점수였답니다. 벌써 다녀오신 건 혹 아니신지요?
뜬구름님이 닉네임답게 멀리도 날아갔네요. 보통사람은 감히 생각지도 못하는 곳인데 삶을 근원에서 다시 성찰하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검은 대륙에 하얀 구름이라. 흑백의 조화 속에 천지도 잘 어울렸습니다. 겨우 나라 안에서 뱅글뱅글 도는 나로선 대륙을 넘나드는 탐험정신이 부럽기만 합니다.
미안하네. 그대에게 부러움의 대상으로 피력되고싶지는 않네만...젊어서 자넨 많이 댕기지 않았나 싶네. 우리나라안에서 같이 돌아댕겨보세나...
대단하네요!! 그냥 아프리카 투어인줄 알았는데...... 여행 성공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계시지요? 언제라도 맘만 먹으면 떠날 용기를 갖춘 분으로 생각되는데...
동생분과 그 낯선땅을 차근차근 등정하셨다니....정말, 두분용기와 열정이 대단하십니다... 앞으로도 더 좋은정보, 여행소식 자주 들려주시길 바랍니다...
전 열정이 있는것이 아니라 부대뽀랍니다. 진정한 열정은 사랑님에게 넘치실 듯...사랑합니다~!!
대단히셨던 두 자매분들...저는 아무래도 자신이 없어지누만요. 고산증세를 견딜 힘도.. 16시간의 걷는시간보다 씻지 못하는 환경이...ㅠㅠ 수고 많으셨고...일단 대리만족으로나마 만난 킬리만자로의 여표범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등산을 자주 하시는 것 같던데요 뭘...이사하시면 집들이에 저도 초대해주시는거지요? 밝은 모습 뵙고싶습니다.
팀원 중의 두 동양 여성분...정말 자랑스럽습니다.. 미지의 땅에 대한 도전에 성공하셨으니 앞으로 삶의 참 좋은 자양분을 얻으신겁니다.. ^^*
감사합니다. 그렇겠지요? 조금은 세상을 더 높게 바라볼 수 있겠지요?
저는 초등학교 1학년인데 꼭 가고십습니다. 이 사진을 보니 풍경이 아름답습니다.
목표를 갖고 최선을 다한다면 못 이룰게 없을거라 생각합니다. 고등학생쯤 되었을때 도전할 수 있도록 몸도 마음도 튼튼하게 가꾸어가길 바랍니다. 화이팅~!!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