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조>
가마귀 눈비 맞아
박팽년
가마귀 눈비 맞아 희는 듯 검노매라
야광명월(夜光明月)이 밤인들 어두우랴
님 향한 일편단심(一片丹心)이야 변할 줄이 있으랴
♣어구풀이
-가마귀 : 까마귀가
-눈비 : 눈과 비
-희는 듯 : 희어지는가 하더니 곧.
-검노매라 : 검어지는구나.
-야광명월(夜光明月) : 밤에도 빛이 난다는 보석. ‘야광주(夜光珠)’와
‘월명주(月明珠)’ 또는 밤에 빛나는 밝은 달.
-밤인들 : 밤이라고 할지라도.
-님 : 여기서는 ‘단종’을 뜻함.
-일편단심(一片丹心) : 오로지 한 곳으로 향한 마음이야. 임금께 향한
충성심이야. 한 갈래의 정성된 마음이야.
-뱐할 줄이 : 달라질 일이. 달라지는 것이.
♣해설
초장 : 까마귀는 눈비를 맞아 희어지는 듯하다가 이내 곧 검어지는구나
중장 : 어듬을 비추는 저 밝은 달이야 밤이라고 해서 빛을 못 내고 어둡겠느냐?
종장 : 임금(단종)을 향한 한 조각 충성된 마음이 세상이 아무리 한들 변할 리
있겠느냐?
♣감상
이 시조는 어떠한 주위의 압력이나 환경의 변화에도 굽히지 않는 지조를 노래한
것이다. 까마귀가 눈과 비를 맞는 것은 평범한 사실이지만, 눈비가 섞여서 오기 때
문에 눈이 내려 희어지자 말자 다시 비로 인해 곧 녹아 본색이 되어 버리는 시각적
인 변화를 뛰어나게 묘사하고 있다. 여기서 까마귀는 세조를 비유하여 언뜻 보기에는
희는 듯하지만 검은 까마귀에 지나지 않는다고 묘사했고, 야광명월은 어린 단정을 비
유한 것으로 캄캄하고 어두운 불의의 세상에도 언제나 빛난다고 한 것이다.
이 시조는 단종에 대한 복위 사건을 밀고한 김질이 세조의 명을 받고 옥중으로 술
을 가져와 태종의 ‘하여가’를 불러 그의 속마음을 떠보자, 그에 대한 회답으로 자신의
굽힘없는 지조를 이 시조로 읊었다고 한다. 박팽년은 죽을 때까지 세조를 ‘나으리’라고
부르고 또 자기를 ‘신(臣)’이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를 괘씸히 여긴 세조가 관찰
사 때의 장계(狀啓) 뭉치를 꺼내어 보았더니 ‘신(臣)’을 써야 할 곳이 모두 ‘거(巨)“로
씌어져 있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작가소개
박팽년(朴彭年, 1417~1456) : 자는 인수(仁叟), 호는 취금헌(취琴軒), 사육신의
한 사람. 세종 때 등과(登科)하여 훈민정음 창제에 참여하였다. 세조 때에 충청도
관찰사(忠淸道觀察使)에 이어 형조참판(刑曹參判)으로 있으면서 성삼문 등과 함께
단종의 복위를 꾀하다가 발가되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저서로는 「취금헌천자문」
과 시조 2수가 전한다.
첫댓글 님 향한 일편단심
감사합니다
무공 김낙범 선생님
댓글 주심에 고맙습니다.
오늘도 가을정취 만끽하시며
건필하시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