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이론 박사, 귀농으로 실전도 겸비한 전문가
최근 유행하는 무협 소설들과 판타지 게임들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난세의 영웅처럼, 주인공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단계마다 성장을 거듭하며, 다른 캐릭터들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해진다는 것. 김현일 대표도 마치 이 주인공과 같은 인생을 살아왔다. 김 대표는 농업 분야 박사 학위를 취득하며 승승장구하던 연구원에서, 귀농 후 이론과 실전을 두루 겸비한 ‘만렙’ 농부로서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
10년 준비한 귀농, 마침내 현실로
“대학시절 전공은 농화학으로, 2011년 일본 도치기현으로 건너가 박사학위 공부를 했어요. 2014년에는 귀국해 국립농업과학원 발효식품과에서 연구원으로 일했습니다. 연구원으로 일하며 와인 양조 방법을 배웠어요. 그 후, 국립원예특 작과학원의 포도연구소로 이직을 했죠. ‘물질 분석 기술’이 이직에 도움이 됐어 요. 양조용 포도 품종의 향기 성분과 와인의 주 향기성분 등을 연구하며 다수의 학회에 참석해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귀농 이전의 삶을 묻는 질문에 김현일 대표는 거침없이 그간의 행적을 말했 다. 누가 봐도 ‘꽃길’만 걸었던 잘나가는 연구원의 삶이었다. 그런 그가 영광스러 운 경력을 모두 접고 갑자기 귀농을 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절대 갑작스러운 일 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박사 과정을 위해 일본에 갔을 때부터 귀농을 결심했어요. 기간만 보면 10년 이 넘은 거죠. 어렸을 때 홀어머니와 둘이 농촌에서 살았는데요. 지금 농업과 관 련한 직업을 갖고 보니, 어릴 적 어머니와 함께 했던 농사일이 좋은 추억이었다 는 걸 깨달았어요. 그리고 사실 귀농 후 작물 선택이 가장 어려운데, 저는 첫 직 장에서 포도를 접하고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어떻게 포도를 키울 것인지 등 앞으 로의 계획을 미리 다 세워두었거든요. 지금은 그저 그 때 세운 계획대로 진행할 뿐입니다.”
주거지up-친화력up 그리고 레벨up
귀농 선택 후, 가장 시급한 것은 주거 문제였다. 김 대표는 진안군 귀농귀촌 종합지원센터를 방문해 주거 문제를 상담했다. 그리고 당일, 진안군 정천면에 있는 개인 임대주택을 소개받고, 일주일 만에 이사까지 마쳤다. 김 대표의 어머 니는 자식이 귀농을 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귀농 얘기가 나온 지 일 주일 만에 이사까지 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그만큼 김 대표의 추진력은 엄 청났다. 문제는 또 있었다. 정천면에 아는 사람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이웃 주민들과 화합하지 못하고 겉돌 수 있다는 점이 걱정됐다. 이에 김 대표는 정천면 둥구나 무센터에서 커피 자원 봉사를 시작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이웃들과 자연스럽 게 친해질 수 있었다. 귀농인들과 지역주민들이 느끼는 서로의 이질감을 단 번 에 해결했다.
국산포도 ‘청수’에서 희망을 보다
김 대표가 선택한 작물은 포도 중에서도 ‘청수’라는 품종이다. 청수는 1993 년 품종 개발이 완성된 포도다. 처음엔 높은 당도를 가진 맛 좋은 생과용 청포도 로 개발되었으나, 와인용 품종으로 그 우수성이 인정되어 향후 와인용으로 품종 이 변경됐다. 최근에는 국내 화이트 와인을 생산하는 품종으로 각광 받고 있다. “저는 원예특작과학원 포도연구소에서 처음으로 국내 개발 포도 품종인 청수 를 접했어요. 청수로 만든 와인은 수입 와인에 비해 향기가 뛰어났어요. 그래서 직접 경험한 청수 품종의 특성과 청수 와인만이 가진 우수 향기를 극대화할 수 있는 양조 방법 개발에 관심을 갖게 됐지요.”
귀농 후 창업을 꿈꾸는 많은 이에게
김 대표는 귀농 후 창업을 꿈꾸는 많은 사람들에게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저 충분한 노동력이 있으면 가능한 일이 아닌, 창업 전에 농산물 판 매처와 판매전략 등을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등 최소한 개인 기업을 운영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 역시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의 기간을 생각하며 계획을 세우고 있 다. 이를 위해 선택한 작물의 생육주기와 이에 따른 수입구조 등 세밀한 부분까 지 주의 깊게 살피고 있다. “어린 시절 부모님 세대는 ‘할 일이 없으면 농사나 짓지’라는 말을 하곤 했는 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에요. 근래의 농사는 공부를 함께 해야 합니다. 저는 농사 가 단순히 작물을 생산하는 일이 아니라 많은 노력이 필요한 하나의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귀농 후 창업 활성화를 위한 조언도 서슴지 않았다. 귀농을 한 많은 사람들은 실질적인 수입이 발생하기까지 첫 2~3년이 가장 고비다. 그런데 이 기간 동안 4대 보험이 가능한 직장을 구할 수가 없다. 각종 정책자금은 영농기반을 마련한 농업인이 중심이 되기 때문에 이 기간을 버티지 못하고 귀농을 포기하는 사람들 이 발생한다. “귀농 후 수입이 부족한 2~3년 동안에 경제적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놓는 것이 중요해요. 그래야 귀농 초기에도 어려움 없이 생활할 수 있거 든요. 그래야 마음 편히 농사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정책적인 지원 또한 확대되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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