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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도로프(실제 발음은 표도로프) 반란', '드론 반란'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스비리덴코 총리 정부의 교체가 결정된 16일 하루를 정리하는 기획기사에서 '새 내각과 페도로프의 반란'(Новый Кабмин и бунт Федорова)이라는 코너를 통해 퇴진한 세르게이(세르히) 페도로프(페도로우) 국방장관의 항명성 기자회견 소식을 전하면서 "본질적으로 군통수권자(대통령)에 대한 반란이지만, 군을 동원한 반란이 아니라 정치적인 반란"이라며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다"고 썼다.
이튿날(17일)에는 스비리덴코 총리 경질→정부 총사퇴→새 총리 지명→새 정부 출범 과정에서 불거진 젤렌스키 대통령과 페도로프 전 국방장관 간의 충돌 과정을 심층 분석하면서 '드론 반란'(Восстание дронов)이란 제목을 달았다. 전체 제목은 '드론 반란: 페도로프 (국방장관)는 왜 젤렌스키의 (인사) 결정에 공개적으로 반대했을까? 그 결과는' (Восстание дронов. Почему Федоров открыто выступил против решения Зеленского и какие будут последствия)이다.
Восстание란 단어는 러시아 역사에서 1825년 12월 제정러시아에서 개혁적인 청년 장교들이 농노제 폐지와 입헌 정치 실현 등을 요구하며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일으킨 무장 봉기인 '데카브리스트(12월)의 난(亂)'을 표현할 때 쓰인 단어다. 전쟁 중에 '드론 혁신'을 주도한 젊은 페도로프(35세)가 전시 체제에서 절대적인 대통령 권위에 정면으로 도전한 '(쿠데타적인) 사건'을 상징하는 듯하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페도로프 전 국방장관 간의 악수/사진출처:대통령실
총리 재임 당시, 내각(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스비리덴코 총리/사진출처:스비리덴코 총리 텔레그램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 12일 스비리덴코 총리를 1년 만에 교체하면서 내세운 명분은 "우크라이나 정치 전략의 변화"였다. 우크라이나 측 주장을 대변하는 서방 언론의 '전쟁 보도 문법'에 따른다면,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후방 드론 공격으로 전장의 판이 바뀌었으니 정부 개편으로 그 흐름을 더욱 가속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는 '골치 아픈' 페도로프 국방장관을 내치기에 가장 편안한 방법은 '총리 경질'(우크라이나 헌법 상 총리 경질은 내각 총사퇴로 이어진다/편집자)이고, 이번 내각 총사퇴는 페도로프 퇴출을 위한 '모양 만들기'라는 분석이 나왔다. 페도로프 장관은 취임 6개월 만에 해임됐는데, 총리 경질 후 지금까지의 흐름으로만 본다면 외부(서방 언론)의 긍정적인 분석보다는 내부의 조심스런(?) 관측이 더 정확했다고 할 수 있다. 겉으로는 '정치 전략의 변화'를 내세웠지만, 속으로는 페도로프 장관이 촉발한 군 내부 지휘체계의 난맥상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내각 총사퇴'라는 카드를 뽑은 셈이다.
문제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의도한 대로 그 과정이 순조롭게 흘러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동안 잠복해 있던 군부 내 권력투쟁이 공론화하고, 나아가 전쟁을 이유로 선거를 치르지 않고 7년째 대통령직을 지키고 있는 '반코바 권위' (현지 언론은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이 위치한 키예프 반코바 거리의 이름을 따 대통령실을 반코바라고 부른다/편집자)에 도전하는 '정치적 난'(亂,Восстание)이 터지는 등 후폭풍이 예상보다 거셌다는 느낌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인사에 반발한 페도로프 전 국방장관/사진 출처:mykhailofedorov.com.ua
페도로프 장관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명이었다. 2019년 젤렌스키 후보의 대선 캠프에서 SNS(온라인) 총괄로 일한 뒤 최고 라다(의회) 의원을 거쳐 같은 해 8월부터 올해(2026년) 1월 국방장관으로 임명될 때까지 부총리 겸 디지털부 장관을 맡았다. 정부의 디지털화(디야 시스템 개발및 운영)를 이끈 그는 전쟁 발발후 군의 드론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국방장관으로 임명되자 드론 중심의 러시아군 물류 봉쇄 전략을 추진해 성과를 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그의 드론 전략을 치하하고 G7, 나토(NATO) 정상회의에서 '드디어 전세가 뒤집어졌다'고 주장했다.
이번 내각 개편은 젤렌스키 대통령-페도로프 장관 간의 '팀워크'가 무너진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페도로프 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대통령의 인사 결정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젤렌스키 정권 내부에서 나온 첫 공개적인 항명이었다. 스트라나.ua가 '페도로프 반란', '드론 반란'이라는 제목을 단 이유다.
페도로프 전 장관은 알렉산드르(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을 '전쟁을 패배로 이끄는 무능한 최고 지휘관'이라고 공개적으로 직격했다. "우크라이나의 전쟁 패배를 초래할 수 있는 재앙적인 전쟁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또 '대통령의 고문으로 남아달라' '다른 자리를 주겠다'는 대통령의 제안을 거절했다고 폭로했다.
그의 기자회견이 불러온 후폭풍은 거셌다. 우크라이나군 연합군 사령관 드라파토고와 방공군 부사령관 엘리자로프 등 군부 일부가 페도로프 지지를 선언했고, 엘리자로프 부사령관은 즉각 항의성 사임의사를 밝혔다.
페도로프 장관 경질 후 사임을 발표한 엘리자로프 공군 부사령관/사진출처:페북@elizarov.pa
페도로프 경질에 항의하는 골판지 시위대 모습. 위는 영상 캡처/사진출처:텔레그램
수도 키예프(키이우) 등 주요 도시에서는 페도로프 해임에 반대하는, 지난해 7월 유행한 '골판지 시위'가 시작됐다. '골판지 시위'는 국가반부패기관(NABU·반부패청과 SAPO·특수반부패검찰청)의 권한 축소, 궁극적으로는 대통령 직할 부서로 만들려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입법에 반대하는 국민들이 지난해 7월 골판지에 반대 문구를 써 거리로 나서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은 골판지 시위와 유럽연합(EU)의 압력에 밀려 국가반부패기관의 장악 입법을 철회한 바 있다.
베도모스티 등 러시아 언론이 인용한 '인테르팍스-우크라이나' 통신에 따르면 키예프에서는 징집 면제 대상자를 중심으로 약 2천여명이 대통령의 페도로프 해임을 비판하는 문구를 적은 골판지를 들고 거리로 나왔다. 현지 매체들은 국가반부패기관의 독립 여부를 놓고 대통령과 국민이 충돌한 약 1년 전 골판지 시위를 연상시켰다고 지적했다.
물론, 이번 시위는 1년 전과는 차이가 있다.
우선, 지난해 7월 골판지 시위에 적극 참여했던 반(反) 젤렌스키 정치세력(포로셴코 전 대통령과 야당)이 빠졌다. 포로셴코 전 대통령 측은 발레리 잘루즈니 전 군총사령관(현 주영 우크라이나 대사) 지지를 표명한 상태다. 전쟁 종식 후 페도로프 전 장관의 대선 출마가 확실시되는 만큼, 그의 지지세 불리기에 도움을 주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페도로프 전 장관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시르스키 총사령관에 대한 공격에 흡족해하면서도 "그가 젤렌스키 권력 체제의 주요 설계자 중 한 명이었으니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에서다.
야당이 불참한 상태에서 사흘째 계속된 이번 골판지 시위는 EU 등 서방의 지원을 받는 시민 단체 및 관련 언론 매체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시위의 파괴력이 예전같지 못한 셈이다.
EU 등 서방 진영도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지난해 7월 EU가 즉각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반부패기관들의 독립성 존중을 강력하게 요구했던 움직임과는 다른 행보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서방 언론들이 페도로프 경질을 비판적으로 접근하고, 안드리우스 쿠빌리우스 EU 국방·우주 담당 집행위원이 16일 페도로프 장관의 사임 소식에 놀랐다며 그가 유능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를 번복하라고 압력을 가하거나 가할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스트라나.ua는 EU가 현재 상황을 조금 더 평가하고 분석한 뒤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흐마라 보안국(SBU)국장 대행을 국방장관 대행으로 임명했다고 발표한 젤렌스키 대통령 텔레그램/캡처
젤렌스키 대통령의 국방장관 경질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그는 국가보안국(SBU) 국장 대행을 맡았던 예브게니(예브헨) 흐마라를 국방장관 대행으로 임명했다. 동시에 페도로프 장관 경질 이유를 시르스키 총사령관과의 갈등과 국민들의 최대 불만 요인인 '길거리 강제 동원' 문제의 해결 실패를 들었다.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집권 여당인 '국민의종' 의원들과 만나 국방장관과 총사령관의 갈등이 "선을 넘었다”며 국방장관의 경질 이유를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이상적으로는 둘 다 경질해야 하지만, 지금은 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도 했다.
페도로프 전 장관도 16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를 확인했다. 그는 "대통령이 두 사람 간의 갈등에서 아직 시르스키 총사령관 편을 완전히 들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말장난'으로 보인다. 그는 "우리는 항상 모든 잘못된 결정을 내린 후에야, 올바른 결정을 내린다"는 격언을 인용하며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으며, 무엇을 해야 할지 알고 있고, 상황은 100% 바로잡힐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뜻인데, 골판지 시위대나 서방 진영의 압력을 받아 젤렌스키 대통령이 곧 마음을 바꿀 것이라는 기대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측근 소식통들은 페도로프 장관이 디지털 수단을 활용해 '길거리 강제 동원' 문제를 해결하는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경질 이유를 설명했다. 대통령이 장관에게 직접 대책 마련을 지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군 동원 문제를 담당하는 군징병사무소(우리 식으로는 병무청)에 대한 개혁을 시르스키 총사령관 휘하의 총참모부에 맡기고,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길거리 강제동원'(현지에서는 '부스화' 혹은 '버스화', бусификация라고 부른다. 길거리에서 징집 대상 남성들을 강제로 '미니 버스'(부스, Бус, bus)에 태워 끌고 간다는 비판적 용어/편집자)은 가장 심각한 민원의 대상이다.
일각에서는 시르스키 총사령관와의 갈등과 '부스화'가 페도로프 장관의 해임 이유 중 하나일 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스트라나.ua는 "취임 후부터 페도로프 장관의 사임설을 불러일으킨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며 페도로프 장관의 정치적 야망과 국방예산의 할당 과정에서 불거진 기득권 세력과의 갈등을 들었다. 페도로프 장관은 군 개혁과정에서 국가반부패기관(NABU 및 SAPO)을 지원하는 시민단체들과 결탁하는 행보를 보였다. 그 결과, 젤렌스키 대통령 체제의 권력형 부패를 파고드는 움직임이 뚜렷해졌고, 국민의 지지도가 높아지면서 페도로프 장관이 '포스트 젤렌스키'의 대안으로 급격히 부상했다. 권력의 속성 상 최고권력자의 눈 밖에 날 수밖에 없는 현상이다.
그도 퇴임을 알려는 SNS 글에서 자신의 공적을 자랑하는 등 정치적 야망을 숨기지 않았다. 취임 직후 러시아군의 스타링크 위성통신 사용을 차단시켰고, 5월 27일에는 ‘물류 봉쇄’ 작전으로 크림반도 고립화를 앞당겼다고 자평했다.
영국 경제 잡지 이코노미스트는 페도로프 장관이 취임 초 국방부·총참모부 감사에서 66억달러 규모의 과다 지출을 적발했고, 포탄 조달을 공개 입찰로 전환해 가격을 16% 낮췄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기존 군 수뇌부와 방산업계의 반발을 샀다. 특히 젤렌스키 대통령과 가까운 기업들(드론과 미사일 제조업체인 '파이어 포인트'가 대표적/편집자)과의 충돌은 최근 몇주간 더욱 격화되었다고 한다.
페도로프 장관과 가까운 언론 매체의 군 내부 비리 사건 보도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것으로 해석된다. 친(親)페도로프의 드론 제조업체 '비리이 인더스트리'의 소유주가 운영하는 언론 매체 '바벨'은 군 내부의 불법 행위와 비리 등에 대한 대대적인 기획 보도를 내보냈다. 언론 보도로 우크라이나군 155기계화여단(별칭은 '스칼라 여단')내 부하 폭행및 학대 사건에 이어 군인들의 민간인 보복 총격 사건 등이 잇달아 사회적 이슈가 됐다.
이후 '비리이 인더스트리'에 대한 압수 수색이 이뤄졌다.
일각에서는 '스칼라 여단'에 대한 비리 보도가 페도로프 전 장관 측이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시르스키 총사령관 측은 이에 비리이 인더스터리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반격했다는 주장이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그 옆에 앉은 시르스키 군총사령관/사진출처:우크라 대통령실
페도로프-시르스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전쟁관, 혹은 현대전 수행 방식에 대한 의견 차이로 불거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시르스키 총사령관으로 대표되는 기존의 군 수뇌부는 전통적 방식의 부대 운용을 강조했고, 페도로프 장관을 중심으로 한 젊은 혁신 세력들은 드론을 중심으로 한 첨단 부대로의 변신을 강조했다. 군 수뇌부는 페도로프 장관이 군 경력이 없다며 경험 미숙을, 장관 측은 군 수뇌부가 과거(소련식)의 작전 방식을 고집해 인명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서로 비난을 퍼부었다.
급기야 페도로프 장관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시르스키 총사령관과 안드레이(안드리) 그나토프 군 총참모장을 모두 교체하는 '인사 개편'을 제안했다. 우크라이나 주간지 '제로칼로 네델리'(зеркало недели, 주간 거울이라는 뜻)에 따르면 페도로프 장관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군 지휘부 경질 거절에 대해 "동의한다"고 받아들이면서도 "우리의 모든 계획이 완전히 좌절됐다"고 말했다고 한다.
오히려 페도로프 장관이 경질되자 그의 보좌관 세르게이(세르히) 스테르넨코는 “오늘 우리나라는 (전쟁) 승리에서 더 멀어졌다”며 “진짜 개혁은 시작조차 못 했다”고 반발했다.
충돌의 근본 원인을 페도로프 장관의 권력욕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시르스키 총사령관을 러시아계 미국인(우크라이나어도 능통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다/편집자)에다가 정치적 야심이 없고 국민적 인기가 낮으며 충성스러운, 편리한 관료로 보고 있다고 러시아 정부 산하 재정대학의 전문가 데니스 데니소프는 지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군을 장악하고 군부 내 정치적 움직임을 진압하는 데 핵심적인 인물이라는 것이다. 시르스키 총사령관의 전임인 잘루즈니 주영국 대사가 전쟁 중에 정치적 영향력을 급속도로 키우면서, 그가 어떻게 잠재적인 대선 경쟁자로 등장했는지 지켜본 젤렌스키 대통령에게는 시르스키 총사령관이 최상의 선택이라는 뜻이다.
반면, 페도로프 장관은 위험한 인물이다. 정치적 야망을 숨기지 않으면서 국가반부패기관들과 손잡고 서방의 지지를 확보해나가는 등 잘루즈니 전 총사령관의 뒤를 따르고 있다는 분석이 많이 나온다. 젤렌스키 대통령에게는 언젠가 버려야 할 카드라는 말이다. '페도로프의 난'을 '우크라이나 판 프리고진의 난'으로 보는 이유다.
러시아의 특수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 개시 이듬해(2023년) 6월, 도네츠크주(州) 군사요충지 '바흐무트' 장악에 앞장섰던 러시아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의 수장 프리고진은 기존의 러시아군 지휘체제에 대한 불만을 표명하며, 총구를 모스크바 쪽으로 돌렸다(6.24 군사반란). 페도로프 장관도 시르스키 총사령관 중심의 우크라이나군 지휘 체계에 불만을 품고 쇄신을 요구하다 되레 제거되자 공개적으로 '반코바'(대통령실) 저격에 나섰다.
푸틴 대통령은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적극적인 중재로 하루만에 군사반란을 수습하고 다시 국정의 중심에 섰다. 프리고진 등 반란의 핵심 세력(바그너 그룹의 수뇌부)은 이후 의문의 비행기 추락 사고를 당했다.
공식 임기를 넘어 7년째 대통령 권력을 행사하는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까? 그에게도 '페도로프의 난'은 위기이자 기회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국내외의 압력에 밀려 페도로프를 일시적으로 공석이 된 국방장관에 도로 앉힌다면, 그의 권력 체계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국방장관 인사를 철회했다는 것은, 앞으로 군부 통제력을 상실할 위험이 상당하다. 더욱이 페도로프의 복귀는 그과 다툰 시르스키 총사령관의 해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그렇다면 새로 임명될 군총사령관은 대통령보다 국방장관에게 더 충성할 수도 있다.
지난해 7월 젤렌스키 대통령의 반부패기관 장악에 항의하는 골판지 시위대/텔레그램 캡처
지난해 7월 국가반부패기관에 대한 장악 시도가 무산된 뒤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몰아닥친 정치적 후폭풍은 반면교사가 될 것이다. 최측근인 안드레이(안드리) 예르마크 대통령 실장의 해임과 형사 처벌 요구, 대통령과 가까운 의원들에 대한 형사 소송, 친구인 '민디치'의 아파트에서 녹음된 음성 파일의 공개 등 권력형 부패 스캔들이 젤렌스키 권력 체계를 뒤흔들었다. 페도로프 경질 인사가 철회된다면, 1년 전과 같은 사태가 군부에서 또 일어날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페도로프 해임 결정을 유지하고, 국내외에서 안정감을 되찾는다면, 1년전 실패한 국가반부패기관에 대한 장악을 다시 시도할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 반부패기관은 사실상 EU의 감독을 받고 있는데, 페도로프 해임은 반부패기관과의 연계 고리를 끊어내는 한편, 향후 EU의 태도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제척인 흐름은 칼자루를 쥐고 있는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유리하다. 그는 당초 클리멘코 내무장관을 국방장관으로 옮길 계획이었으나, 페도로프 전장관의 기자회견 이후 계획을 바꿨다. 흐마라 국가보안국(SBU) 국장 대행을 국방장관 대행으로 임명한 것이다. 군 복무 중인 흐마라 대행이 국방장관에 정식 취임하려면 전역을 해야 한다. 우크라이나는 법률적으로 민간인만 국방장관이 될 수 있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흐마라 국방 장관 대행 임명은 두 가치 측면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신의 한수'로 평가됐다. 흐마라 대행은 SBU에서 러시아 후방의 핵전력 기지를 타격한 소위 '거미줄 작전' 등을 주도해 페도로프 장관의 사임으로 러시아에 대한 후방 공격이 중단될 수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다. 클리멘코 내무장관이 그 자리를 맡는 것과는 질적으로 차이가 난다.
그는 올해 초 바실리 말류크 SBU 국장이 젤렌스키 대통령의 눈밖에 나 해임된 뒤 SBU 국장 대행을 맡았다. 대통령의 명령에 항명하지 않고, 처신에도 능한 인물로 평가된다.
반부패기관의 비리 조사를 거부해 SBU 수장직에서 해임된 말류크 국장/사진출처:abcnews.com.ua
그가 떠난 SBU 국장 자리는 자연스럽게 알렉산드르(올렉산드르) 포클라드 부국장에게 돌아갈 것이다. 의회의 반발로 국장 승인을 받지 못하더라도, SBU 국장 대행으로 젤렌스키 대통령을 위해 뛸 수는 있다. 포클라드 부국장은 지난해 7월 대통령과 국가반부패기관 간의 충돌 과정에서 대통령 편을 든 인물로 알려져 있다. 예르마크 대통령 실장이 낙마한 권력형 부패 스캔들인 '민디치 게이트'가 터진 직후, 젤렌스키 대통령은 말류크 SBU 국장에게 반부패기관들의 불법 행위및 사건을 조사해 처벌할 것을 명령했지만, 말류크 국장은 끝까지 거부하다가 해임됐다. 반면 포클라드 부국장은 그같은 대통령의 명령에 언제든지 수행할 준비가 되어 있는 인물이라고 한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포클라드 부국장을 차기 SBU 국장으로 점찍었지만, 반부패기관들의 독립성을 문제삼았던 시민단체들의 반대로 눈치를 보고 있던 참이었다. 페도로프 장관의 해임 문제가 대통령이 원하는 방식으로 해결되면, '골판지 시위'에 나선 시민단체들의 영향력도 자연스레 줄어들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 틈을 타 포클라드를 SBU의 수장으로 임명할 수 있다. 그가 SBU 수장이 된다면, NABU와 SAPO 등 반부패기관들을 겨냥한 대통령의 반격이 다시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EU가 반부패기관의 독립성을 해친다는 이유로 지난해 7월 처럼 우크라이나에 압력을 가하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EU도 '전쟁의 판이 바뀌었다'는 우크라이나 우위의 현재 판세를 굳이 망치려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번 정부 개편이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안겨주는 감흥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국민들은 지난 7년간 선거(총선과 대선)가 치러지지 않아 정치적 선택을 기회가 없었다. 정부를 바꾸면 '또 바꾸나 보다'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약 1년 전 데니스 슈미갈 총리가 율리아 스비리덴코로, 또 젤렌스키 대통령의 '패밀리'로 여겨지는 세르게이 코레츠키 총리로 교체됐으니, '그 밥에 그 나물'로 생각할 것이다.
전시 상황에서 국정 운영의 축인 국방장관과 외무장관을 공석으로 두고, 새 정부가 출범한 것도 비판의 대상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표도로프 장관은 인사에 항명했고, 염두에 두었던 국방장관 후보자와 물러난 스비리덴코 총리가 새 직책(주미 대사)을 거부함으로써 대통령의 새로운 내각 구상이 차질을 빚었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젤렌스키 대통령이 전시 상황에서 논쟁의 여지가 없는 통치자가 되려면 반부패기관(NABU와 SAPO)을 장악하는 게 필수다. NABU와 SAPO 지지단체들도 페도로프 장관의 경질을 그같은 의도로 해석했고, 곧바로 골판지 가두 시위에 나섰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처럼 이번 인사 결정에서 다시 물러서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앞으로 전개될 시나리오는 골판지 시위의 규모와 EU의 움직임 등에 달려 있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페도로프 장관 개인으로는 이제 '무관(無冠)'으로 자신의 권력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밖에 없다. 전쟁이 언제 끝나고, 선거가 언제 치러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의 운명은 자칫하면 거대한 파도에 흔들리는 조각배가 될 수도 있다. 권력을 쥔 사람들이 그와 그의 측근 세력에 대한 형사적 공세를 강화하고, 정보망을 차단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의 재정적 후원자들(기업)은 특히 심각한 문제에 직면할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적으로 떠올라 군총사령관직에서 해임된 잘루즈니 주영대사(오른쪽)와 시르스키 총사령관이 군복무 시절 함께 한 모습/사진출처:lrt.lt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 중에 국민적 지지를 확보한 잘루즈니 전 총사령관으로 해외(주영 대사)로 내보내고, 또다른 잠재적 정적인 부다노프 군정보총국(GUR) 국장을 대통령 실장으로 품었다. 또 페도로프 국방장관은 거친 황야로 내쫓았는데, 그가 앞으로 잘루즈니, 부다노프 , 페도로프 등 정적 3인방을 어떻게 상대해나갈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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