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MLB] 카디널스 맷 카펜터의 대변신
사입력 2016.02.03 오전 07:15 최종수정 2016.02.03 오전 10:32
 맷 카펜터 2.0 ⓒ gettyimages멀티비츠 |
지난해 브라이스 하퍼(23·워싱턴)는 42개의 홈런을 때려내고 내셔널리그의 홈런왕이 됐다. 이는 그가 데뷔 첫 세 시즌 동안 기록한 55개(22개 20개 13개)보다 13개가 적을 뿐이다.
하지만 하퍼보다 더 큰 반전을 이룬 선수가 있다. 지난해 154경기에서 28개의 홈런을 때려낸 맷 카펜터(30·세인트루이스)다. 반전이 있기 전까지 카펜터가 통산 429경기에서 기록한 홈런수는 25개였다(6개 11개 8개). 카펜터는 지난 시즌을 통해 60.7타수당 한 개의 홈런을 치는 타자에서 20.5타수당 하나를 치는 타자로 변신했다.
2014 : .272 .375 .375 / ISO .103 / wRC+ 117
2015 : .272 .365 .505 / ISO .233 / wRC+ 139
카펜터는 어떻게 이런 대변신을 할 수 있었을까. 카펜터가 더 많은 홈런을 치기 위해 스윙이나 타격폼에 기술적인 수정을 한 것은 아니다. 다만 타석에서의 접근법(approach)을 바꿨을 뿐이다.
2014년까지 타석에서 카펜터의 1순위 목표는 출루였다. 그는 1번 타자의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투수와의 승부를 최대한 길게 끌고 갔고 스트라이크만 골라 치기 위해 노력했다. 2012-2014년 3년 동안 카펜터는 메이저리그에서 스윙을 가장 아껴 한 타자였다(36.3%. ML 평균 46.4%).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는 공에 방망이를 낸 것 또한 조이 보토(20.7%) 다음으로 적었다(20.9%. ML 평균 31.0%).
그런데 두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첫 번째는 카펜터가 볼이라고 생각하는 공을 심판들이 너무 많이 스트라이크로 잡아주는 것이었다. 1996년 메이저리그는 스트라이크 존의 높이를 무릎 슬개골(kneecap)의 윗 부분에서 아랫 부분으로 낮췄다. 하지만 심판들의 스트라이크 존은 PITCHf/x가 도입된 2008년부터 점점 내려오기 시작하더니, 싱커의 대유행까지 더해지면서 이제는 슬개골 아랫 부분에서 2인치(5cm) 아래의 공까지 잡아주는 상황이 됐다. 야구공의 지름이 대략 3인치임을 감안하면 아래로 공 하나가 더 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스트라이크 존의 확장은 '기다리는 타자'인 카펜터에게 직격탄이 됐다. <베이스볼 서번트>를 기준으로, 카펜터는 2012-2014년 3년 동안 무려 653개의 볼이 스트라이크로 선언됐다(2위 조브리스트 583개, 3위 추신수 570개, 4위 마우어 569개).
또 다른 문제는 팀의 중심 타선에서 파워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팀의 붙박이 3번 타자인 맷 할러데이(36)는 2012년(.497)과 2013년(.490)까지만 해도 준수한 장타력을 가진 타자였다. 하지만 할러데이의 장타율은 2014년 .441로 낮아진 데 이어 지난해 .410까지 떨어졌다. 1번 타자인 카펜터가 장타까지 때려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카펜터가 마음을 바꾼 데에는 할러데이를 비롯한 동료들의 격려도 컸다. 할러데이는 지난 시즌에 앞서 <세인트루이스 포스트-디스패치>와 가진 인터뷰에서 "물론 볼넷은 좋은 것이죠. 긴 승부(long at-bats)도 당연히 좋습니다. 하지만 그는 50개의 2루타나 15~20개의 홈런을 칠 수 있는 잠재력(potential)을 가지고 있는 타자에요. 이미 포스트시즌에서 보여준 것처럼 말이에요. 첫 타석에서 동료들을 위해 많은 공을 보는 것은 물론 바람직한 자세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가 좀 더 적극적이었으면 좋겠어요. 어쩌면 그게 우리 모두에게 더 좋은 것일 수도 있어요."라고 말한 바 있다.
 카디널스의 또 다른 리더 ⓒ gettyimages멀티비츠 |
카펜터는 할러데이의 조언을 허투루 듣지 않았다. 이에 <팬그래프>를 기준으로 스윙률을 2014년 33.1%에서 지난해 39.3%로 늘렸다. 그 결과, 카펜터는 타석에서 차지하는 삼진의 비중이 15.7%에서 22.7%로 크게 늘고, 볼넷 역시 13.4%에서 12.2%로 근소하게 감소했다. 눈야구의 정점을 보여준 2013년에 비하면 삼진 비중이 10% 가까이 증가했다(13.7→22.7%).
그렇다고 카펜터의 선구안이 무너진 것은 아니다. 카펜터가 스윙을 더 많이 한 공은 존 안의 공들이 훨씬 많았다(존 스윙률 10.7% 증가, 아웃존 스윙률 3.5% 증가). 그럼에도 삼진이 많아진 것은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온 공에 대한 콘택트 비율이 2014년 94.8%(12위)에서 2015년 87.0%(93위)로 크게 나빠졌기 때문이다. 카펜터가 장타를 위해 더 큰 스윙을 하고 있다는 증거다. 지난해 카펜터는 투 스트라이크 이후 15개의 홈런을 기록했는데, 이는 메이저리그 2위에 해당됐다. 투 스트라이크가 되면 방어적인 스윙을 했던 카펜터가 2014년까지 때려낸 투 스트라이크 홈런은 9개였다(2014년 1개).
2015 투 스트라이크 홈런(전체 홈런수)
1. 마이크 트라웃 : 17개 (41)
2. 맷 카펜터 : 15개 (28)
2. 앨버트 푸홀스 : 15개 (40)
2. 크리스 데이비스 : 15개 (47)
5. 브라이스 하퍼 : 14개 (42)
이처럼 카펜터는 콘택트에서의 마이너스를 감수하고 파워에서 그보다 큰 플러스를 만들어냄으로써 할러데이와 팀의 기대를 완벽하게 충족했다(출루율 1푼 감소, 장타율 1할3푼 증가). 카펜터가 지난 시즌에 기록한 조정득점창조력(wRC+)은 2014년의 117(ML 54위)보다 크게 좋아진 139(ML 13위)로, 이는 매니 마차도(134) 커티스 그랜더슨(132) 제이슨 킵니스(126)를 앞서는 메이저리그 1번 타자 1위에 해당된다(강정호 130, 추신수 127).
사실 카펜터의 지난 시즌은 더 눈부실 수 있었다. 무시무시한 출발을 했던 첫 39경기(.323 .391 .595 8홈런)와 역시 좋은 마무리를 했던 마지막 74경기(.274 .359 .584 20홈런) 사이에 부진했던 41경기 구간(.207 .349 .237 0홈런)이 있었던 것. 실제로 카펜터는 5월7일 피츠버그 원정 3연전을 앞두고 급격한 피로 증세를 호소해 피츠버그 원정을 가지 않고 정밀 검사를 받은 적이 있었다.
카펜터는 지역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를 페이스 조절의 실패였다고 밝혔다. 그리고 지난 시즌의 시행착오를 통해 체력적으로도 그리고 정신적으로도 자신의 한계를 확실하게 알게 됐으며 무엇보다도 틈틈히 정신적인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카펜터는 새로운 훈련 스케줄과 루틴을 가지고 시작한 후반기에만 ML 5위이자 리그 1위에 해당되는 19개의 홈런을 쳤다.
카펜터가 넘어야 할 벽은 여전히 존재한다. 지난 시즌의 변신을 통해 카펜터는 낮은 공에 더 강한 타자가 된 반면, 높은 공에는 뚜렷한 약점을 가지게 됐다. 올해부터 투수들이 높은 공 승부를 걸어오게 될 것은 불보듯 뻔하다. 이는 마이크 트라웃이 이겨낸 통과 의례다.
카펜터 낮은 코스 성적
2014 : .274 01홈런 / ISO .073 / K% 18.0
2015 : .287 14홈런 / ISO .239 / K% 22.6
카펜터 높은 코스 성적
2014 : .262 03홈런 / ISO .126 / K% 18.1
2015 : .157 04홈런 / ISO .146 / K% 30.1
출처 : 인사이드 엣지
남보다 늦은 출발을 한 카펜터는 늘 남보다 전력으로 달릴 수밖에 없었다. 카펜터는 대학 3학년 때 드래프트를 앞두고 텍사스크리스천대학 야수로서는 최초로 토미존 수술을 받았고, 그로 인해 3학년이 아닌 4학년 시즌을 마치고 프로에 입단했다. 그를 13라운드에서 지명한 세인트루이스가 '싫으면 말고'라는 고압적 태도 속에 제시한 입단 보너스는 단돈 1000달러였다.
과연 카펜터는 지난해 적은 출루율 손실 속에 만들어낸 장타력을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을까. 아니면 반짝했던 1년으로 남을까.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은 100승을 올렸지만 득점 순위는 리그 11위에 그쳤던 세인트루이스가 올 겨울 영입한 타자는 단 두 명. 제드 저코(.247 .297 .397)와 브라이언 페냐(.273 .334 .324)뿐이다.
기사제공 김형준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