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한 생애의 윤회를 관통하는 장엄한 서사시! 「당신 꽃 되어 바라보고 있습니다」 (윤태일 저 / 보민출판사 펴냄)
윤태일 시인의 시집 『당신 꽃 되어 바라보고 있습니다』는 한 생애의 윤회를 관통하는 장엄한 서사시다. 이 시집의 중심에는 ‘그리움’이라는 이름의 영혼이 있다. 시인은 이 그리움을 한 인간의 감정이 아닌, 우주의 순환법칙 속에서 피고 지는 생명의 질서로 확장시킨다. 그리움은 단지 사람을 향한 감정이 아니라, 존재가 존재를 향해 나아가는 근원적인 움직임이며, 그 끝에는 깨달음과 구도의 빛이 있다. 그의 시는 사랑의 서정으로 출발하지만, 점차 삶과 죽음, 현세와 피안, 인연과 윤회의 문제로 깊어져 간다.
“바람이 꽃잎 피우게 하는 이유를 알았습니다”라는 구절은 이 시집의 핵심을 드러낸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이 꽃을 피우듯, 시인은 보이지 않는 인연과 고통, 기다림이 결국 인간을 성숙하게 피워내는 힘임을 말한다. 사랑의 고통조차도 생을 완성하는 진리의 한 조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의 시 속의 ‘그대’는 단순한 연인이 아니라, 인간이 도달해야 할 궁극의 존재, 혹은 신성(神性)에 가까운 대상이다. 그리하여 「당신 꽃 되어 바라보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문장은, 인간이 신을 향해 고개 숙이는 기도이자, 사랑이 깨달음으로 승화되는 찰나의 고백이 된다.
시인은 끊임없이 되묻는다. “나를 알지 못하는 고뇌” 속에서 “찾을 수 없는 본래 나는 누구인가”라고. 이 질문은 불교적 구도의 중심에 있다. ‘나’를 향한 탐구가 끝없는 윤회의 굴레 속에서 계속 이어지며, 그 답은 언제나 ‘사랑’과 ‘그리움’의 형상으로 피어난다. 시집의 시들은 그렇게 고통과 기다림의 시간을 거치며 스스로를 정화시켜 나간다. “한 줌 풀지 못해 뭉친 업보/ 홀홀히 내려놓고 흘러갑니다”라는 고백처럼, 시인은 자신의 시를 업보를 씻는 기도문으로 삼는다.
이 시집의 첫 장을 넘기면, 독자는 이미 다른 세계의 문턱에 선다. “천년 두 번의 세월을 건너 그대를 기다린” 화자는 인간의 시간과 신의 시간을 동시에 살아가는 존재다. 그는 “삼계의 끝 보이는 곳까지 다 왔다 해도/ 그대 보이지 않고 그래도 없다고 하면/ 삼계의 끝도 나에겐 영원히 없을 겁니다”라며, 끝없는 그리움을 통해 존재의 근원을 증명한다. 시인은 ‘기다림’을 생의 원리로 바라본다. 기다림은 사랑의 다른 이름이며, 삶을 지탱하는 존재의 이유이다. 그의 언어는 불교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자연과 인간, 신과 존재의 경계를 부드럽게 넘나든다. “한 잎 낙엽 흩날려 떨어질 때에도/ 여물어 대지에 묻힌 씨앗 속에/ 거역할 수 없는 섭리가 잠들어/ 별을 토해내며 우주는 숨을 쉽니다”라는 구절에서처럼, 죽음은 사라짐이 아니라 새로운 생의 예비로 그려진다. 그는 모든 사라짐 속에 생명을 본다. 고통은 곧 구원의 문이며, 이별은 다시 만남을 예고하는 순환의 질서다.
윤태일의 시는 화려한 언어보다 절제된 진심으로 빛난다. 각 시는 긴 기도문처럼 리듬을 지니고, 한 자 한 자가 생의 체험에서 길어 올린 고백으로 다가온다. 그에게 시는 사유의 결과가 아니라, 존재의 기록이다. “숨소리 닿지 않아 머무는 본체”처럼, 말이 멈추는 곳에서 비로소 진실의 언어가 피어난다. 그는 침묵 속에서 신을 만나고, 기다림 속에서 사랑을 완성한다. 이 시집을 관통하는 정서는 결국 ‘사랑과 수행’이다. 인간의 사랑이 신의 사랑으로 확장되는 과정, 그 속에서 피어난 꽃 한 송이가 바로 ‘당신’이다. 그리하여 시인은 “영혼으로 산화되어 사라진다 해도/ 당신은 내 꽃이어야 합니다”라고 고백한다. 죽음조차 사랑의 형태로 승화되는 세계, 그것이 바로 윤태일의 시학이자 구도이다.
시집 『당신 꽃 되어 바라보고 있습니다』는 인간 존재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그 안에서 우리는 윤회의 고통을 넘어선 사랑의 구원, 그리고 “천지의 숨소리 우주의 맥박 소리”를 듣는다. 이 시집은 우리가 잊고 있던 ‘그리움의 숭고함’을 다시 일깨운다. 오래도록 상처받고, 기다리고, 잃어버린 이들에게 이 책은 하나의 기도서가 될 것이다. 그가 말하듯, “별을 따라 달을 따라 그대 찾아” 오늘도 사랑을 향해 나아가는 인간의 여정은 끝나지 않는다.
<작가소개>
시인 윤태일
• 서울 출생
• 상명대학교 경영대학원 부동산학과 풍수지리학 석사
• 풍수지리지도사 1급(한국직업능력연구원)
• 주역(의리역, 상수역)
• 사주명리학
• 주역성명학 : 분석 감정 평가
• 2024년 10월 문예춘추 시 부문 신인문학상 수상
• 2024년 10월 한국문단 시인 등단
• 2025년 03월 금제문학상 시 부문 대상 수상
• 前 케이아이디에스 대표이사(화학기계 플랜트)
<이 책의 목차>
제1부. 그리움 사무쳐 별빛도 보이지 않는 밤
골 넘는 조각구름 두 천년 흐른 세월
상사(相思)
산사의 가을 풍류 강물에 띄우고
떨리는 공간 침묵 속 기우는 태양
새겨놓은 마음 하나이기 때문
태양볕 역사 섬기는 고궁의 하루
그리움 사무쳐 별빛도 보이지 않는 밤
이름 없는 초석(草石) 한 겹 쌓인 벌판
바람이 꽃잎 피우게 하는 이유
침묵은 끝이 아닙니다
숨소리 닿지 않아 머무는 본체
마음은 행복으로 당신 향한 그리움
헤일 수 없이 쌓인 아픔 더 보고파
흔적 없는 어제 바라보면서
바람 소리가 남겨준 야윈 낙엽
차마 보내지 못한 계절
그리움이 어찌 시작과 끝이 있나요
꿈속 지우지 못할 당신
님 소매 잡고 따르겠소
접어서 설레는 목련화 꽃잎
죄업을 벗는 화려한 묵시의 본체
영원히 서럽도록 가슴속 예쁜 고통
한 줌 풀지 못해 뭉친 업보
회한(悔恨) 그리는 숨소리
석 달 열흘 여문 꽃 백일홍
진리의 진액 한 방울 묻어 있겠지요
깊이 묻어 버린 자국
체취가 영혼 되어 묻어나는 고통
상념에 심연을 버린 육신의 고행
나만이 영원히 볼 수 있는 별
제2부. 별을 따라 달을 따라 그대 찾아
영글어 가는 고요 속 순간
그려지며 사라질 바람 속 꽃비
윤회의 업보 되새김하며 가을 오는가
기해년 섣달그믐 그대여
기다림 속 묻어난 한 떨기 그리움
영원한 꽃잎 남겨 안고
태양을 노래하는 기다림의 무대
무심히 흘러가는 뜬구름
아끼며 식지 않는 사랑이고 싶습니다
영혼(靈魂) 다하여 그대 불러봅니다
나에게 꼭 맞는 옷을 한 번도 입어본 적이 없다
인과응보 강물 따라 조용히 흘러가고 있다
당신 꽃 되어 바라보고 있습니다
우주의 기운 가득 서린 태초(太初)
기다리며 되뇌이는 해후
당신은 내게 주신 하늘의 전부
숙명 되어 말하지 못할 애처로운 서글픔
인고(忍苦)의 북풍 정겨운 소한(小寒)
가슴에 묻고픈 인연 하늘에 염원합니다
돌아올 계절을 묻지 않는 잡초
피지 못한 잎새마다 파란 여울이
영혼으로 산화되어 사라진다 해도
천년화(千年花) 당신
나를 알지 못하는 고뇌
촉촉한 봄비 역사도 여문 공간
하늘 뜻 맺은 인연 기다림도 숙명인 것을
허공으로 나르는 끝없는 반딧불 소망
천지의 숨소리 우주의 맥박 소리
한 잎 낙엽 흩날려 떨어질 때에도
별을 따라 달을 따라 그대 찾아
제3부. 무모한 생의 언저리 살아가고 있는가
주춧돌 틈새 피어난 접시꽃
흔적 없이 반복하는 흔적
청홍색 휘장 공간을 넘는 북춤
전설 같은 인연 영원한 설렘
그리움 머물러 아픈 계절
소생하는 만물의 천지조화 숨소리
비와 커피집
장하(長夏)의 장미꽃 향연
빨갛게 여문 한여름 밤의 고백
나를 보는 자아(自我)와 영혼
돌아와 앉은 신의 계절에서
찾을 수 없는 본래 나는 본체를 모릅니다
무모한 생의 언저리 살아가고 있는가
가랑잎 그믐달 공간 됩니다
경자년 섣달그믐 밤
반복되지 않는 영원한 빛
아리운 딸 그리고 아들
대자연 향연장 심오한 숨소리
흔들리는 벼랑 덤불 초록 잎새
꽃도 숨을 멈춘 비의 연주
난야(蘭若)의 구도(求道) 진리의 고행
만유의 비의(秘義) 존재는 씨앗
잠시 되돌아본 조각난 영혼
초로(初老)의 노래
신축년 한 해를 넘기며
정 이월 대지의 숨소리
봄향기 2022
임인년 그믐
용마루 처마 아래 천생(天生) 언약
가슴 한가운데 숨 쉬고 있는 당신
2023 癸卯年을 보내며
취객의 풍류
갑진년을 보내며
가슴 깊이 가득 그대 묻어놓은 망부석
영원한 영혼 하나 되는 환영(幻影)
허전한 혼돈의 상처
내 생애 마지막 고요 속에 남으소서
마음이 아프면 아플수록 더 사랑스런 그대
<본문 詩 ‘마음은 행복으로 당신 향한 그리움’ 전문>
눈물 나도록 그리움 머문 하늘 있어
마음은 행복으로 향한 당신 그리움
사랑은 이렇게 찾아왔지요
아리고 아프도록 참지 못할 저린 그리움이거든
물결처럼 밀려오는 세월의 여정 참된 대화가
얼어붙은 체온 싸늘하여 마음으로 바친 사랑
보고파 메이는 숨소리 따듯합니다
슬픔마저 허전한 갈망
그리는 그대 깊숙이 애절한 모습 담아
허공 스치는 바람 눈웃음 살며시
저 바람 멈춘 당신 기다린 벌판 넘어
마음 다하지 못하도록 간직한 애처로움
구름 잔 곳 바라보며 달려가지만
그대 없는 하늘 바라보더라도
태양도 달도 별도 보이지 않을 겁니다
<추천사>
윤태일 시인은 기업가이고 주역(周易)의 대가(大家)이다. 이러한 특별하면서 독특한 직업을 가지고 평생을 살아오신 분이 시문학을 공부하고 시집을 발간한다고 하기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니 평소에 시인의 인격을 누구보다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본인이기에 관심이 더 했던, 것이다.
시인의 마음 깊은 곳에 잠재되어 있는 여러 가지 감정과 삶의 개념을, 시인만이 독특한 견해를 머릿속에서 끄집어내어 언어로 표현한다는 것은, 누구나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운율(韻律)을 지녀 문학적 가치체계를 두루 갖추기란 그리 쉽지 않다고 할 것이다. 그렇지만 윤태일 시인은 그 작업을 해냈고 드디어 시집을 발간하게 되어 세상에 선을 보이게 된 것이다. 이에 무한한 고마움과 함께 찬사를 보내드리는 바이다.
대체로 인간의 본성은 지극히 이기적인 특성을 보이고 있기에 타인의 입장을 배려하지 못하고 오로지 자기중심적인 사고에 기초하여 행동하는 측면이 강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윤태일 시인은 사람을 이해하는 너그러운 마음이 하늘을 찌르고 남는다. 따라서 시인을 만나면 따뜻한 봄바람에 묻혀, 풍기는 꽃의 아름다움과 향기같이 느껴지곤 한다. 그러므로 시인의 작품도 그 너그러움이 있기에 그 철학이 깃들고 아름답지 않은가 생각한다.
윤태일 시인은 제62회 문예춘추 신인문학상(시 부문) 수상과 동시에 시인으로 등단하게 되었다. 당시 당선 소감에서 시인은 다음과 같이 피력하였다.
“먼저 문예춘추 심사위원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잠시 눈 한번 깜박하였을 뿐인데 이렇듯 스쳐 지나간 시간에 초노(初老)로 변모해 버린 제가 이젠 만물을 아름다움으로 가슴에 담는 노객(老客)이 되었습니다. 이제 두세 달 후 시간을 대행하는 만물이 채색되어 음미하는 굴레의 계절을 다시 한번 맞게 됩니다.
신록이 푸르렀던 공간들은 어느,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자연의 순응하는 이치이듯 고도의 장르는 높은 문학 예술가에게로 승화되겠고 또 다른 부분은 작고 짧은 습작(習作)으로나마 나름대로 남겨 보려는 한 초노의 산물이기에 인정(認定)해 달라는 구도자(求道者)로서의 절규입니다. 눈이 침침하여 보이지 않고 감각이 무디어져 순발력이 떨어져도 기백이 꺾이지 않을 때까지 저를 사랑하시는 모든 분을 위해 황혼(黃昏)의 글꾼이 되고자 함을 잊지 않겠다는 각오입니다. 모든 분께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이같이 당선 소감의 글에서 시인의 본성을 모두 탐색할 수 있다. 아니 시인으로서 자질과 능력을 모두 갖추었음을 엿볼 수 있다. 특히 당선 소감의 글 자체가 시적 문학의 장르라 할 수 있으며 또한 자신감과 겸손이 함께 흠뻑 묻어 나오고, 시인으로서의 포부를 밝히니 장래가 주목되는 바이다.
인간의 욕구는 무한하다 할 것이다. 따라서 모든 인간은 자아실현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이에 따라 한 가지 소망이 있다면, 시인이 가지고 있는 보석 같은 성품을 십분 활용하여 “고요하고 깨끗한 마음을 갖고 늘 평상심을 유지하며(명경지수: 明鏡止水)”, 그리고 초심을 잃지 않고 더욱 정진하시어 시인이 원하는 작품의 질, 그리고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이 펼쳐지는 그런 삶이 되시길 바라는 바이다. (佰晳 이길헌 / 수필가. 시조인. 시인)
(윤태일 지음 / 보민출판사 펴냄 / 200쪽 / 국판형(148*210mm) / 값 1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