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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라지는 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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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9. 3.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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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라지는 발걸음
그제가 9월 초하루였다. 어제부터 날씨 변화에 조금은 숨통이 터 이는 것 같았다. 하늘 보니 태양도 몇 뺌 정도는 멀어진 것 같기도 하다. 높아진 하늘에는 가을 구름이 둥둥 헤엄치고 가는 바다에 몸도 마음도 익어만 간다. 늦여름이 아쉬워 달구어진 열기를 시샘하는 매미의 울음소리도 갈 길이 바쁘다고 투명 날개로 여름과 가을의 문턱을 간신히 넘어섰다. 밤길을 밝히는 밝은 달은 집안이 있기가 왠지 송구하여 밖으로 나오라 한다. 귀뚜라미며 이름 모를 풀벌레 소리에 귓밥을 나팔 통처럼 열어 멀고 먼 어린 시절에 나래를 펼치기도 한 달밤이다. 가을이라는 그 단어 하나가 사람들의 마음을 조급하게 하기 도 하고 발걸음도 바빠지게 하는 가을이다.
어젯밤 고운 꿈속에서 천년만년 살고자 하였는데 깨어나라는 명령에 굴종하여 눈떠 보니 9월이라고 한다. 아직은 마음 같아서는 여름이고 싶지만 그것은 실없는 나의 생각일 뿐이다. 재각 하는 초침 소리에 가는 시간이 원망스럽지만 거스를 수는 없는 일이다. 오는 손님 마다않고 가는 손님 붙들지 않는다는 말씀이 있다고 하는데 붙들고 싶음 마음 간절 같지만 능력 밖의 일을 어찌할 손가. 몸뚱이 하나 건사하지도 못할 만큼 의식도 육신도 자꾸만 신경이 쓰이고 있다. 거울에 비친 늙어가는 낯선 노인 한 사람이 당신 누구요 하고 바라본다. 이 사람아 나야 하고 대답해 보지만 보이는 것은 가로 새로 패인 주름들만이 폈다 오그렸나를 반복하는구나,
백설 같았던 하얀 이빨도 언제부터인지 황금빛으로 변하였다. 하늘같은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검은 머리카락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북풍한설에 흰 눈만이 가득하구나. 걸으면 살고 걷지 않으면 죽는다는 말씀 믿고 열심히 걷는 것도 너 손 하여 지고 모습도 어슬렁어슬렁하니 내가 나를 싫어한다. 어느 친구는 지금도 자전거 레이스를 40~50km를 한다고 하면서 사진 찍어 전송되는 모습에 찬사를 하면서 나도 무엇인가를 하여 보자고 다짐도 하였지만 허접한 내 모습에 마음은 점점 초 초하여진다. 아직은 아니라고 강변하여 보지만 우물 안에 개구리 용쓰는 듯 자신의 한계를 망각한 것을 알아야 하는데 벌써 9월이 돌아왔다. 76번째 9월이지만 언제나 생애에 처음 오는 9월로 착각 속에서 머물게 하니 고맙고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멀고 먼 미국 땅에 뿌리박고 살고 있는 친구는 지금도 중남미로 유럽으로 봉사활동에 세월을 낚는다니 하나님의 크신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카페지기 이 회장님은 노인회장님 겸직하여 날마다 유유상종에 보람을 찾는다고 하니 이 또한 즐거운 일이 아닌가 한다. 동기 동창의 사랑방을 열어 소식을 전하고 받게 하시니 감사하지 않을 수 없구나. 시간이 너무 많이 강물처럼 흘러 콩나물시루처럼 많고 많았던 친구들 같은 하늘 아래서 숨 쉬고 있다는 것 가마득히 잊고 살아온 지 얼마였던가,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바빠서 옆도 돌아보질 못하였다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해본다. 9월이 가기 전에 하여야 할 일도 많을 것이다. 이것저것 챙길 것도 많고 정리하여야 할 것도 있구나. 마음도 몸도 바빠지는 9월이 아닌가 한다. 중국 무한(우한)에서 발생된 코로나 바이러스로 모두가 정신 줄을 놓아버렸다.
정신을 차린들 무슨 의미가 있고 소용이 있겠는지 물어볼 때도 없으니 가만히 앉아 처분만 기다리는 도리 밖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보는 사람마다 마스크로 입막음하고 있으니 누가 누구이신지 알기도 어려운 오늘이다. 오늘부터 지방에서도 거리두기 2.5를 시행한다는 알림 창을 보았다. 이제는 만나지도 말고 나가지도 말아라. 집안에서 방콕이나 하라고 명령을 받았다. 그 어렵고 어려웠던 6.25 전쟁 중에도 학교 대문을 닫지는 않았는데 총알이 빗발쳐도 만날 사람 만나고 보고 싶은 사람 보았는데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댁에 아버님 등에 업혀가다 걸어가다를 반복하면서 인사를 드렸는데 어린 새가슴 잡고 친구들과 소꿉놀이도 마음대로 하였는데 지금이 그때보다도 더욱 엄중한 모양이다. 모임도 하지 마라, 떨어져 살고 있는 자손들도 만나지 말아라 한다.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아야 하는데 병원마다 의사선생님들께서는 머리띠 두르고 시위를 한다고 사표를 제출하였단다, 생활쓰레기를 버리기 위해도 입과 코는 봉해야 한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식료품을 구입하려 해도 안면을 가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카파라치한테 적발되면 거금 일십만 원의 벌금을 물린다고 한다. 완전히 집 돌이가 되었다. 그 목숨 줄 부지하려고 날마다 운동하면서 세월을 낚았는데 그것도 할 수 없게 되었다. 코로 숨을 쉬고 있으니 살아있음을 증명해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보고 들리는 소리는 염장 지르는 소리만 들린다. 매년 친구들과 두세 번 만나 회포도 풀었는데 손도 묶이고 발도 묶였으니 언감생심 말도 꺼내지 못할 형편이다. 이 나이에 그것마저도 못하게 목줄이 잡혔으니 하소연할 때도 없구나, 대구 권 사장님 친구의 얼굴 보기도 어려워졌단다.
옆에만 있어도 좋았는데 숨소리만 들어도 너무 좋았고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는데 꿈이 된 것은 아니지 몹시도 불안하구나. 평생 동안 하시는 사업은 지장은 없는지 두 내외분께서 열심히도 살아가시는 모습에 많은 위로받고 있답니다. 오래도록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안동에 풍곡 어른 어떠하신가. 얼굴만 보아도 내 마음이 즐겁고 편안하였는데 어디 가서 위로받아야 할지 생각도 나지 않는구나 언제나 만날 수 있을는지 기약도 어렵구나, 허리 고통은 어떠하신지 신행은 지금도 하는지 궁금하다네, 그곳에 여러 친구들 모두들 안부나 전해주시게나, 어려서 몹쓸 짓 많이 하여 마음에 상처받은 친구들에게 죽기 전에 용서를 빌고 가야 하는데 기회가 있을는지도 모르겠구나. 서울에 김 국장님 손주들과 깨가 쏟아진다고 왜 아니겠는가.
꽃보다도 아름다운 손주님 들과 함께하시니 친구도 젊어지겠구나. 매주 만나던 친구들과 모여 친구들의 근황도 살피고 정보도 주고받으면서 보낸 시간들이 그리워 몸살을 앓지는 않는지 한 시간 30분이면 얼굴 볼 수 있는 지근거리인데 현대판 이친(離親)들만이 수천만 명이구나 그렇다 하여도 내일은 또 온다는 것을 굳게 믿으시고 조용히 잠수하였으면 좋겠다. 존경하옵는 박 사장님 지금도 남한산성 지킴이 계속하시지요? 당신의 굳은 의지가 당신을 받으시는 하나님께 날마다 새벽 기도로 아침을 열게 하시는 은혜에 감사하시고 또 감사하시길 기원합니다. 어지러운 세상은 언젠가는 진리는 승리의 월계관을 반드시 하사하실 것이라는 굳은 믿음만이 박 사장님을 살리시고 우리에게 새로운 세상을 허락하실 것입니다. 시절이 벌써 어하는 사이에 9월이 되었구나,
몸도 마음도 점점 바빠지는 계절이다. 어젯밤에는 태풍으로 비바람 소리에 밤잠을 거스르지는 않았는지 남쪽에는 많은 피해를 내고 스쳐 지나갔구나, 빠른 시일 내에 원상 복구를 하였으면 좋겠다. 9월이 오면 모든 생명체는 최고의 모습을 남기려고 몸부림치는 계절이란다. 동물들은 엄동을 대비하여 살아남기 위한 영양분을 충분히 보충하고 저장하여야지, 식물들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여러 몸체를 줄이는 기간으로 활용한다고 한다. 잎 피고 꽃 피면 열매 맺어 익어가고 수세들도 마지막 존재감을 보여 주기 위한 준비에 들어간다. 화려하게 하늘도 땅에도 현란한 옷으로 갈아입는 계절이란다.
봄부터 씨 뿌리고 김매면서 퇴비 주고 가꾸어온 자식처럼 애지중지 길러온 농작물들 54일간의 유례없는 오랜 장마로 검게 탄 농민들의 활짝 웃는 모습은 간곳없고 수심에 가득한 모습이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픈 다리 고쳐주지는 못할망정 아예 분질러놓는 것처럼 이번에는 폭풍이 모두를 쓸어버렸다. 울 수도 웃을 수도 없어 혼이 나간 사람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참담한 심정 금할 수 없다. 금세기의 최고의 전염병으로 나라의 생산기능들이 위축되고 경제는 스톱 다운되어 회생이 그림의 떡이 되었다. 소 상고인들이 모두가 보따리 쌌다고 한다. 하루 벌어 먹고살든 사람들도 일자리를 모두 잃어버렸다. 길거리마다 텅 텅 빈 가계들만이 흉물스럽게 보였다.
가진 자나 못 가진 자나 모두들 독초를 씹는 듯 일그러진 얼굴들이다. 어느 한 곳 성한 곳을 찾아볼 수 없다. 쓰러지고 넘어지기 일보 직전이라 한다. 갈등은 최고조에 달하였다. 어디로 갈 것인지 보지 않아도 훤하게 보인다. 끝
2020년 9월 3일 목요일 오후에
夢室에서 法珉 김광수 씀
#일상·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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