맴이 (클리앙)
2024-01-12 09:19:11
평소엔 정말 괜찮은 사람입니다.
한 5년 전까지는 술 먹던 뭐하던 좋은 술 친구였습니다. 서로 술 좋아하구요.
이후에 어느정도 선(?)을 넘은 상태에서 뭔가 트리거가 당겨지면 그때부터 감당이
안됩니다.
우선 집을 팔아야겠다. (현재 집값의 약 1/10 정도의 빚이 남았습니다.) 난 빚지고는
못산다. 니가 사자고 했다. (와이프가 집 알아보고 저 해외 출장 간 사이에 본인 명의로
집을 계약했습니다. 덕분에 회사 대출이 안나와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였습니다.)
내 명의니 내가 집팔고 각자 따로 살자. 이집 내거다.
난 애들 건사 못한다. 니가 데리고 살아라.
제가 사실 좀 몰입도가 쎄서 막장 드라마를 복장터져 못봅니다. 와이프는 젊을 때는
막장류는 거의 안보고 트렌디 드라마를 보더니 어느 순간 사랑과 전쟁 재방송이나
임성한, 김순옥 작가 드라마를 보더군요.
애들도 있고 같이 술 먹는데 같이 볼만한걸 보자. 했는데 술 먹기전엔 순순히 돌립니다.
선을 넘기면 또 따집니다. 난 왜 내가 보고 싶은것도 못보냐. 왜 다 니맘대로 하냐.
와이프가 요리라곤 쌀 씻어 전기밥통에 넣는 재주밖에 없어 집안 요리는 22년 결혼
생활에서 제가 다 하고 애들 챙겨 먹입니다. 애들, 와이프 저녁상에 술상 안주까지
챙겨주고 힘들어 잤다 출근한거 평소엔 아무말 않다가 그 타임이 되면 사람 만나
힘들어 죽겠는데 집안이 왜 이모양이냐. 내가 안 건들면 아무도 집안일 안해!
또 화를 냅니다. 부랴부랴 설겆이 합니다.
전에 글에도 썼지만 저도 10 대기업 부장 나부랭이라 가뜩이나 바쁜데 연말/연초는
거의 미쳐 돌아갑니다.
제가 집돌이에 공돌이라 취미 생활 이랄것도 없는데 홈 IoT 를 꾸미는 소소한 재미에
빠져 살았습니다. 소소하다곤 해도 나름 공이 많이 들어갑니다.
그저께는 안방에 설치한 AI 스피커와 만능리모콘 발신기(TV나 에너컨등 자동 제어용)를
잡아 뺴서 던지더군요. 난 이런거 필요없어. 왜 니맘대로 해?
(그거 가장 잘 쓰시는 분이 와이프 입니다.)
그리고 돈좀 그만써! 이런거 사느라 내가 뼈 빠지게 일해도 돈이 안모이자나.
제가 요리 재료나 도구나 집안 용품(세제나 샴푸등)을 직접 구매하다 보니 택배가 좀 많이
오는데(쿠팡덕분) 그게 싫은가 봅니다. 20년 넘는 조리를 하다보니 좀 눈썰미가 생겨
와이프 혼수로 가져온 도구를 버리게 되고 제 손에 맞는 도구를 사게 되는데 울 엄마가
얼마나 생각하고 사준건데 니가 맘데로 버리고 또 사? 하고 또 화를 냅니다. 맨날 낭비가
심하다고 합니다. 20년 넘었으면 조리도구는 무척 위험합니다. 그리고 혼수로 가져온
조리도구가 겉만 번지르르한 백화점 제품이지 조리하는 입장에선 정말 최악에 가까웠습니다.
메인 식도라고 사온게 "야채칼" 이였습니다...... 참고로 와이프와 애들은 육식파라 거의 고기
요리 위주 식단 입니다......
장모님은 지금도 모든 조리를 "데바칼" 하나로 합니다. 예전에 한번 그 칼의 용도-생선 대가리
치는 칼-를 말씀 드리고 외날칼은 다치기 쉬우니 좋은 식도 쓰시라고 권했는데 30년을 그걸로
해왔다고 안바꾸시는 분입니다.
본인 엄마는 칼 한자루로 잔치상을 치루는데 넌 칼을 몇자루나 사냐. 냄비는 또 왜 사냐.
멀쩡한 팬(코팅팬)은 왜 버리냐. (혼수......)
어제는 제 끈이 좀 핑~ 하고 끊어지더군요.
올해 성인이 된 아들이 거듭니다. 아빠처럼 본인에 돈 안쓰는 친구 아빠 본적이 없다.
회사 회식 빼고 밖에서 술 마시고 온 적이 없지 않냐. 돈 드는 취미 생활도 안한다.
(아들아...... 그건 아빠에게 술 좋아하는 친구가 없어서......)
와이프가 그럽니다.
집에서 징글징글하게 있는거 꼴도 보기 싫으니 나가서 술 먹고 여자질 좀 해!
그냥 핑~ 돕니다.
아들 대입정시원서도 넣었고 마음도 싱숭할거 같아 큰맘 먹고 예약 어려운 식당
잡았었습니다.
갑자기 니들끼리 먹어. 난 이제 평생 너희들하고 안먹을거야. 하면서 갑자기 식당
취소 전화를 겁니다. (선불로 20만원 넣었단 말여......) 아들이 정말 가고 싶어하던
오마카세 였는데 한순간 날라가니 자기방에서 엉엉 울더군요.
술 깨면 그냥 없던 일처럼 행동합니다.
심리학 박사 학위를 가진 와이프라 넌지시 스트레스가 많은 것 같다. 가족 보다는
한번 정신과에 가서 상담을 받아보는게 어떠냐...... 하고 권했었는데 날뜁니다.
"내가 너희들처럼 미친줄 알아?"
네. 저는 회사에서 쌓인 온갖 말도 못할 압박과 인간관계, 업무 스트레스로 우울증
약을 코끼리가 쓰러질 용량으로 먹고 삽니다. 큰 아들은 뇌에 장애가 있어 역시
어릴때부터 복용한 약을 평생 먹지 않으면 사회생활이 힘듭니다.
또 "너 때문에 내 인생 망쳤어.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살아야 되냐고."
(그분 다음달에 친구와 함께 대만 여행 갑니다. 일정이 겹쳐서 저는 일본 출장
- 전시회 참관- 을 포기하고 다른 직원에게 넘겼습니다. 장모님과 저희 아버지가
몸에 시한폭탄을 안고 있어 유일한 자식인 둘 중 하나는 있어야 합니다.)
어쨌든 참고 삽니다.
머 나이도 있고 애들도 몇년만 있으면 독립하겠죠.
그럼 좀 기간은 두지 않고 각자만의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저도 그 사람이 너무 이뻐서 한눈에 반해 가슴 두근거리며 사랑했고 결혼 했거든요.
그럼 좀 그 사람도 다시 나를 봐줄까 그런 생각도 해봅니다.
갑자기 기분이 센치해져서 길어졌네요. 일해야지. 일---
첫댓글 댓글 중---
피실
그냥 술이문제네요
알콜중독치료를받으시던가 하셔야될듯
맴이
@피실님 문제는 알콜중독의 증상은 아니고 또 그정도 양도 아닙니다. 매일 마시는 것도 아니구요. 본인의 스트레스가 있고 원래 감정의 기복이 심한 사람인데 제가 보기엔 그런쪽의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그걸 "미친놈"들이나 받는 치료로 여기니 큰일 입니다. 본인이 뇌 과학을 공부한 사람이니 더욱 의문 입니다.
래파
술만 마시면 바뀐다 = 천성이 그렇다
이게 공식입니다. 흔한 패턴이죠. "평소에는 좋은사람인데 술만 마시면..."
평소에는 괜찮은데 술만 마시면 그런다는건 술에 의지해 감정을 쏟아내는거죠.
영상으로 기록을 남기고 멀쩡할때 보여주세요.
상담도 받아보시고요.
부부가 대화로 해결하지 못하는건 어느 누구도 해결해주지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