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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전씨 중앙종친회 원문보기 글쓴이: 전과웅
천도책 [ 天道策 ]
정의
1558년(명종 13)이이(李珥)가 별시해(別試解)에 장원하였을 때의 답안(答案).
개설
이 때 과거의 시제(試題)가 ‘천도책(天道策)’이었다. 『율곡전서』 권14의 잡저에 수록되어 있다.
내용
먼저 “상천(上天)의 일은 무성무취(無聲無臭)하여 그 이(理)는 지극히 은미하고 그 상(象)은 지극히 현저하니, 이 설(說)을 아는 사람이라야 더불어 천도(天道)를 논할 수 있다. 이제 집사(執事) 선생께서 지극히 은미하고 현저한 도(道)로써 발책(發策)하여 격물(格物)·궁리(窮理)의 설을 듣고자 하니, 이는 진실로 천인(天人)의 도를 궁구한 자가 아니면, 어찌 이것을 같이 논할 수 있겠는가? 나는 평일에 선각자에게 들은 것을 가지고 밝은 물음에 만분의 일이나마 답하려고 한다.”며 운을 띠고 있다.
이어서 “기(氣)가 동(動)하면 양(陽)이 되고, 정(靜)하면 음(陰)이 되나, 한번 동하고 한번 정하는 것은 기요, 동하게 하고 정하게 하는 것은 이이다. 천지의 사이에 형상을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은 오행의 정기가 모여서 된 것도 있고, 천지의 괴기(乖氣)를 받은 것도 있고, 음양이 서로 격동하는 데에서 생긴 것도 있고, 음양 이기(二氣)가 발산하는 데에서 생긴 것도 있다. 그러므로 일월성신(日月星辰)이 하늘에 걸려 있는 것, 비·눈·서리·이슬이 땅에 내리는 것, 바람·구름이 일어나는 것, 우뢰·번개가 일어나는 것은 기가 아님이 없으며, 하늘에 걸려 있는 까닭, 땅에 내리는 까닭, 풍운(風雲)이 일어나는 까닭, 우뢰와 번개가 일어나는 까닭은 모두 이가 아님이 없다.”고 말하면서 천지우주의 원리를 이기에서 제시한다.
다음으로 “이기(二氣)가 진실로 조화되면 하늘에 걸려 있는 것이 그 도(度)를 잃지 않고, 땅에 내리는 것이 반드시 시(時)에 맞으며, 풍운뇌전(風雲雷電)이 모두 화기(和氣) 속에 있으니, 이는 이(理)의 상(常)이다. 이기(二氣)가 조화되지 않으면 운행이 도를 잃고, 그 발산함이 시(時)를 잃어 풍운뇌전이 모두 괴기에서 나오니, 이는 이(理)의 변(變)이다.”고 말해 이기의 조화에 대해 설명한다.
끝으로 “그런데 사람은 천지의 마음이니, 사람의 마음이 바르면 천지의 마음도 바르고 사람의 기가 순(順)하면 천지의 기도 순하다. 그렇다면 이의 상(常)과 이의 변(變)을 어찌 한결같이 천도에 맡길 수 있겠는가? …… 성왕(成王)이 한번 잘못 생각하매 대풍(大風)이 벼를 쓰러뜨렸고, 주공(周公)이 수년을 교화하매 바다에 파도가 일지 않았으니, 그 기가 그렇도록 시킨 것도 또한 사람의 일(人事)에서 말미암은 것이다. …… 아아, 일기(一氣)의 운행 변화가 흩어져 만수(萬殊)가 되나, 나누어서 이를 말하면 천지만상이 각각 일기(一氣)이지만, 합하여 이를 말하면 천지만상이 같은 일기(一氣)이다. …… 이로써 본다면 천지가 제자리에 위치하고 만물이 육성되는 것이 어찌 임금 한 사람의 수덕(修德)에 달린 것이 아니겠는가? ……”라 하여 통치자의 태도를 언급하고 있다.
언급된 내용은 이기론(理氣論)에 입각한 우주관이며 또 천인합일설이다. 물론 이이의 「천도책」을 자세히 살펴보면 불교와 노장철학을 위시한 제자학(諸子學) 등 여러 종파 및 학파의 사상과도 깊이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이는 유학의 본령(本領)을 들어 그 기본 정신에 투철했으며, 철학적으로 전개했을 뿐만 아니라 실제적인 현실 문제에까지 연결시켰던 것이다.
당시 시험관이었던 정사룡(鄭士龍)·양응정(梁應鼎) 등은 이이의 2,500여 자에 달하는 책문을 보고 “우리들은 여러 날 애써서 생각하던 끝에 비로소 이 ‘문제’를 구상해냈는데, 이모(李某)는 짧은 시간에 쓴 대책(對策)이 이와 같으니, 참으로 천재이다.”고 말하였다. 이이의 「천도책」은 당시의 학계를 놀라게 했을 뿐 아니라, 후일 명나라에까지 알려졌다. 1582년(선조 15) 겨울, 중국의 조사(詔使)로 온 한림원편수(翰林院編修) 황홍헌(黃洪憲)이 원접사로 나온 이이를 보고 역관(譯官)에게 “저 사람이 「천도책」을 지은 분인가?”라고 물었다는 것으로 보아, 이이의 명성은 이미 그 당시 중국의 학계에까지 널리 알려졌음을 알 수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천도책 [天道策]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천도책(天道策)
문(問) :
천도는 알기도 어렵고 또 말하기도 어렵다. 해와 달이 하늘에 걸려서 한 번은 낮이 되고 한 번은 밤이 되는데, 더디고 빠른 것은 누가 그렇게 한 것인가?
간혹 해와 달이 함께 나와서 때로는 겹쳐서 일식과 월식이 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오성(五星)은 씨[緯]가 되고 여러 별은 날[經]이 되는 것을 또한 상세하게 말할 수 있는가?
경성(景星 상서로운 별)은 어느 때에 나타나며 혜발(彗孛 상서롭지 못한 별 이름)이 나오는 것은 역시 어느 때 있는 것인가?
혹자가 말하기를, “만물의 정기(精氣)가 올라가서 여러 별이 된다.” 하는데, 이 말은 또한 어디에 근거한 것인가?
바람은 어느 곳에서 일어나 어디로 들어가는가?
어떤 때에는 불어도 나무가 울리지 아니하는데, 어떤 때에는 나무를 꺾고 집을 허물어뜨리며, 순풍도 되고 폭풍도 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구름은 어디로부터 일어나며, 흩어져서 오색(五色)이 되는 것은 무엇에 감응한 것이며, 간혹 연기 같고 연기 아닌 것 같기도 한 것이 욱욱(郁郁)하고 분분(紛紛)한 것은 무엇 때문인가?
안개는 무슨 기운이 발한 것이며, 그것이 붉고 푸르게 되는 것은 무슨 징조인가? 누런 안개가 사방을 막기도 하고, 낮에 많은 안개가 끼어 어둡기도 한 것은 또 무엇 때문인가?
우레와 벼락은 누가 이를 주재하여 그 빛이 번쩍번쩍하고 그 소리가 두려운 것은 무엇 때문인가?
간혹 사람이나 물건이 벼락을 맞는 것은 또 무슨 이치인가?
서리는 풀을 죽이고 이슬은 만물을 적시는데 서리가 되고 이슬이 되는 이유를 들어 볼 수 있는가?
남월(南越)은 따뜻한 지방으로 6월에 서리가 내리는 것은 혹독한 괴변인데, 당시의 일을 상세하게 말할 수 있는가?
비는 구름을 따라 내리는 것인데, 간혹 구름만 자욱하고 비가 오지 아니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신농씨(神農氏) 때에는 비가 오기를 원하면 비가 오는 태평한 세상이라 36번의 비가 있었으니, 천도(天道)도 사사롭게 후한 것이 있는가? 혹은 군사를 일으킬 적에 비가 오고, 혹은 옥사(獄事)를 판결할 적에 비가 오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초목의 꽃술은 다섯 잎으로 된 것이 많은데, 눈꽃[雪花]은 유독 여섯 잎으로 된 것은 무엇 때문인가?
눈 위에 눕고 눈 속에 서는 것과, 손님을 영접하고 벗을 방문하는 일들도 다 말할 수 있는가?
우박[雹]은 서리도 아니고 눈도 아닌데, 무슨 기운이 모인 것인가? 어떤 것은 말의 머리만큼 크고, 어떤 것은 달걀만큼 커서, 사람과 새와 짐승들을 죽인 것은 어느 때에 있었는가?
천지가 만상(萬象)에게 각각 그 기운을 두어서 이루었는가, 아니면 한 기운이 유행하여 흩어져서 만상이 되었는가?
간혹 보통의 도리에 어긋나는 것은 하늘의 기운이 어그러졌기 때문인가, 사람의 일이 잘못되었기 때문인가?
어떻게 하면 일식과 월식이 없을 것이며 별이 제자리를 잃지 않을 것이며, 우레와 벼락이 치지 않을 것이며, 서리가 여름에 내리지 않을 것이며, 눈이 너무 많이 내리지 아니하며, 우박이 재앙이 되지 아니하며, 풍해와 수해가 없이 각각 그 질서에 순응하여, 마침내 천지가 안정되고 만물이 육성되는 경지에 이를 수 있을 것인가? 그 도는 어떤 것에서 말미암는가?
여러 선비는 널리 경사(經史)에 통하여 능히 이런 것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니, 각각 마음을 다하여 대답하라.
대(對) :
하늘의 일은 소리도 없고 냄새도 없어서, 그 이(理)는 지극히 미묘하고, 그 상(象)은 지극히 드러났으니, 이 말을 아는 이라야 더불어 천도(天道)를 논할 것입니다. 이제 집사(執事) 선생께서 지극히 미묘하고 지극히 현저한 도로써 문목(問目)을 내어 궁구하고 연구한[窮格] 논설을 듣고자 하니, 진실로 학문이 천(天)ㆍ인(人)을 다한 이가 아니라면 어찌 능히 이것을 논하겠습니까? 청컨대, 어리석은 저는 평상시에 선각자에게 들은 바로써 밝은 물음에 만의 한 가지라도 답하고자 합니다.
그윽이 이르건대, 만화(萬化)의 근본은 오직 음양뿐입니다. 이 기가 동하면 양이 되고 정하면 음이 됩니다. 한 번 동하고 한 번 정한 것은 기요, 동하게 하고 고요하게 하는 것은 이(理)입니다. 대개 형상이 천지 사이에 있는 것은 혹은 오행의 바른 기가 모인 것도 있고, 혹은 천지의 괴이한 기를 받은 것도 있습니다. 혹은 음양이 서로 부딪치는 데서 나기도 하고, 혹은 두 기[二氣]의 발산하는 데서 나기도 하기 때문에 해ㆍ달ㆍ별은 하늘에 걸렸고, 비ㆍ눈ㆍ서리ㆍ이슬은 땅으로 내립니다. 바람과 구름이 일어나고 우레와 번개가 일어나는 것은 이 기(氣)가 아닌 것이 없습니다. 그 하늘에 걸리게 하고 땅에 내리게 하며, 구름과 바람이 일어나게 하고 우레와 번개가 일어나게 하는 것은 이 이가 아닌 것이 없습니다. 음ㆍ양이 진실로 조화하면 저 하늘에 걸린 것은 그 절도를 잃지 아니하고, 땅에 내리는 것은 다 때에 순응하여, 바람ㆍ구름ㆍ우레ㆍ번개가 다 화한 기운 속에 있을 것이니, 이는 이의 떳떳한 것입니다. 음ㆍ양이 조화하지 않으면 그 행하는 것이 절도를 잃고 그 발산하는 것이 때를 잃어서, 바람ㆍ구름ㆍ우레ㆍ번개는 다 괴이한 기에서 나옵니다. 이는 이의 변한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은 천ㆍ지의 마음이라, 사람의 마음이 바르면 천ㆍ지의 마음도 바르고, 사람의 기가 순하면 천ㆍ지의기도 순한 것입니다. 그러면 이의 떳떳하고 변하는 것을 일체 천도에만 맡겨야 되겠습니까? 저는 이것에 대하여 말하고자 합니다.
홍몽(鴻濛 어둡고 아득한 모양)이 처음으로 갈라져서 해와 달이 교대로 밝으니 해는 태양의 정(精)이 되고, 달은 태음의 정이 됩니다. 양정(陽精)은 빠르게 운행하기 때문에 하루에 하늘을 한 바퀴 돌고, 음정(陰精)은 더디게 운행하기 때문에 하루에 다 돌지 못합니다. 양이 속하고 음이 더딘 것은 기요, 음이 더디게 되는 것과 양이 빠르게 되는 것은 이입니다. 저는 누가 그렇게 하는지를 알지 못하겠으나, 자연히 그렇게 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따름입니다.
해는 임금의 상징이요. 달은 신하의 상징입니다. 그 운행하는 궤도를 같이 하고, 그 모이는 데 절도를 같이 하기 때문에 달이 해를 가리면 일식이 되고, 해가 달을 가리면 월식이 되는 것입니다. 저 달이 희미한 것은 오히려 변괴가 되지 아니하나, 이 해가 희미한 것은 음이 성하고 양이 미약한 까닭으로,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깔보고 신하가 임금을 거역하는 형상입니다. 하물며 두 해가 한꺼번에 나오거나 두 달이 한꺼번에 나타나는 것은 비상한 괴변이니, 다 괴이한 기로 인해 그렇게 되는 것입니다. 제가 일찍이 옛일을 탐구해 보니, 재앙과 변괴는 덕을 닦는 치세(治世)에는 나타나지 아니하고, 박식(薄蝕)의 변은 다 말세의 쇠한 정치에서 나왔으니, 하늘과 사람이 서로 합하는 것을 여기에서 알 수 있습니다. 지금 하늘이 푸른 것은 기가 쌓여 있는 것이요, 바른 색은 아닙니다. 만약 별이 찬란하게 기강이 되지 않는다면 천기(天機)의 운행은 아마도 구명하지 못할 것입니다.
저 별의 반짝반짝하고 가물가물하는 것은 각각 자리와 차례가 있는 것은 어째서입니까? 모두 원기(元氣)의 운행이 아닌 것이 없습니다. 뭇별들은 하늘을 따라 운행하고 스스로 운행하지 못하기 때문에 날[經]이라 하고, 오성(五星)은 때를 따라 각각 나타나고, 하늘을 따라 행하지 않기 때문에 씨[緯]라고 합니다. 하나는 정한 차례가 있고 하나는 일정한 절도가 없습니다. 그 대개를 말하면, 하늘은 날[經]이 되고 오성은 씨[緯]가 됩니다. 그 상세한 것을 말하자면, 한 장의 종이에다 다 기록할 수 없습니다. 상서로운 별도 상시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며, 변괴로운 별도 상시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경성(景星)은 반드시 밝은 세상에 나타나고, 혜발(彗孛)은 반드시 쇠한 세상에 나타나는 것이니, 우순(虞舜)의 학문이 밝은 세상에는 경성이 나타났고, 춘추전국 시대에는 혜발이 나타났습니다. 우순같이 다스린 시대가 한 번 뿐이 아니며, 춘추와 같이 어지러운 시대도 한 번만이 아닌데, 어찌 일일이 들어 진술하겠습니까.
만물의 정기(精氣)가 위로 올라가 별이 된다고 하는 따위는 저는 삼가 의혹을 가집니다. 별이 하늘에 있는 것은 오행의 정(精)이요, 자연의 기입니다. 저는 어떤 물(物)의 정기가 어떤 별이 되었다라고는 여기지 않습니다. 팔준(八駿)이 방성(房星)의 정기가 되었고, 부열(傅說)이 죽어서 별이 된 것과 같은 따위는 산과 물이 있는 큰 땅이 그림자를 푸른 하늘에 보낸다는 말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이는 선비가 믿을 바가 아닙니다. 별의 기운이 된 것은 기가 허하여 엉긴 것입니다. 그것이 혹시 음기가 맺히지 못하여 간혹 떨어져서 돌이 되기도 하고, 언덕이 되기도 한다는 것은 제가 소자(邵子)에게 들었으나, 물의 정기가 별이 된다는 것은 듣지 못하였습니다. 또 대개 천지 사이에 가득 찬 것은 다 기입니다. 음기가 엉기고 모여서, 밖에 있는 양기가 들어가지 못하면 돌고 돌아서 바람이 되는 것입니다. 만물의 기운은 비록 말하기를, “간방(艮方)에서 나와서 곤방(坤方)으로 들어간다.”고 하나, 그 음의 모이는 것이 정(定)한 곳이 없으므로 양의 흩어지는 것도 방향이 없는 것입니다. 큰 땅덩이가 기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어찌 한 방위에서만 얽매일 것이겠습니까. 동쪽에서 일어나는 것이 만물을 기르는 바람이지만, 그렇다고 동쪽에서 처음 시작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까? 서쪽에서 일어나는 것이 숙살(肅殺)하는 바람이지만, 그렇다고 서쪽에서 처음 시작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까? 가시나무에 새 집을 짓고 빈 구멍에 바람이 불지만, 그렇다고 빈 구멍에서 처음 시작된다고 할 것입니까? 정자의 말에, “올해의 우레는 일어나는 곳에서 일어난다.” 하였으니, 저로서는 바람이 흔들흔들하고 살랑살랑하는 것은 기가 부딪치면 일어나고 기가 쉬면 그치는 것으로, 당초에 들어오고 나가는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치세(治世)는 음ㆍ양의 기가 펴져서 맺히지 않습니다. 그래서 흩어지더라도 반드시 화하여 불어도 나뭇가지가 울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세도(世道)가 이미 쇠하면 음ㆍ양의 기운이 서리어 펴지지 못하기 때문에, 그 흩어질 적에 반드시 격동하여 나무를 꺾고 집을 허물어뜨리는 것입니다. 순풍[少女]은 화하게 흩어지는 것이요, 폭풍[颶母]은 격동해서 흩어지는 것입니다. 성왕(成王)이 한 번 생각을 잘못하자 큰 바람이 벼를 쓰러뜨렸고, 주공이 수년(數年) 동안 덕화(德化)를 펴자 바다에는 풍파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 기운이 그렇게 된 것은 역시 인간의 일에 말미암은 것입니다. 만약 산천의 기운이 올라가서 구름이 되는 것이라면, 좋고 나쁜 징조를 그를 통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선왕(先王)은 영대(靈臺)를 설치하고 기상을 살펴서 길ㆍ흉의 징조를 고찰하였습니다. 대개 좋고 나쁜 징조는 일어나는 그 날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전조가 있기 때문입니다. 구름이 희면 반드시 흩어지는 백성이 있고, 구름이 푸르면 반드시 곡식을 해하는 벌레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검은 구름이 어찌 수재(水災)의 징조가 되지 않으며, 붉은 구름이 어찌 전쟁의 징조가 되지 않겠습니까. 누런 구름만이 풍년이 들 상서로운 징조이니, 이는 곧 기운이 먼저 나타난 것입니다.
연기도 아니고 안개도 아닌 것이 분분하게 빛나고 맑게 흩어져 유독 지극히 화한 기운을 얻어서, 성왕(聖王)의 상서로운 것이 되는 것은, 오직 경사로운 구름[慶雲]입니다. 진실로 백성의 재물을 살지게 하고 노여움을 풀어 주는 덕이 없으면 이것을 이루기가 어렵습니다. 어찌 수(水)ㆍ토(土)의 맑고 가벼운 기운이 한갓 백의 청구(白衣靑狗)가 되는 데 비할 것이겠습니까. 안개는 음기(陰氣)가 새지 못하여 김[蒸]이 막혀서[鬱] 된 것입니다. 물체의 음기가 모인 것도 능히 안개를 낼 수 있으니, 대개 산천의 나쁜 기운입니다. 그 붉은 것은 병상(兵象)이 되고, 푸른 것은 재얼(災孽)이 되는 것은 다 음이 성한 징조입니다.
역적 왕망(王莽)이 한(漢)나라를 참위(僭位)했을 때에는 누런 안개가 사방에 쌓였고, 천보(天寶)의 난 때에는 큰 안개가 낮에 끼어 어두웠으며, 한 고조(漢高祖)가 백등(白登)에서 포위되었을 때나, 문산(文山 문천상(文天祥))이 시시(柴市)에서 죽을 때에는 다 흙먼지가 일어났습니다. 혹시 신하가 임금을 반역한다거나 혹시 오랑캐가 중국을 침략한다거나 하면, 이런 것은 다 가히 그 비유로써 추측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양기가 발산한 뒤에 음기가 양기를 싸서, 양기가 나오지 못하면, 떨치고 쳐서 우레와 번개가 됩니다. 우레는 반드시 봄과 여름에 일어나니, 이는 천지의 노한 기운입니다. 빛이 번쩍이는 것은 양기가 발하여 번개가 된 것이요, 소리가 두려운 것은 두 기[二氣]가 부닥쳐서 우레가 된 것입니다. 예전 선비들이 말하기를, “우레와 번개는 음ㆍ양의 정기(正氣)라, 벌레를 놀라게 하기도 하고, 간사한 사람을 치기도 한다.” 하였습니다. 사람도 진실로 사기(邪氣)가 모인 것이 있고 물(物)도 역시 사기가 붙어 있으니, 정기가 사기를 치는 것은 또한 당연한 이치입니다. 공자께서 심한 천둥이 칠 때면 반드시 얼굴빛이 변한 것은 이 때문입니다. 하물며 마땅히 벼락이 쳐야 할 곳에 친 경우이겠습니까? 상(商)의 무을(武乙)과 노(魯)의 이백(夷伯)의 사당에 벼락이 친 것은, 이런 이치가 없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만약 “반드시 어떤 주체가 그 벼락 치는 권한[柄]을 잡고 주관하는 것이다.” 한다면, 이는 천착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또 양기가 펴질 때에 이슬로써 만물을 적시는 것은 구름의 젖은 기운이요, 음기가 혹독할 때에 서리로써 풀을 죽이는 것은, 이슬이 맺힌 것입니다. 《시경》에, “갈대는 푸르고 푸르른데, 흰 이슬은 서리가 된다.” 한 것은 이를 말한 것입니다. 혹시 음기가 지극히 성하면 서리가 제 시기에 내리지 아니합니다. 위주(僞周)가 조정에 임하자, 음ㆍ양의 위치가 바뀌어 남월(南越)은 지극히 따뜻한 지방인데도 6월에 서리가 내렸으니, 생각건대, 이는 필시 온 세상이 온통 몹쓸 음기(陰氣) 속에 갇혀 있어서인 듯합니다. 무씨(武氏)의 일은 말할 수 있지만 말하려면 길어집니다.
비와 이슬은 다 구름에서 나오는 것인데 젖은 기운이 성한 것은 비가 되고, 젖은 기운이 적은 것은 이슬이 됩니다. 음양이 서로 합하면 이에 비가 내리는데, 간혹 구름만이 자욱하고 비가 오지 않는 것은 아래위가 서로 합하지 못해서입니다. 《홍범전(洪範傳)》에 이르기를, “황제가 지극하지 못하면 그 벌(罰)은 항상 음(陰)하다.” 한 것은 이를 말한 것입니다. 또 양이 지극히 성하면 가물고, 음이 성하면 장마가 지는데, 반드시 음양이 조화하여야 비로소 비 오거나 맑은 날씨가 때를 맞춥니다. 대개 신농씨 같은 성인의 순박하고 밝은 시대에 있어서, 맑은 날씨를 바라면 맑고, 비를 바라면 비가 온 것은 진실로 당연한 이치입니다. 성왕(聖王)이 백성을 다스릴 때 하늘과 땅이 화합하여 5일에 한 번씩 바람이 불고 10일에 한 번씩 비가 내린 것도 역시 그 떳떳한 이치입니다. 이 같은 덕이 있으면 반드시 이 같은 보응이 있는 것이니, 어찌 천도(天道)가 사사로이 후하게 하는 것이 있겠습니까. 대개 억울한 기운은 한재(旱災)를 부르기 때문에 한 여자가 억울함을 품어도 오히려 흉년을 이룹니다. 무왕(武王)이 상(商)나라를 이긴 것이 족히 천하의 억울한 기운을 해소하기에 충분하였고, 안진경(顔眞卿)이 옥사를 판결한 것이 한 지방의 억울한 기운을 해소하기에 충분하였으니, 알맞게 비가 내린 것이 괴이할 것이 없습니다. 하물며 태평한 세상에는 본래 한 사내나 한 아녀자조차도 그 은택을 입지 않은 이가 없으니, 어찌 비와 바람이 순조롭지 않겠습니까. 지극히 추울 때에는 하늘과 땅이 비록 닫히고 막혔으나, 음양이 합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비가 엉겨서 눈이 되는데, 이는 대개 음기가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초목의 꽃은 양의 기운을 받았기 때문에 꽃술이 다섯 잎이 난 것이 많은데, 5는 양의 수(數)입니다. 눈꽃[雪花]은 음의 기운을 받았기 때문에 유독 여섯 잎이 되었으니, 6은 음의 수입니다. 이 역시 자연히 그렇게 되는 것입니다. 원안(袁安)이 문을 닫고 눈 위에 누운 것과 구산(龜山)이 뜰에 선 것과 왕원보(王元寶)의 난한회(暖寒會)와 왕자유(王子猷)의 산음(山陰)의 흥(興)과 같은 것은, 혹은 고요한 것을 지키는 낙이 있고, 혹은 도(道) 있는 이를 찾는 정성이 있어서이며, 혹은 호사하던지 혹은 방종한 데서 나온 것으로서, 다 천도와 관계되지 않는 것이니 어찌 오늘 말할 거리가 되겠습니까.
또 우박은 어그러진 기운에서 나온 것입니다. 음기가 양기를 협박하기 때문에 그 발할 때는 물을 해칩니다. 옛일을 상고하면 우박이 큰 것은 말 머리만 하고 작은 것은 달걀만 하여, 사람을 상하게 하고 짐승을 죽였던 일이, 혹은 전란이 심한 세상에 일어나기도 하였고 혹은 화를 일으킨 임금을 경고하기 위하여 일어나기도 하였으니, 그것이 역대의 경계가 되기에 충분하다는 것은 반드시 여러 번 진술하지 않더라도 이를 미루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아아, 한 기운이 운행하고 조화하여 흩어져서 만 가지 형상이 되는 것이니, 나누어 말하면 천지와 만 가지 형상이 각각 한 기운이나, 합하여 말하면 천지와 만 가지 형상이 모두 같은 한 기[一氣]입니다. 오행의 바른 기운이 모인 것은 해와 달과 별이요, 천지의 어그러진 기운을 받는 것은 혼무ㆍ흙비, 안개ㆍ우박이 됩니다. 천둥과 번개는 두 기[二氣]가 서로 부닥치는 데서 생기고, 바람ㆍ구름ㆍ비ㆍ이슬은 두 기가 서로 합하는 데서 생기는 것이니, 그 구분은 비록 다르나 그 이치는 하나입니다.
집사(執事)께서 편(篇)의 끝에서 또 말하기를, “하늘과 땅이 제자리를 잡고, 만물이 육성되는 것은 그 도가 무엇에 말미암은 것인가?” 하였는데, 어리석은 저는 이 말에 깊은 느낌이 있습니다. 저는 듣건대, “임금은 그 마음을 바르게 함으로써 조정을 바르게 하고, 조정을 바르게 함으로써 사방을 바르게 하여야 하니, 사방이 바르면 천지의 기운도 바르다.” 하였고, 또 듣건대, “마음이 화하면 몸이 화하고, 몸이 화하면 기운이 화하고, 기운이 화하면 천지의 환한 기운이 응한다.” 하였으니, 천지의 기운이 이미 바르면 해와 달이 어찌 서로 침해하며 별이 어찌 그 자리를 잃는 일이 있겠습니까. 천지의 기운이 이미 화하면 천둥ㆍ번개ㆍ벼락이 어찌 그 위력을 내며, 바람ㆍ구름ㆍ서리ㆍ눈이 어찌 그때를 잃으며, 흙비가 내리는 어그러진 기운이 어찌 그 재앙을 만들겠습니까. 하늘은 비ㆍ볕ㆍ더운 것ㆍ추운 것과 바람으로써 만물을 생성하고, 임금은 엄숙함과 다스림과 슬기와 계획, 신성함[聖]으로써, 위로 천도에 응하는 것입니다. 하늘이 제때에 비를 내리는 것은 엄숙함에 응한 것이며, 제때에 볕이 나는 것은 다스림에 응한 것이며, 제때에 더운 것은 슬기에 응한 것이며, 제때에 추운 것은 계획에 응한 것이며, 제때에 바람 부는 것은 신성함에 응한 것입니다. 이로써 본다면 천지가 안정되고 만물이 육성하는 것은 어찌 임금 한 사람이 덕(德)을 닦는 데 달려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자사(子思)가 이르기를, “오직 천하의 지극한 정성이라야 능히 화육(化育)할 수 있다.” 하였고, 또 이르기를, “양양(洋洋 넓고 큰 모양)히 만물을 발육하여 높이 하늘에 닿았다.” 하였으며, 정자가 이르기를, “천덕(天德)과 왕도(王道)의 요령은 다만 홀로 삼가는 데 있다.” 하였습니다.
아, 지금 우리 동방의 동물과 식물이 모두 자연의 화육(化育) 속에 고무(鼓舞)되는 것이 어찌 성상의 홀로 삼가는 데 달려 있지 않겠습니까. 원컨대, 집사께서 미천한 자의 어리석은 말을 임금께 상달하신다면, 가난한 선비는 움막 속에서도 유한이 없을 것입니다. 삼가 대답합니다.
한국고전번역원 | 권오돈 권태익 김용국 김익현 남만성 성낙훈 안병주
[原文]
栗谷先生全書卷之十四 / 雜著 一
天道策
問。
天道難知。亦難言也。日月麗乎天。一晝一夜。有遲有速者。孰使之然歟。其或日月竝出。有時薄蝕者。何歟。五星爲緯。衆星爲經者。亦可得言其詳歟。景星見於何時。彗孛之生。亦在何代歟。或云萬物之精。上爲列星。此說亦何據歟。風之起也。始於何處而入於何所歟。或吹不嗚條。或折木拔屋。爲少女爲颶母者。何歟。雲者。何自而起。散爲五色者。何應歟。其或似煙非煙。郁郁紛紛者。何歟。霧者。何氣所發。而其爲赤爲靑者。有何徵歟。或黃霧四塞。或大霧晝昏者。亦何歟。雷霆霹靂。孰主張是。而其光燁燁。其聲虩虩者。何歟。或震於人。或震於物者。亦何理歟。霜以殺草。露以潤物。其爲霜爲露之由。可得聞歟。南越地暖。六月降霜。爲變酷矣。當時之事。可得詳言之歟。雨者。從雲而下。或有密雲不雨者。何歟。神農之時。欲雨而雨。太平之世。三十六雨。天道亦有私厚歟。或師興而雨。或決獄而雨者。抑何歟。草木之花。五數居多。而雪花獨六者。何歟。臥雪立雪。迎賓訪友之事。亦可歷言之歟。雹者。非霜非雪。何氣之所鍾歟。或如馬頭。或如鷄卵。殺人鳥獸。亦在於何代歟。天地之於萬象。各有其氣而致之歟。抑一氣流行而散爲萬殊歟。如或反常。則天氣之乖歟。人事之失歟。何以則日月無薄蝕。星辰不失躔。雷不出震。霜不夏隕。雪不爲沴。雹不爲災。無烈風。無淫雨。各順其序。終至於位天地育萬物。其道何由。諸生博通經史。必有能言是者。其各悉心以對。
對。
上天之載。無聲無臭。其理至微。其象至顯。知此說者。可與論天道也。今執事先生。以至微至顯之道。發爲問目。欲聞窮格之說。苟非學究天人者。烏能與議於此歟。愚請以平日所聞於先覺者。以復明問之萬一。竊謂萬化之本。一陰陽而已。是氣動則爲陽。靜則爲陰。一動一靜者。氣也。動之靜之者。理也。凡有象於兩閒者。或鍾五行之正氣焉。或受天地之乖氣焉。或生於陰陽之相激。或生於二氣之發散。是故。日月星辰之麗乎天。雨雪霜露之降于地。風雲之起。雷電之作。莫非是氣也。其所以麗乎天。其所以降于地。風雲所以起。雷電所以作。莫非是理也。二氣苟調。則彼麗乎天者。不失其度。降于地者。必順其時。風雲雷電。皆囿於和氣矣。此則理之常也。二氣不調。則其行也失其度。其發也失其時。風雲雷電。皆出於乖氣矣。此則理之變也。然而人者。天地之心也。人之心正。則天地之心亦正。人之氣順。則天地之氣亦順矣。然則理之a044_310c常。理之變者。其可一委於天道乎。愚請因是而白之。曰自鴻濛初判而兩曜代明。日爲大陽之精。月爲大陰之精。陽精疾運。故一日而周天。陰精遲運。故一夜而不周。陽速陰遲者。氣也。陰之所以遲。陽之所以速者則理也。愚未知其孰使之然也。不過曰自然而然爾。日。君象也。月。臣象也。其行也同道。其會也同度。故月掩日而日爲之蝕。日掩月而月爲之蝕。彼月而微則猶不爲變。此日而微則陰盛陽微。下陵上替。臣逆君之象也。而況兩日竝出。兩月俱見。則其爲非常之變。莫非乖氣之使然也。愚嘗求諸古昔。災異之作。不見於修德之治世。而薄蝕之變。咸出於叔季之衰政。則天人交與之際。斯可知矣。今夫天之蒼蒼。氣之積也。非正色也。苟非星辰之粲然。可紀天機之運。殆不可究矣。彼昭昭耿耿。各有躔次者。何莫非元氣之所運也。衆星隨天行而不能自運。故謂之經。五星隨時各現而不隨天行。故謂之緯。一則有常次。一則無常度。言其大槪。則天爲之經而五星爲緯矣。欲言其詳。則非盈尺之紙所能盡矣。星之爲瑞者。旣不常現。星之爲變者。亦不常出。故景星必現於昭代。妖彗必孛於衰世。虞舜文明。景星斯現。春秋昏亂。彗孛斯作。治若虞舜者非一代。亂若春秋者亦非一代。安可一一歷陳歟。若曰萬物之精。上爲列星。則愚竊惑焉。星辰之在天者。五行之精而自然之氣也。愚未知某物之精。乃爲某星也。八駿之爲房精。傅說之爲列星。若此之類。與所謂山河大地。送影碧落之說。何異哉。此非儒者之所信也。星之爲氣。虛而凝者也。其或陰氣未結。或隕而爲石。墜而爲丘阜者。愚聞之邵子焉。不聞物精之爲星也。且夫盈天地閒者。莫非氣也。陰氣有所凝聚。而陽之在外者不得入。則周旋而爲風。萬物之氣。雖曰出於艮入於坤。而其陰之聚者無定所。則陽之散也。亦無方焉。大塊噓氣者。豈可拘於一方耶。起於東者爲長養之風。則其可以東方爲始耶。起於西者爲肅殺之風。則其可以西方爲始耶。枳句來巢。空穴來風。則其可以空穴爲始耶。程子之言曰。今歲之雷。起處起。愚亦以爲調調刁刁者。觸氣而起。氣息而止。初無出入也。盛治之世。陰陽之氣。舒而不結。故其散也必和。而吹不鳴條。世道旣衰。陰陽之氣。鬱而不舒。故其散也必激。而折木拔屋。少女則和而散者也。颶母則激而散者也。成王一念之失。大風偃禾。周公數年之化。海不揚波。其氣之使然者。亦由於人事也。若山川之氣。上升爲雲。則休咎之徵。因此可見。先王設靈臺。候雲物。于以考吉凶之兆焉。蓋休咎之作。不作於作之日。必有所由兆。故雲之白則必有流散之民。雲之靑則必有害穀之蟲。黑雲豈不爲水災之兆。赤雲豈不爲兵革之徵乎。黃雲則歲稔之祥也。此乃氣之先見者耳。若其非煙非霧。郁郁紛紛。蕭散漂靄。獨得至和之氣而爲聖王之瑞者。則其惟慶雲乎苟無阜財解慍之德。則難乎致此矣。豈爲水土輕淸之氣。徒爲衣狗之比者哉。霧者。陰氣未洩而蒸鬱者耳。物之鍾陰者。亦能生霧。蓋山川之沴氣也。其赤而爲兵象。靑而爲災孼者。莫非陰盛之徵也。莽賊僭位。黃霧四塞。天寶亂政。大霧晝昏。與夫高皇帝白登之圍。文山柴市之死。咸致陰霾。或以臣下叛君上。或以夷狄侵中國。則若此者。皆可類推也。至若陽氣發散之後。陰氣包陽而陽不得出。則奮擊而爲雷霆。故雷霆之作。必以春夏。此天地之怒氣也。光之燁燁。則陽氣發而爲電。聲之虩虩。則二氣相薄而爲雷。先儒氏曰。雷霆。陰陽之正氣也。或以驚蟄。或以擊邪。人固有邪氣之所鍾者。物亦有邪氣之所寓者。正氣之震乎邪氣。亦其理也。孔子迅雷必變者。良以此也。而況當震而震者。若商之武乙。魯之夷伯之廟。則不可謂無是理也。若曰必有一物。操其柄而主張之者。則近於鑿矣。且若陽舒之時。露以潤物者。雲之澤也。陰慘之際。霜以殺草者。露之結也。詩不云乎。蒹葭蒼蒼。白露爲霜。此之謂也。其或陰氣極盛。則霜之隕也。或不以時。僞周臨朝。陰陽易位。南越。極暖之地而六月降霜。想必八荒都囿於陰沴之氣矣。武氏之事。所可道也。言之長也。雨露皆出於雲。而澤之盛者爲雨。澤之微者爲露。陰陽相交。斯乃下雨。或密雲不雨者。上下不交也。洪範傳曰。皇之不極。厥罰常陰者。其斯之謂乎。且陽亢則旱。陰盛則水。必也陰陽和調。然後雨暘適時。夫以神農之聖。處淳熙之世。曰暘而暘。曰雨而雨。固其宜也。聖王臨民。天地交泰。五日一風。十日一雨。亦其常也。有如此之德。則必有如此之應矣。天道豈有私厚歟。夫冤氣者。招旱之由也。是故。一女懷冤。尙致赤地。則武王之克殷。足以消天下之冤氣矣。眞卿之決獄。足以消一隅之冤氣矣。甘雨之霔。不足怪矣。而況大平之世。本無匹夫匹婦之不被其澤乎。若夫隆寒之時。天地雖已閉塞。而二氣亦不得不交。故雨澤之凝爲雪花。蓋陰氣使然也。草木之花。受氣之陽。故多五出。五者。陽數也。雪花。受氣之陰。故獨六出。六者。陰數也。此亦莫之爲而然耳。若袁安之閉戶。龜山之立庭。暖寒之會。山陰之興。則或有守靜之樂。或有訪道之誠。或出於豪奢。或出於放達。皆不關於天道。則何足爲今日道哉。且雹者。戾氣之所出也。陰氣䝱陽。故其發也害於物。稽於往古。則大如馬頭。小如鷄卵。傷人殺獸者。或出於黷武之世。或警于基禍之主。則其爲足戒於歷代者。不必縷陳。而推此可知矣。嗚呼。一氣運化。散爲萬殊。分而言之。則天地萬象。各一氣也。合而言之。則天地萬象。同一氣也。鍾五行之正氣者。爲日月星辰。受天地之戾氣者。爲陰霾霧雹。雷電霹靂。則出於二氣之相激。風雲雨露。則出於二氣之相合。其分雖殊。其理則一也。執事於篇終。又敎之曰。位天地。育萬物。其道何由。愚於此言深有感焉。愚聞人君正其心以正朝廷。正朝廷以正四方。四方正則天地之氣亦正矣。又聞心和則形和。形和則氣和。氣和則天地之和應矣。天地之氣旣正。則日月安有薄蝕。星辰安有失躔者哉。天地之氣旣和。則雷電霹靂。豈洩其威。風雲霜雪。豈失其時。陰霾戾氣。豈有作孼者哉。天以雨暘燠寒風而生成庶物。人君以肅乂哲謀聖而上應天道。天之時雨。若乎肅也。天之時暘。若乎乂也。時燠者。哲之應也。時寒者。謀之應也。時風者。聖之應也。以此觀之。天地之位。萬物之育。豈不繫於一人之修德乎。子思子曰。惟天下至誠。爲能化。又曰。洋洋乎發育萬物。峻極于天。程子曰。天德王道。其要只在謹獨。噫。今我東方動植之物。咸鼓舞於鳶魚之天者。豈不繫於聖主之謹獨乎。願執事以芻蕘之一得。上達天聰。則韋布書生。庶無遺恨於篳門圭竇之下矣。謹對。
[주-D001] 靄。 :
靄一作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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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전씨 중앙종친회 원문보기 글쓴이: 전과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