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비뇨기과에 들러서 혈액 검사 결과를 들었다.
혈액에는 별 이상이 없다니 안심해도 되겠고, 전립선비대증으로 인한 소변은 당분간 걱정을 덜 해도 되겠다.
의사는 당뇨병 있느냐고 물었다. 있다고 대답했다.
내과병원에 들러서 그저께 당화혈색소 검사 결과를 들었다.
지난해 7월에는 6.1까지 떨어졌던 수치가 7.4로 올랐다. 6~7개월 동안에 많이 올랐다. 수치가 높으면 췌장에서 인슐린 역할이 제대로 못하여 합병증이 빨리 오고, 노인의 경우에는 턱뼈가 녹아서 치아가 빠진다고 한다. 다양한 합병증이 유발하겠지만 나는 요즘 어금니가 아파서 치과 치료를 받으려고 마음먹고 있던 참이었다.
'운동이라고는 숨쉬기 밖에 안했습니다'라고 자진 실토했다.
'앵두 발효주를 먹고 마신다고 했는데, 이제는 그만 잡수세요'라고 의사는 덧붙였다.
내가 설탕가루 부어서 발효시킨 앵두를 자주 떠먹어서 그럴까? 앵두에 설탕가루를 부어도 발효되지 않고,그냥 설탕가루가 녹아내린 것에 불과하다는 게 내 오랜 경험이다. 나는 당뇨수치가 높은 원인은 설탕가루보다는 다른 요인으로 분석하고 싶다.
여의사는 당뇨약은 현행대로 처방하되 6개월 뒤인 8월 초에 재검사하겠다면서 약 3개월 분을 처방했다.
혈당수치가 높은 원인은 무었일까?
지난해 12월 중순에 시골집에서 며칠간 머물렀다. 묵직한 육철낫으로 나뭇가지를 후려치려다가 엉뚱하게도 무릎뼈를 찎었다. 겉옷으로 피가 나왔고, 통증이 오래 지속되었다. 통증을 완화하려면 걷는 것조차도 조심스러워 했다. 겨우내 서울 아파트에서 머물면서도 무릎 굽히지도 못했고, 걷는 것조차도 자제했다. 또, 겨울철에는 춥다는 핑계로 방에만 틀어박혀서 오로지 컴퓨터에 매달려서 시간을 보낸 결과였다.
시골 텃밭에서 딴 감을 200개 쯤이나 먹었고, 다른 음식물도 '배가 없어서 못 먹는다'며 많이도 먹었다. 이런 것도 수치를 높이는 요인은 되겠다.
오늘, 아침밥과 점심밥을 굶은 채 병원에 들렀는데도 배는 고프지 않았다.
귀가하는 도중에 서울 송파구 잠실새내역(얼마 전까지는 신천역) 부근의 알라디서점에 들러서 중고책을 골랐다. 토박이말, 지방 사투리와 은어에 관한 책을 골랐다. 충남 대천지역의 사투리도 제법 보였다. 내가 쓰는 토박이말이며 사투리이다. 나중에 보다 충실한 자료집이 있는지를 확인해야겠다면서 시장 바깥으로 도로 나왔다.
잠실 새마을시장 안으로 들어갔다. 재래시장이라서 먹을거리들이 정말로 많았다. 전혀 다듬지 않은 채소, 반쯤 가공한 식재료, 완성된 식품들이 즐비하게 많았다. 떡 빵 과자 등 먹을거리를 슬쩍 보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아무리 맛있다고 해도 내가 양껏 사 먹을 수는 없다. 나한테는 금단의 식품들이었다. 오래 전부터 당뇨병 환자이기에 음식물은 절제해야 한다는 잠재의식은 늘 있었다. 이런 이유로 오늘은 식탐이 일어나지도 않았지만 마음은 허전했다.
빈 손으로 귀가했다. 아내는 당화혈색소 수치가 지난해 7월에는 6.1이었는데 지금은 왜 이렇게 높아졌느냐고 핀찬하며, 걱정했다. 늙은 호박을 많이 먹어서 그렇다며 호박을 탓했다. 나는 단 것을 많이 먹어서 수치가 높아졌다고는 보지 않는다. 주요 원인은 운동부족이라고 단정한다. 이 글 쓰는데 다친 무릎이 또 은근히 아파 온다. 기온이 쑤욱 내려가면 통증은 더욱 심해진다. 2월 초순인 요즘의 기온은 무척이나 낮다. 내일 새벽에는 영하 6도로 떨어지고 주말에는 최저 영하 9도까지 내려갈 전망이다. 운동부족이 주요 원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바깥으로 나가 걸어야 하는데도 또 걱정이 앞선다.
아내가 늙은 호박도 당뇨수치를 높혔다고 했기에 인터넷으로 늙은 호박을 검색해야겠다. 늙은 호박국을 조금 더 먹었기로서니 당화혈색소 수치가 쑤욱 올라갈까? 내 생각은 아니다. 지난해 시골 텃밭에서 걷어들인 호박이 아까워서 조금 더 많이 먹을 뿐이데 이게 무슨 요인이여?
고향집 텃밭 세 자리에는 감나무, 앵두나무, 무화과나무, 매실나무, 대추나무, 모과나무, 석류나무, 왕보리수나무, 산뽕나무, 오가피나무 들이 잔뜩이나 있는데 이들 과일과 열매는 다 어쩌지? 지난해에도 조금만 따고는 그냥 방치한 채 서울에 올라왔다. 앵두 감은 다 땄고, 매실은 1/5만 따고, 왕보리수는 1/20만 땄다. 설탕 부은 뒤에 서울 올라왔다. 해마다 더욱 많이 열리면, 더 많이 딸 터. 당뇨병 환자인 내가 무진장 먹고 마실 수는 없을 터.
설탕가루 부어서 만드는 발효주는 나한테는 별로 신뢰성이 없다. 내가 당뇨병 환자이기에 더욱 그럴 게다.
오늘은 늙은 아내한테 지청구를 잔뜩 먹었다. 왜 밥만 먹고는 운동을 하지 않았느냐고 잔소리를 늘렸다. 날마다 먹는 지청구이지만 오늘만큼은 내가 가만히 다 들어야 했다. 당화혈색소 수치가 나를 주눅들게 했기에.
오늘 저녁밥은 무척이나 그랬다. 멀건한 쌀죽에 오이, 양배추 등 푸성귀만 잔뜩 올랐다. 내가 소나 염소도 아닌데도 당분간 맛 없는 풀을 잔뜩 먹어야 하나 보다.
방안에서 조심스럽게 무릎 굽히기를 시도해야겠다. 틈 나는대로 잠실 석촌호수에 나가 걸으면서 팔도 흔들어야겠다. 컴퓨터를 조금은 덜 만지도록 자제해서 겨우내 지친 눈도 쉬고, 맑아지도록 해야겠다.
2017. 2. 8. 수요일. 최윤환
첫댓글 당화혈색소? 그 수치의 의미를 모르면 무식한 거겠지?
난 아직 의사가 혈액검사에서 아무 말 안하는 것 보면 괜찮은 모양일세
수확한 과실에 설탕을 많이 넣어 발효 시키기 보다 그냥 과실 자체를 먹는 게 어떠한가?
어떤 책에서 보았는데, 정제 설탕은 나뿌지만 사탕수수 자체를 먹어서 섭취한 당은 인체에 해롭지 않다는 걸세
하여간에 마음대로 먹을 수 없다는 것도 고통이겠네,
새내역 부근에도 "알라딘"이 있구먼,
전에 이사할 때 책을 팔아본 경험이 있는데 건대역까지 가서 책을 팔았거든...ㅎㅎ
책을 파는 비문명적 행위를 했다고 나무라지 말게나. 전에는 이사할 때 많은 책과 옷가지들을 버렸었는데,
중고책과 음반 등을 거래하는
알라딘을 알게 되어서 폐지로 버리지 않고 누군가에게 싼값으로 제공될 수 있다는 게 괜찮았네
인터넷으로 접속해서 매매 가능 여부와 가격등을 알아보고, 가져가거나 택배로 보내면 팔 수가 있다네.
최형도 책이 엄청 많을 텐데...
그래도 아마, 책을 파는 것은 안되는 일이라고 할 테지만 말일세,ㅎㅎ 그런데 이사할 때 책이 정말 큰 짐이더라고요,
@정희태 나는 시골집 있으니까 헌 책은 시골집 사랑방에 보관하면 될 터.
이사할 때에는 책도 큰 짐이 되겠구먼.
나한테는 책이 늘 필요하고... 이제는 백수가 되어서 책 사 보기에도 조금은 겁이 나.
나는 헌 책 팔 수도 없어. 책 사면 뒷장에 날자를 적는 버릇이 있어서.
혹시 소용이 덜 가는 책 있거든 나한테 귀뜀 하소.
시골에서 작업하려면 헌 옷이 최고지. 양복 입고는 일 할 수 없을 터.
나한테는 버릴 게 하나도 없던데.. 시골에서는 버릴 게 하나도 없어서 좋아...
서울에 오면 왜그리 내다버리는지... 과대포장, 허영덩어리 상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