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2099년 6월 26일 새벽, 결국은 제2의 육이오가 터지고 말았다. 그러나 전쟁은 길게 끌지 않았다. 북한 당국이 남침을 결정하고, 선전포고도 없이 핵 미사일 단추를 눌렀지만 작동이 되지 않음으로써 남북한의 전쟁은 시작되자마자 끝난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횡단보도 신호등은 빨간불이었는데 위반하려고 첫 발걸음을 옮기는 순간, 파란불로 바뀐 상황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겠다. 타의에 의해서이지만 전쟁 범죄에서 벗어나게 되었으니 결과적으로는 잘 잘된 일이 아닌가. 전쟁의 비극이 한순간 민족의 희망으로 다가왔으니 도발자의 속마음은 얼떨떨했으리라. 어쨌든 남북한의 국민은 아무것도 몰랐으니 다른 날과 똑같이 평화로운 날이었다. 총소리 한 번 안 나고 사이버 전쟁만으로 끝났으니 앞으로 세계의 전쟁사에서 이런 기록은 찾아볼 수 없으리라.
남한의 발달한 레이저 무기-모든 탄환, 포탄, 비행기, 유도탄, 인공위성까지 100% 요격 가능-와 해킹 기술-비밀 무기-로 인해 북한의 유도탄과 핵무기 관리 프로그램이 송두리째 남한 주도하로 넘어오면서 핵탄두 개수와 위치가 노출되고 영구적인 방해 프로그램이 설치되어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그리고 핵실험장의 통제력이 상실되면서 북한에 있는 핵무기는 남한의 수중으로 넘어왔으니 북한은 비무장 상태에 놓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남한은 핵무기 없는 한반도 비핵화 정책을 추구해 왔기 때문에 북한 핵을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한반도 비핵화 정책 실현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6월 27일, 남북한은 즉각 판문점 회담을 통해 문호를 개방하고 교류를 시작하기로 합의함으로써 한민족의 이념적 바탕인 홍익인간의 정신으로 평화 통일을 실현하는 계기를 만들었으니 전쟁은 오히려 기회를 만든 순간이기도 했다. 그동안 동족상잔은 한 번으로 끝내자는 뜻에서 1950년의 비극, 육이오의 원인을 철저하게 연구했는데 그 결과로 여러 가지 현실적인 예방책 중 핵심은 레이저 요격 기술과 북한 핵 무력화였고 보조 수단은 사이버 전술 능력의 획기적인 발전이었는데 그 전략이 적중한 것으로 한민족의 뛰어난 과학적 역량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재래식 전쟁과 달리 핵전쟁은 민족 자체의 소멸을 의미하기 때문에 제2의 육이오, 동족상잔의 비극이 한반도에서 재발하지 말아야 한다는, 절실한 마음에서 서두에 소개한, 짧은 공상과학소설은 이제 잊어버리고 차가운 마음을 회복하여 현실로 돌아오자. 우리에게 가장 중대한 일은 무엇인가. 그것은 한반도의 평화와 한민족의 번영이 아닌가. 그런데 그 가장 큰 장애물은 동족 간의 전쟁이니 한겨레가 지구상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전쟁의 재발을 막는 것이 양쪽 모두의 승리임이 분명하니 육이오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먼저 그 발발의 원인을 정확하게 밝히고 그 유사한 원인이 다시 생긴다면 신속하게 제거해야 할 것이다.
육이오의 주원인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이념에 대한 환상과 권력욕이었다. 권력을 잡기 위한 수단이 되므로, 집권자는 이념을 이용하기 마련이다. 민족의식은 내동댕이치고 오로지 이념이라는 안경으로 보기 시작하면서 조장된 적대감이 결국 전쟁을 일으킨 것이다. 이념의 다양성을 부정하고 한 가지 이념만으로 넓은 세상을 좁은 우물 안에 가두려는 오류에 의해서 민족이라는 낱말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념의 정당성이 삶의 현장에서 그것이 실현됨으로써 국민의 지지를 받는 대신 성급하게 현실과 동떨어진, 추상적인 이념만을 구호로 내세우며 무력에 의존하여 국민의 지지를 훔치려는 유혹에 넘어가면서 비극은 시작되는 것이다.
세계대전 이후 공산주의와 민주주의 양 진영의 냉전은 분단된 한반도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일본의 패전과 그 뒤처리 과정에서 식민지였던 한반도는 둘로 나뉘어 두 이념의 지배하에 들어갔으니 또 다른 의미의 식민지가 되었다고 표현해도 무방할 것이다. 또 북이라는 이유로 공산 진영, 남이라는 이유로 민주 진영으로 남게 되었으니 한반도는 두 이념의 실험장이 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냉전의 최전선으로 그어진 삼팔선이 민족을 둘로 나눈 지 5년 만에 상대방 이념을 부정하며 단일 이념을 추구하다 보니 육이오가 발발한 것이다. 하지만 쌍방 간 막대한 재산과 인명 피해만 보고 원점으로 돌아와 일단 싸움을 중지하고 각자 이념을 추구하며 살아가자며 그은 선이 휴전선이 아닐까. 하지만 끝나지 않은 전쟁을 대비하여 북은 핵과 운반체를 개발하고 남은 산업화의 기반 위에 방위산업을 발전시켰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자 북한은 전쟁에 개입하여 러시아에 미사일을 공급하고 남한은 여러 나라에 전투기, 탱크 등을 수출까지 하고 있으니 이것은 양측이 오랜 기간 전시 국가 체제로 국가를 운영하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로, 70여 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육이오의 부산물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외국에 현대적인 무기를 보낼 여유가 있을 만큼 전쟁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지만 한반도의 분단은 전쟁이 아니라 변증법적인 지양 발전의 과정을 통해 극복하고 통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본다. 역으로 군사력 증강은 전쟁이 아니라 전쟁 예방의 도구가 되어야 하니 아무리 평화 통일을 향한 시간이 더디더라도 무력은 경계색의 역할만 할 뿐 동족 간에는 사용되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스포츠를 통한 좁은 길이라도 열고 차차 남북 간의 문화 교류 확대를 통해 서서히 동질성을 회복하는 것이 바로 홍익인간의 실현이리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이며 책임인데 새로운 미래를 이끌어 갈 인적 자원이 동족 간의 전쟁으로 낭비된다면 얼마나 큰 손실인가. 전쟁은 바보짓이다. 이는 남이냐 북이냐를 따질 일이 아니다. 전사한 국민을 극진히 예우하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겠지만 그 비극을 예방하고 개개인 누구든지 행복을 추구하며 민족 번영의 역군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하지 않겠는가.
첫댓글 옳으신 생각입니다. 전쟁이란 결국 살생으로 막을 내리는데 북핵의 우력화를 위한 노력이 많이 필요한 때인 것 같습니다. 서두처럼만 국가의 총일이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겠습니다. 흥망성쇠가 하나의 역사의 궤도처럼 오르락 내리락 하나 불안의 그림자는 사라지진 않을 것 같습니다. 국가를 걱정하는 마음에는 공감합니다.
역사의 수레가 구덩이 속으로 바퀴를 몰아넣지 않는 현명한 국민들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세계를 볼 수 있는 눈으로 굴러가는 것 말이지요.
Evergreen님, 방문 감사!
오랜만에 수필 한 편 써 보았습니다. cafe가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소식을 접하면서 육이오를 생각하게 됩니다. 1950년 한국 전쟁을 우크라이나인들은 어떻게 보았을까. 2024년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는 한국인의 시각은 남과 북 둘로 나뉘었습니다. 분단의 비극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