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샘통문 32]아름다운 사람(50)-어느 출판사 대표
어제 또 한번의 책선물을 받았는데, 참으로 거창했다. 『북한 미술로 본 금강산의 사계』(이현주 지음, 서울셀렉션 2025년 1월 펴냄, 444쪽, 58000원)와 『병원 갈 일 없는 대사 혁명』(류은경 지음, 서울셀렉션 2024년 12월 펴냄, 330쪽, 21000원). 그야말로 빵빵한 신간이다. 서울셀렉션은 2004년 가을부터 나와 인연이 있는 출판사(나의 첫 수필집 『백수의 월요병』을 펴냈다. 당시 언론에서 대서특필했으나 흥행에는 실패했다)이고, 통신사 문화부 기자 출신인 대표(김형근)는 ‘아마존’ 등 외국에 ‘Hank kim’으로 알려진, 영어 잘 하는 출판인이다. 지난주 도움이랄 것도 없는데도 도움을 받아 고맙다며 보낸 것인데, 이것은 ‘民弊’에 가깝다.
아무튼, 6만원에 육박하는 ‘금강산 그림첩’(북한출신들이 그린 금강산의 四季)은 나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金剛山도 食後景’이란 말이 있지만, 이명박정부 이전에 ‘금강산 관광’은 우리를 황홀하게 만드는 충분한 ‘상품’이었다. 부모님을 모시고 ‘58항차’로 다녀온 금강산은 나를 孝道하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꿈에 그렸던, 정말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100여m 구룡폭포의 절벽에 쓰여 있는 붉은 글씨 ‘彌勒佛’(구한말 해강 김규진의 작품)을 직접 보고 감탄한 게 1999년이었던가. 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한 저자 이현주는 2001년 동료의 소개로 우연히 접한 북한 그 림 ‘조선화’를 보고 매료되었다. 그동안 수집한 북한 미술작품 중에서 ‘금강산의 사계’만을 골라 책으로 발간하고 싶다는 소망을 이 출판사를 통해 풀게 됐다. 이 또한 ‘역사적인 必然’일 듯하다. 흔히 1만2천봉으로 알려진 금강산은 크게 외금강, 내금강, 해금강으로 나뉘는데, 북한의 유명짜한 수백 명의 화가(인민예술가, 공훈예술가 등)들이 그린 세 구역의 작품을 수집하여 한 군데에 모으고, 약간의 해설을 덧붙인 ‘圖錄’이라 하겠다.
아무리 分斷된지 반 세기가 훌쩍 넘었지만, 白頭山과 금강산은 우리 마음 속에 아련히 품고 있는 ‘民族의 山’이 아니던가. 물론 묘향산도, 구월산도, 칠보산도 있지만, 그 으뜸은 백두산과 금강산일 터. “금강산 찾아가자 일만이천봉/볼수록 아름답고 신기하구나/철 따라 고운 옷 갈아입는 산”이나 가곡 <그리운 금강산>을 모르는 국민이 있는가. 한 이름없는 세무사가 그 금강산을 그린 북한의 근현대 미술작품을 20여년 간 수집한 집념과 끈기야말로 ‘인간승리’이자 ‘愛國’에 다름아니라는 게 나의 생각이다. 물론 資料의 의미는 충분할지언정 ‘돈’이 안될 걸 뻔히 알면서도 이 비싼 책을 펴낸 출판인 역시 고마운 일이다.
이런 책을 펴낸 사람은 당연히 아름다운 사람이기에 , 나의 주변에 넘치는 ‘아름다운 사람’ 50번째로 기록하는 까닭이다. 이것은 결코 어떤 정치적이거나 이념이 아닌 순수한 문화 예술적 측면에서 봐야 한다. 그리고 그런 부문은 쌔고쌨고, 그런 愛國者 역시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할 일이다. 어느 갤러리에서 이 그림들을 전시하는 기획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1988년 한겨레신문사에서 펴낸 <북녘의 산하-백두산·금강산>이라는 사진집을 지금껏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구보타 히로'시라는 일본 전문사진작가가 찍은 사진을 嚴選한 것인데, 지금 보아도 가슴이 뛴다. 그러니, 북한 화가들이 그린 <금강산 사계> 그림들이 내 가슴을 뛰게 하지 않았겠는가.
함께 보내준 『병원 갈 일 없는 대사 혁명』은 일전에 보내준 『나를 살리는 생명 리셋』(의학박사 전홍준 지음, 2023년 5쇄 발행, 544쪽, 17400원)이나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매직스푼』(한의학박사 이현주 지음, 2024년 펴냄, 231쪽, 22000원) 류의 건강서적인데, 아마도 10여년째 당뇨와 고혈압, 고지혈증 등으로 약을 먹는 나를 위한 배려의 차원인 듯하다. 서울셀렉션은 또한 이 시대 ‘화타’로 불리는 김영길 선생의 저서 『병에 걸려도 잘 사는 법』(456쪽)을 펴내기도 했다. 오지 산간마을에서 40여년간 수많은 환자들을 진료한 김영길 선생의 치유 철학과 치유사례를 담은 책으로, 세간에 큰 화제를 낳았다. 이 책 3권만 완독을 하고, 그대로 따라하기만 하면 持病을 너끈히 치료할 수 있으련만, 게으름으로 몇 쪽 보지도 못해 미안한 뿐이다.
또한 ‘한국 건축의 魂’을 鐵筆로 담 은 ‘한국 펜화의 거장’ 김영택의 펜화집(『펜화, 한국건축의 혼을 담다』 2013년 서울셀렉션 펴냄, 170쪽, 32000원)은 떠들어볼 때마다 기분을 좋게 한다. 책을 선물해서가 아니고, 진실로 이 땅의 출판문화의 진흥을 위해 孤軍奮鬪하는 김대표에게 讚辭와 敬意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