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억장 무너지고 가슴 답답한 일이 여기저기 두더지게임처럼 정신없이 튀어나오곤 합니
다만. 우리가 막연히 4대강 정비사업 반대라고만 외쳤던 부분이 현실화되는 현장을 보니..
아! 이런 것이구나.. 하고 구체적으로 다가오더군요.
며칠 전 지리산 실상사를 다녀왔습니다.
남원방향에서 산내면으로 가는 길목마다 여러 단체의 지리산댐 반대 프랑카드가
문명이라는 바람 앞에 힘없이 애원하는 촛불과 같이 가녀리게 흔들리고 있더군요.
주민으로부터.. 그 많은 프랭카드들 중에 진심어린 반대의 목소리가 얼마나 될까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진심으로 지리산의 운명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반대 제스쳐를 취해서
보상비를 타내려고 혈안이 된 사람들도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아 금권보다 더 좋은 가치
는 없구나~ 하고 가슴 아팟습니다.
1200년 유서 깊은 실상사는 화장기 없는 여인네처럼 맨얼굴의 편안함과 우리민족 특유의
냄새라고 할까.. 작고 소박한 시골 아줌마처럼 그렇게 1200년간을 지리산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직접적으로 실상사 근처의 지리산은 수몰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산속에 많은 물이 고여 있으면 수증기가 산을 뒤덮어서 산 전체의 호흡을 막고
그동안 자연스럽게 성장했던 지리산의 생태가 완전 뒤바뀌고.. 사람들도 폐렴에 걸릴 확률
이 높아진다고 하네요.. 전에 소양강댐 주변에서 오랫동안 살아왔던 원주민들이 십년 이십
년 지나면서 폐암으로 많이 고생했다고 하더군요.
올라와서 지리산댐의 자료를 찿아보니.. 80년부터 부산 시민들의 용수 부족 해결을 위해서
낙동강 상류에 댐 건설을 추진하려 했지만 그때마다 지역주민들 반대로 무산되었다고 합니
다. 진주의 남강댐을 진주시민들이 반대하고,,봉하댐도 지역주민 반대로 무산되고..
칠선계곡 입구 마천아래 문정댐을 건설하기 위해서 다른곳 보다 쉬운 함양촌사람들을
구슬리게 된 듯 합니다.
함양군수가 앞장서서 지역개발비. 보상비 등의 미끼로 주민들을 선동해서 80프로 주민이 찬
성하기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그러나 댐은 행정구역상 함양의 마천에 세워지지만 바로 경계에 있는 실상사도 수몰 내지는
습기피해를 받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환경평가를 제대로 했다면 그 댐은 지리산
생태 보존을 위해서 절대 들어설 수 없을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더 많은 보상과 댓가를 받고 싶어합니다.
그것을 나쁘다고 말 할 수는 없지요.
하지만,, 지리산에 거주한다고 해서.. 자신들의 땅이라고 생각해선 안됩니다.
지리산은 우리 국민들 모두의 것입니다.
지리산의 생태농업단지도, 거기 서 있는 소나무도, 묵묵히 1200년을 지리산에 품에 앉겨있
던 실상사도, 우리에게 깨끗한 먹거리와 공기를 주고,, 우리의 마음을 치유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돈으로 바꿀 수 없는 무형의 자산이라고 해서 업신여기면 안됩니다.
제가 본 곳은 지리산이지만.. 4대강 정비하는 모든 강마다 .. 이런 몸살을 앓고 있다고 생각
하니.. 내 나라.. 내 강산의 아픔이 얼마나 갈래갈래 많을꼬... 시름이 더 깊어지는 여행이었
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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