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冬至)가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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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대사/海垣, 이경국)
동지는 밤이 가장 긴 날이다. 님을 만나 속삭이려면 우선 시간은 길 수록 좋으니 동지가 좋다.
어쩌면 깜빡하고 잠이 들더라도 시간이 아쉽지는 않을 것이다.
황진이는 님을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여 한 허러를 베어 낸다고 시적으로 표현했다.
물론 임을 만나면 펼쳐 놓고 싶은 심정임도 담고 있다.
동짓날이 지나면 陽의 기운이 서서히 스며들기 시작한다. 팥죽을 먹으면 나이는 한살 더 먹게 된다. 팥죽은 먹으면 좋지만 이제 나이를 더하는 것은 사실 싫다.
섣달 그믐이 작은 설이지만 동지도 작은 설이라 부른다. 설이라 부른다.
팥죽속 새알을 골라서 먹던 소싯적이 생각난다. 누나와 새알 빚기를 하면서 너무 크면 다시 만들기도 하였다.
동지에는 새알을 먹고 나이를 더한다. 설에는 떡국을 먹고 나이도 함께 먹는다. 나이는 드는게 아니고 먹는거다.
팥죽은 새알이 핵이다. 떡국은 꾸미맛으로 먹는다. 꿩꾸미에 두부를 잘게 썰어서 넣는다. 꾸미는 간장 (장물)맛에 따라서 떡국맛이 차이가 난다.
묵은 세배를 하고 그날 세뱃돈을 받는다. 설날에는 동리를 돌면서 세배를 드리고 떡국을 먹는다.
동지의 분위기는 역시 시골이 좋다. 등잔은 호롱불에 의지한다. 등잔아래서는 처녀들이 미인으로 보인다. 희미하기 때문이다.
죽은깨가 보조개로 둔갑을 하는지 모르겠다.
학창시절 방학에는 우리집에 저녁이면 동리 처녀들이 다 모인다. 이런 저런 인문학 얘기가 이어진다.
필자는 얘기를 하기 위하여 책을 많이 읽었다. 여성잡지를 보고 얘기를 했던 일들이 고스란히 추억속에 남아 있다.
'지금은 엄마 아빠 되어 있겠지'를 지나서 할비 할미가 된 初老의 모습들이다.
그나마 함께 늙어가니 다행이다.
동짓날은 밤이 길어서 좋다는데 역시 사랑은 달빛아래 맛이 난다. 태양아래의 사랑은 너무 밝아서 싫어하는 까닭이다.
음(陰)이 깔린 밤이 좋다.
소싯적에는 여인숙도 없었고 面단위는 얼굴을 다 알기에 사랑에 제약이 따른 시대였다.
따라서 面은 '얼굴面字'를 쓰는 것이다. 결국 캄캄한 밤이 그나마 보호막 역할을 한다.
문학적으로는 물레방아간이나 보리밭이 지금의 모텔역할을 했다.
아마 스릴은 많았을 것이다. 문학작품에 많이 나오는 얘기다.
올해는 나이를 먹더라도 팥죽속 새알을 많이 먹을 생각이다. 요즘은 집에서 팥죽을 끓이지 않고 山寺에서 가져 오는 아내이다.
동지에 생각나는 것은 팥죽, 애기동지, 황진이, 긴밤 등이 아닐까 싶다.
동짓날 갈대를 태운재를 묻으면 보름이 지나면 흙으로 돌아가는 절기이니 신비스럽다. 오늘이 그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