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절 촉루주술과 불법
1 부처님은 여러 곳을 다니다가 왕사성에 돌아오셔서 대숲절에 드셨다. 그때, 교살라국에 미카시라, 곧 사슴머리라는 바라문 도인이 있었다. 그는 마갈구의 별 아래서 났다 하여, 이런 이름을 붙였다 한다.
그는 해골의 주술의 묘한 이치를 얻었는데, 주문을 외우며 해골을 두드리면 그 사람이 어디에 났는지를 안다는 것이다. 죽은 지 삼 년이 된 해골이라도 그 난 곳을 말한다는 것이다. 가정을 가지지 않고,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며 그 주술로써 여러 사람의 존경을 받았다. 부처님이 왕사성의 기사굴산에 계실 적에 찾아와서, 부처님과 술법을 겨루어 보려 청했다. 부처님은 그 사슴머리 바라문을 데리고 어떤 무덤 가에 가서, 해골 하나를 얻어 가지고 그에게 물었다.
"너는 해골의 주술에 묘리를 얻었다 하니, 이 해골의 주인이 사내냐, 여인이냐?"
그는 주문을 외우며 해골을 들고 손가락으로 두드리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구담이여, 이것은 사내의 것입니다."
"그래, 무슨 병으로 죽었는가?"
"여러 가지 병이 겹쳐서 죽은 것인데, 하리록 과일을 꿀에다 재워 먹었더라면 구할 것을 그랬습니다."
"이제 이 사내는 어느 곳에 났느냐?"
"삼악취에 떨어져 있습니다."
부처님은 다시 해골을 하나 잡고 물었다.
"이것은 사내냐, 여인이냐?"
"여인입니다."
"무슨 병으느 죽었는가?"
"난산으로 죽었습니다."
"이제 어느 곳에 나서 있느냐?"
"짐승의 무리에 나서 있습니다."
사슴머리는 이와 같이 몇 개의 해골을 시험해 보아도, 남녀의 구별과 그 죽은 원과 또 난 곳을 말했다. 부처님은 다시 해골 하나를 잡았다. 그는 아무리 주문을 외우며 해골을 두드려 보아도 그 주인의 내력을 알 수가 없었다. 마침내 부처님께 가르침을 빌었다. 부처님은
"이것은 열반에 든 비구의 해골이니라."
고 하셨다.
사슴머리는 그것이 부처님의 묘한 술법인 줄 알고 불법의 그 술법을 배우기를 청했다. 부처님은 불법에 귀의하여 비구가 되면 가르쳐 주겠다고 말했다. 사슴머리 바라문은 머리를 깎고 비구가 되어 가르치는 대로 열심히 공부하였다. 홀로 물러가 선정에 들어 마음을 닦고 하더니, 마침내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그제야 사슴머리는 해골의 주인을 알 필요가 없게 되었고, 자기의 깨달음을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부처님의 가르치심 도를 닦아서
더러운 때를 씻고 애욕을 벗어났네.
부처님이 살피시어 이내 마음 밝히시니 갖은 얽힘 끊고서 깨달음을 얻었네.
2 부처님이 사위성의 기원정사에 계시다가, 다시 왕사성에 돌아와 대숲절에서 우기안거를 지내셨다. 그때에 줄타기, 나무 위에 올라 재주부리기 등의 광대놀이꾼 욱가세나는 그 아내와 같이 패거리를 거느리고 왕사성에 왔다. 그는 본디 이 성 안 부자의 아들이었는데, 돌아다니는 광대패가 성안에 와서 놀이를 할 적에, 그 가운데 한 광대의 딸을 그리워한 나머지 집을 버리고 그 광대패에 뛰어들게 되었다.
그리하여 욱가세나는 처음 광대 재주를 배울 적에 그 딸과 동료들에게 조소와 멸시 속에 눈물의 나날을 보냈는데, 그래도 마침내 그 재주를 익혀 이제는 광대패를 거느리고 여러 나라로 돌게 되었다.
하루는 왕사성에서 스스로 육십 척이나 되는 높은 기둥 위에 올라가 재주를 부릴 때에 시민들의 열광적인 환영을 받았다. 부처님은 마침 그때에 비구들을 데리고 그곳에 오셨다가, 목건련을 시켜 신통으로써 같은 높이에 올라가서 욱가세나에게 법을 설하게 했다. 욱가세나는 그 법을 듣고 매우 기뻐하여 기둥에서 내려와 부처님 앞에 엎디어 절하고, 출가하여 도를 배우기를 빌었다. 부처님은 그것을 허락하니, 그 한패는 모두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고, 욱가세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달음을 얻어 아라한이 되었다.
3 다라불다는 왕사성 사람으로서 오백 명의 아가씨들을 거느리고 어떤 마을에 큰 잔치나 굿이 있을 때면 광대놀이를 보여 주곤 했다. 때로는 왕궁에 초청되어 공연하기도 했다. 욱가세나가 출가한 것을 보고, 그도 부처님을 대숲절로 찾아뵈었다.
"부처님이시여, 저는 선배에게 들었습니다. 광대가 무대에서 구경거리로서 관중을 기쁘게 하므로, 죽어서 희소천에 나게 된다고 하는데, 부처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다라불다여, 이런 것을 내게 물어서는 안 된다."
그는 세 번이나 물었지만 부처님은 세 번 다 물리쳤다. 네 번째 묻자,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다라불다여, 그렇지 아니하다. 그것은 사람의 마음을 흘리기 위하여 거짓으로 작란을 꾸며내어 사람으로 하여금 진실성을 잃게 하는 것이므로, 목숨을 마친 뒤에는 지옥에 떨어지게 되리라. 네가 들은 것은 그릇된 것이다. 그릇된 소견을 가진 자는 죽어서 지옥에 떨어지든가, 짐승이 되는 수밖에 없느니라."
이 말을 들은 다라불다는 눈물을 흘렸다.
"다라불다여, 그러기에 내게 그런 것을 물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지 않았더냐?"
"부처님이시여, 제가 우는 것은 부처님께서 무서운 미래를 말씀하셨기 때문이 아닙니다. 저의 선배가 내 생애는 하늘에 있다고 저를 속였기 때문입니다."
그는 열심히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마음을 내어 출가하였다. 부지런히 수행하여 마침내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그는 수행 중의 고난과, 어떻게 자기의 마음을 억제하였던가를 다음과 같이 노래하였다.
언제나 바위 속에 홀로 머물러 모두가 무상한 줄 관찰하면서
언제든지 누더기만 몸에 걸치고 이 몸이 내 것이라 생각지 않고.
욕심과 성냄과 어리석은 마음 다 떠나 숲 속에만 들어 있으며
늙음과 병듦이며 죽음 이기고 두려움 다 떨치고 숲에 살았네.
애욕의 칡덩쿨 베어 버리고 지혜의 칼날 앞에 마군 베이며
굶주림과 게으름에 팔리지 않고 빛과 소리 맛과 냄새 끌리지 않았네.
칭찬과 비방에도 움직이지 않고서 부처님 가르침에 마음 달래어
언제나 내 한 생각 굳게 가지며 그때가 기어이 오고 만다고.
마음아, 내 마음아 집 떠난 마음 네 이미 집 떠나서 사문 됐거니
네 어찌 이럭저럭 날 보낼 거냐, 또 다시 세속에는 아니 갈게다.
산 속에 지저귀는 아름다운 새도 부수는 저 하늘의 우레 소리도
숲 속에 홀로 있는 나를 위하여 언제나 이내 마음 위로했었네.
아내와 어버이와 친한 벗들도 이 세상 모든 욕락 다 버리고
숲 속에 머무르니 나는 즐거워 이 기쁨 나만 오직 홀로 아는 것.
이 세상 모든 것은 변화하는데 변치 않는 이 길을 찾아 보세나
마음은 원숭이란 부처님 말씀 욕심을 못 여의곤 누릴 길 없네.
공작과 해오라기 지저귀는 숲 표범과 사자들이 날뛰는 밤에
이 한 몸 죽은 듯이 움직임 없이 욕심을 여으려고 무진 애썼네.
깨침에 도달하는 길을 밟아서 괴로움의 뿌리 끊고 망상 없애려,
부처님 교훈 좇아 숲에 머물러 끊임없이 이 마음 채질하였네.
자취 없이 달아나는 이내 마음아, 내 이제 너를 좇아가지 않으리.
욕심은 고의 뿌리 공포의 근본 마음아, 나는 너를 좇지 않으리.
아득한 괴로움 바다 건너고 나니 이제는 마음이여, 옛적과 같이
그대의 지배하에 있지 않으리 내 오직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사슴과 공작하고 떼 지어 놀고 여름에 내릴 적에 서늘한 숲 속,
산 속에 나무나 짐승들처럼 바위굴 돌 자리도 솜이불 같네.
비뚠 길 쳐부수고 바른 길 찾아, 숲 속에 노닐면서 산을 즐기며
부처님 가르침을 지켜 나기니, 깨침의 저 언덕에 도달하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