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불이 외 1편
이원형
사는게 총성없는 전쟁이더군
눈앞에 노리는 적이 많아
직진의 끝은 적진이네
전방의 숨은 적을 향해 불을 붙이네
신께서 총구에 소음기를 달아놓아
소리도 없이 꽃은 피네
전쟁통에도 꽃은 피어 시끄러운 법인데
전쟁이 무슨 무성영화 같으네
반딧불이 같은 꽃이
구조신호 같은 꽃이
매캐하게 피어나네
한 모금에 한 마디씩만 피네
들숨은 꽃의 방아쇠
날숨에 향기 대신 화염이라니
방아쇠를 당겨 꽃을 날리네
표적은 어디 숨어 나를 노리나
적을 향해 꽃을 피웠다 생각했는데
꽃의 낭떠러지 같은 총구를 떠난 꽃이
뒤돌아
나를 죽이네
시든 꽃처럼 시드는 가슴
인연설
이원형
이쪽과 저쪽이 잇닿아 있지 않고서야
여기와 저기가 맞닿아 있지 않고서야
물밑 접촉도 없이
그 먼 시간을 건너
생판 모르는 이 사람과
생판 모르는 저 사람이
사전 조율도 없이
짜맞춤 가구 이음매처럼 딱 맞아떨어질 수가
짜고 치는 고스톱판에도 눈치싸움 살벌한데
꽃이 봄으로 오는 일
목련이 목련나무 가지 끝에 내려앉는 일에도
재고 또 재는 수고로움과 갈량을 거듭하는데
수 세기 전부터
눈길를 주고 받지 않고서야
수시로 전파를 쏘아 올리지 않고서야
나는 지붕 위에 올라 요리조리
안테나를 비틀어본다
프로필
충남 서산 출생
경희대 문예창작학과 재학중(사이버) 흙빛문학회 회원
2021 ⟪애지⟫등단 시집 ⟪이별하는 중입니다⟫
카페 게시글
애지의시인들
이원형의 담뱃불이 외 1편
애지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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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01 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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