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제별 시 모음 시 모음 1360. 「누님」 느티나무 ・ 10시간 전 URL 복사 이웃추가 누님에 관한 시 차례 누님 / 박정원 눈 -누님 / 박형진 나무 누님 / 차승호 고향의 누님 / 김사인 산자야 누님 / 이원규 누님을 생각함 / 이시영 누님의 우물 / 고광헌 누님의 가을 / 김명인 누님의 병 / 도종환 돼지 -큰누님 / 김영산 김포공항에서 -누님의 편지 / 윤중호 장작불 / 고재종 섬진강 4 -누님의 초상 / 김용택
누님 / 박정원 노오란 산국옆에서 누님이 웃네 산국을 꺾어들고 함박웃음이네 살랑 바람에도 분내음 흘리지 않는 작은 몸짓, 구부른 등을 언젠가도 보았던 것 같아 어머니가 다시 오셨나 무심코 스친 얼굴 누님은 어머니다, 빼닮았다 어머니 모습 어머니처럼 절에 가고 어머니처럼 늙어가네 화병에 꽂으며 어머니처럼 말하네 "얘, 어머니는 산국을 무척 좋아하셨어, 그치?" - 박정원,『그리워하는 사람은 외롭다』(한국세정신문사, 1998) 눈 / 박형진 - 누님 순백으로 희기만 한 것도 못 견디게 원망스러울 때가 있다 모든 것을 짓눌러 버릴 듯이 사흘 밤낮을 내리퍼붓는 눈 바짝 마른 등걸 같은 몸뚱이에 덮이던 차디찬 수의 포 같기도 해서다 그 하늘 차일 아래 물동이를 이고 샘 길을 걸어오는 누님 머리 위에 퐁퐁 나풀대던 눈들은 색색의 무지개 꽃송이들이었다 자태 짙은 한 그루 버들이었어 열아홉 살 바람에 휘날리던 푸르른 세월 꿈결처럼 눈보라 모질게 휘몰아 가면 어느 낯선 길모퉁이에 쓸쓸히 앙상한 뼈 하나로 누워 있어 깃털처럼 하얗게 누워 있어 오색눈의 환영만 다시 붉게 사위어 허공에 떠간다 - 박형진,『콩밭에서』(도서출판 보리, 2011) 나무 누님 / 차승호 개다리 삶아 쐬주 한 잔 걸치고 말복 더위에도 서늘한 그늘 나보다 낫살이나 더 잡수셔서 누님뻘 되시는 은행나무 앞에서 어렴성 없이 담배를 꼬나문다 어두운 들판 어둠 속에 싸가지를 감추고 담배를 꼬나물다 황당하게 누군가를 만난다면 그것도 아버지 친구 분이나 누구 동네 어른을 만난다면 늬 아버지 이름 뭐냐? 어린것이 길바닥이서 그러나 누님은 귀싸대기를 갈기지 않는다 어린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오지랖 넓은 누님 한 번은 오줌발을 꺼내들고 누님 몸뚱어리를 겨냥한 적이 있다 누님은 다만 부르르 어깨를 떨었을 뿐이다 누님 곁을 떠나 수년간 부산에서 살면서 혼자 비틀거리며 아버지처럼 귀가할 때 아버지가 되어 귀가할 때 나는 곧잘 누님을 떠올렸다 안마시술소보다 찜질방보다 피부에 좋다는 게르마늄 온천보다 편안한 누님 성격도 화끈하시지 작년인가 작년 그러께 타작할 때쯤 훌훌 벗어던지던 누님 올해도 찬바람 나면 가지마다 숯불 지펴놓고 또 화끈하시겠지요 그때쯤 나는 누님 곁에 돌아와 쐬주를 까겠습니다 3박4일 연가를 내겠습니다 - 차승호,『들판과 마주서다』(문학의전당, 2005) 고향의 누님 / 김사인 한주먹 재처럼 사그라져 먼 데 보고 있으면 누님, 무엇이 보이는가요 아무도 없는데요 달려나가 사방으로 소리쳐봐도 사금파리 끝에 하얗게 까무라치는 늦가을 햇살뿐 주인 잃은 지게만 마당 끝에 모로 자빠졌는데요 아아 시렁에 얹힌 메주덩이처럼 올망졸망 아이들은 천하게 자라 비어져나온 종아리 맨살이 차라리 눈부신데요 현기증처럼 세상 노랗게 흔들리고 흔들리는 세상 손톱이 자빠지게 할퀴어 잡고 버텨와 한 소리 비명으로 마루 끝에 주저앉은 누님, 늦가을 스산한 해거름이네요 죽은 사람도 산 사람도 떠나 소식 없고 부뚜막엔 엎어진 빈 밥주발 헐어진 토담 위로는 오갈든 호박 넌출만 말라붙어 있는데요 삽짝 너머 저 빈들 끝으로 누님, 무엇이 참말 오고 있나요 - 김사인,『밤에 쓰는 편지』(문학동네, 1999)
산자야 누님 / 이원규 인도의 스승 스와미 데바난다가 말했다 “산자야! 나의 어린양, 그대 이름은 산자야니라 그대는 별과 함께 와 바람으로 자유로우리라” 만나자마자 갈퀴손으로 정수리를 덮으며 단 한번 불러준 그 이름 그녀의 손금이 바뀌고 맨발의 지도가 그려졌다
용인수도원의 사회복지사 산자야 누님 오늘도 아침 댓바람부터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호스피스 병동 2층 복도를 걸어간다 이 세상 어디에도 죽을 곳이 없어 수녀원에서 때를 기다리는 무산자 할머니들 눈을 감고 코로 스윽 둘러보기만 해도 다 보인다
어이구, 저 이쁜 소녀가 물똥을 쌌구마이 냄새만 맡아도 나가 다 안당께 좀 작작 처묵어, 이놈의 할망구야 시방 똥 싸놓고 머시 부끄러버 두 볼이 다 빨개지능겨? 허허 웃으며 기저귀를 갈아준다 저승길 앞두고 된똥 황금변을 싼 구순의 할머니에게 아이구 이뻐라, 축하혀, 축하헌다고라 할매야, 씨원하제? 그려, 갈 때는 이렇게 확 싸불고 가는 것이여
수녀원의 복지사 산자야 누님이 말했다 “보이는 게 다가 아녀, 인생은 냄새여, 똥냄새! 내장이며 마음속까지, 숨 거둘 시간도 다 보인당께” - 이원규,『달빛을 깨물다』(천년의시작, 2019) 누님을 생각함 / 이시영 누님은 잘 계시는지 몰라 우리 둘 이복이지만 동복보다 더 가까웠던 60년 전주 덕진 수목장 햇볕 잘 드는 언덕에 90 평생 외로웠던 뺨 대고 고이 누우셨으니 오늘 밤 별빛도 그 뺨에 사뿐 내리리 - 이시영,『나비가 돌아왔다』(문학과지성사, 2021) 누님의 우물 / 고광헌 우물 속으로 무심한 별들이 쏟아지던 밤 행여 들킬까봐 교복을 입고 싶은 누님의 흐느끼는 소리 수백년 향나무들이 숨겨주었네 밤새 얇게 여윈 잔등 쓸어주며 목젖 아래로 우시던 어머니 통신교재 갈피마다 채송화 꽃잎 같은 한숨 그날 새벽에도 누님은 향나무 우물 속에 첫 두레박을 내렸네 속이 새까맣게 탄 별들이 마냥 우물 바닥으로 쏟아져내렸네 - 고광헌,『시간은 무겁다』(창비, 2011) 누님의 가을 / 김명인 누님은 오랜 기침 끝에 마지막 늑막을 앓았습니다 머리맡에는 아버님께서 띄워보낸 종이배 한 척이 흘러들어 가을은 문밖 너도밤나무 잎새에까지 와 닿아 있었습니다 해 그림자 설핏하면 조카들은 언덕에 올라 청댓잎 따 풀피리 불어서 누님의 처녀 적 갈래머리는 구름 속에서 노을과 함께 너풀대다가 힘에 부치면 겨우겨우 내 어깨쯤에 내려서곤 하였습니다 인간의 아름다움이 지상의 것임은 이미 손아래 누이가 죽은 몇 해 전에 입버릇처럼 어머님께서 일러주셨습니다 철 이른 단풍도 고삐 풀리면 저렇게 철없이 천방만화로 휘젓고 다니는 산길로 이따금 딴 세상의 바람 몇 줄기 몰려와 노는 것을 보면서 더러더러 제 살도 뜯으며 우리는 욕되게 살아 있음을 나누어갖기도 하였습니다 남은 남매들의 세월이 서두르지 않고 조심조심 짜지는 동안에도 싸움이 왁자지껄한 땅에는 누님의 거처가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차마 되돌아보지 못하는 어느 연대조차 이로써 새겨진 누님 까닭은 아니라 해도 어느새 조이삭 고개 숙이면 언덕 위로 찬바람 설겅이며 지나가는 해마다의 가을입니다 - 김명인,『머나먼 곳 스와니』(문학과지성사, 1988) 누님의 병 / 도종환 남모르게 뒷산으로 길을 택해서 복숭나무 그늘에 섰다 온 후론 밤마다 산3번지 고향 언덕은 쉬지 않고 머리맡에 무너져내렸다. 오늘도 당고개를 넘어가면서 쥐지은 자처럼 낯 가리고 기웃거리며 행랑채 격자창 툇마루 앞 오동나무 줄기를 올려다본다. 안수로 병 고치려 우물가에서 새벽마다 누님이 목물을 할 대 어깨 위의 달빛은 메밀꽃 흰 잎. 열 달이난 끊기었던 상한 핏줄길 한 아이가 뒤집어쓰고 태어난 뒤에 죽으면서 쑥뜸자리 맨 먼저 썩어 무덤 위에 억새풀 키 넘게 키워 새벽기도 종소리 백 날 넘으면 한두 해가 멀다 하고 식구 하나씩 손짓해서 당신께로 이끌고 갔지. 장롱을 해준다던 오동나무가 한 십년 고목으로 저렇게 커서 가잿골 건너 건너 낯선 골짜기 무덤 위의 억새풀과 몸짓하면서 고개 넘어 이 바람을 보내는 걸까 떠돌이로 떠돌이로 그리워 사는 고향을 잃은 것이 그때부털까. - 도종환,『고두미 마을에서』(창작과비평사, 1985) 돼지 / 김영산 - 큰누님 망헐놈의 돼야지, 망헐놈의 돼야지 금시 싸움질이여― 피범벅 된 꼬리 물어뜯으러 우르르 몰리는 놈들 간짓대로 패 운동장 내모니 불콰한 콧등 식식대며 흙덩이 마구 파헤치다, 접붙이랴 새끼 받으랴 주사 놓으랴 사료 주랴 똥 치랴 어미돼지 씨돼지 고기돼지 젖돼지 흰 돼지 검은 돼지 붉은 돼지 꽥꽥 울어쌓는 돼지막, 돼지는 우리 동네 고막손 아버지들 적부터 돼지 짠해하는 큰누님에 배어 콧구멍 벌렁대는 냄새 풍긴다 - 김영산,『벽화』(창비, 2004) 김포공항에서 / 윤중호 - 누님의 편지 돌아올 수 있는 사람들은 떠나지 않는다. 결혼에 실패 또 실패, 쫓겨나듯 뒤에 두고 가는 나라. 떠나는 건, 잊기 위해서가 아니라 소중한 것들을 소중하게 간직하기 위해서라지만, 떠나는 사람들은 떠나기 위해 검사받고 보내는 사람은 보내기 위해 검사받는 곳. 김포 공항, 이왕 서럽게 살 바에야, 아주 낯선 나라에서 몇 곱절 더 서럽게 살 일이라고 다짐하고 떠나는 곳. 차도 많고, 집도 많고, 땅도 많고 욕심도 많은 미국에서 서러운 황인종의 후예로 먼지 묻은 옷을 빨며, 다림질하며 산다는 누님. 올 수 없는 나라에 사는 동생에게 부친 편지에 번진 잉크 자국은, 아마 눈물 자국은 아닐 거야. 그럼 아닐 테지. - 윤중호,『본동에 내리는 비』(문학과지성사, 1988) 장작불 / 고재종 처서 지나며 큰누님은 아궁이에 불을 지핀다 괄게 타는 관솔불의 신명은 원도 한도 없다 그토록 팽팽하고 분홍이 감돌던 신수가 한평생 아궁이의 일렁이는 불빛에 자글자글 익었다 마른 장작 메워 밥 지을 때가 제일 좋았다고 한다 일곱 식구에게 뜨신 밥과 다순 잠을 주는 것이 큰누님에겐 별들을 바라볼 있는 힘이었다고 한다 - 고재종,『고요를 시청하다』(문학들, 2019) 섬진강 4 / 김용택 - 누님의 초상 누님. 누님들 중에서 유난히 얼굴이 희고 자태가 곱던 누님. 앞산에 달이 떠오르면 말수가 적어 근심 낀 것 같던 얼굴로 달그늘진 강 건너 산속의 창호지 불빛을 마룻기둥에 기대어 서서 하염없이 바라보고 서 있던 누님. 이따금 수그린 얼굴 가만히 들어 달을 바라보면 달빛이 얼굴 가득 담겨지고, 누님의 눈에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그 그렁그렁한 눈빛을 바라보며 나는 누님이 울고 있다고 생각했었지요. 왠지 나는 늘 그랬어요. 나는 누님의 어둔 등에 기대고 싶은 슬픔으로 이만치 떨어져 언제나 서 있곤 했지요. 그런 나를 어쩌다 누님이, 누님의 가슴에 꼭 껴안아주면 나는 누님의 그 끝없이 포근한 가슴 깊은 곳이 얼마나 아늑했는지 모릅니다. 나를 안은 누님은 먼 달빛을 바라보며 내 등을 또닥거려 잠재워주곤 했지요. 선명한 가르맛길을 내려와 넓은 이마의 다소곳한 그늘, 그 그늘을 잡을 듯 잡을 듯 나는 잠들곤 했지요. 징검다리에서 자욱하게 죽고 사는 달빛, 이따금 누님은 그 징검다리께로 눈을 주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했지요. 강 건너 그늘진 산속에서 산자락을 들추면 걸어나와 달빛 속에 징검다리를 하나둘 건너올 누군가를 누님은 기다리듯 바라보곤 했지요. 그러나 누님. 누님이 그 잔잔한 이마로 기다리던 것은 그 누구도 아니라는 것을, 누님 스스로 징검다리를 건너 산자락을 들추고 산그늘 속으로 사라진 후 영영 돌아오지 않을 세월이 흐른 후, 나도 누님처럼 마룻기둥에 기대어 얼굴에 달빛을 가득 받으며 불빛이 하나둘 살아나고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며 누님이 그렇게나 기다리던 것은 그 누구도 아니며 그냥 흘러가는 세월과 흘러오는 세월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 나도 얼마나 많은 아름다운 것들과 헤어져 캄캄한 어둠 속을 헤매이며 아픔과 괴로움을 겪었고 그보다 더 아름다운 것들과 만나고 또 무엇인가를 기다렸는지요. 아름다운 것들이 얼마나 아픔과 슬픔인지요 누님. 누님, 누님의 세월, 그 세월을, 아름답고 슬픈 세월을 지금 나도 보는 듯합니다. 누님, 오늘도 그렇게 달이 느지막이 떠오릅니다. 달그늘진 어둔 산자락 끝이 누님의 치마폭같이 기다림의 세월인 양 펄럭이는 듯합니다. 강변의 하얀 갈대들이 누님의 손짓인 양 그래그래 하며 무엇인가를 부르고 보내는 듯합니다. 하나둘 불빛이 살아났다 사라지면서 달이 이만큼 와 앞산 얼굴이 조금씩 들춰집니다. 아, 앞산, 앞산이 훤하게 이마 가까이 다가옵니다. 누님, 오늘밤 처음으로 불빛 하나 다정하게 강을 건너와 내 시린 가슴속에 자리잡아 따사롭게 타오릅니다. 비로소 나는 누님의 따뜻한 세월이 되고, 누님이 가르쳐준 그 그리움과 기다림과 아름다운 바라봄이 사랑의 완성을 향함이었고 그 사랑은 세월의 따뜻한 깊이를 눈치챘을 때 비로소 완성되어간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누님, 오늘밤 불빛 하나 오래오래 내 가슴에 남아 타는 뜻을 알겠습니다. 누님, 누님은 차가운 강 건너온 사랑입니다. 많은 것들과 헤어지고 더 많은 것들과 만나기 위하여, 오늘밤 나는 사랑 하나를 완성하기 위하여 그 불빛을 따뜻이 품고 자려 합니다. 누님이 만나고 헤어진 사랑을 사랑하며 기다렸듯 그런 세월, 그 정겨운 세월…… 누님의 초상을 닦아 달빛을 받아 강 건너 한자락 어둔 산속을 비춰봅니다. - 김용택,『섬진강』(창작과비평사, 1985) ◇ 누나에 관한 시 모음 시 모음 19. 「누나」 누나에 관한 시 차례 첫 기억 / 문태준 영희 누나 / 오탁번 그 놋숟가락 / 최두석 춘자 누나 / 최동호 시자... blog.naver.com ◇ 누이에 관한 시 모음 시 모음 320. 「누이」 누이에 관한 시 차례 누이 / 원재길 누이 / 유안진 까치 누이 / 이덕규 어느 밤의 누이 / 이수익 누이들 / ... blog.naver.com https://cafe.daum.net/cjj0342/NjJ6/324? q=%EB%88% 84% EB% 8B%98&re=1에서 가져옴. [출처] 시 모음 1360. 「누님」|작성자 느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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