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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동강 백운산 산행기
【 1 】
동강은 모든 이들에게 정다운 옛 친구처럼 그리움으로 다가오는 강이다. 굽이도는 물결따라 뗐목꾼들의 애환이
서려있고, 정선아리랑의 아라리가 녹아 흐르며, 천만여 사람들이 지금 껏 그 강물을 먹고 살아 왔기에 그러하나
싶다. 정선군과 평창군 경계 지점에는 동강이 구곡(九曲)을 휘감돌아 깍아 세운 명산이 있다.산마루에 늘 흰 구
름이 걸쳐 있다하여 이름한 백운산이다. 강가에서 산을 바라보면 강변을 따라 늘어선 산자락이 천길 단애의 바
위절벽으로 강이 산을 품어 안은 듯 하고,산에 올라서 내려다 보면 산이 강을 끌어와 그 품에 깃들게 한 듯 하다.
백운산과 동강은 이렇듯 서로가 서로를 감싸고 하나되고, 동강은 다시 동.남.서편의 주변 산과 경계하며 굽돌아
흐르며 아름다운 풍경을 엮어내니, 그 풍광이 천하무비의 승경으로 펼쳐지는 산이다.
2012,12,15, 토요일. 가끔씩 함께하는 산악회의 백운산 종주산행길 따라 나섰다. 수일 전 전국에 걸쳐 많은 눈이
내리고 강추위가 엄습했던 탓인지 회원 모집이 안되어 겨우 8명이 승합차 편으로 산행길 오른다. 날씨는 금새라
도 비를 뿌릴 듯 잔뜩 흐렸어도 엇 그제의 매서운 한파와 달리 기온이 영상으로 포근한 아침이다.
말끔하게 제설이 된 38번 국도를 숨차게 달려간 차는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 예미 교차로를 벗어나 2차선 동강로
를 따라 신동읍 고성리를 향해 고갯길 오르는데, 국도와 달리 지방도로인 동강로는 눈길 얼어붙은 빙판길이다.
헛바퀴 돌리며 힘겹게 오르든 차가 한 순간 지치기라도 한 듯, 힘없이 뒤로 미끌어져 방향을 잃는다. 때 맞춰 흙
을 뿌려 주는 지역민의 도움으로 겨우 터널을 지나 도착한 고성리에다 차를 두고 걸어서 점재 나루터로 향한다.
운치리에서 바라본 백운산 남사면은 천길 단애 바위절벽이 온통 흑갈색으로 위엄을 더하고, 한반도 지형 끝의
나래소와 바리소를 감도는 동강은 에메랄드 빛깔로 푸른데, 강여울의 은빛 모래톱은 흰 눈 덮혀 눈이 시린다.사
공 없는 점재 나루터는 옛 모습 그대로 인데, 뗏목꾼 없는 동강이라 잠수교가 놓여 쉬이 건너게 해준다.
점재마을 들머리를 지나 가파른 사면을 따라 백운산 자락의 병매기 고개 바위 전망대에서 잠시 숨고르기를 한
후,정상으로 올라가는 8부 능선 암릉길은 숨막힐 듯 가파릇다. 고산의 암벽을 좋아하는 노간주나무와 회양목이
바위틈에 똬리를 틀고 수수백년의 나이를 자랑 한다.능선에 멈춰서서 뒤돌아 보는 산아래 세상은 듣던 대로 선
계이다. 오르면 오를 수록 더욱 아름다운 비경이 펼쳐진다. 곧장 정상에 올라가서 봐도 그 경치 그대로 일텐 데,
행여나 그 사이 달라질까 수시로 멈춰서서 뒤돌아 본다.
덕천 삼거리 풍경
정선군 신동읍 고성리의 덕천 삼거리 이다. 이곳 부터는 도로가 결빙되어 더 이상 차량 운행이 불가하여
산행 들머리가 있는 운치리에 있는 점재 잠수교까지 걸어서 이동한다.
◀ 정선 동강 백운산(白雲山) ▶
강원도 정선군 상동읍과 평창군 미탄면의 경계에 있는 해발 882,5m의 동강의 기표산으로서 한국 100대 명산에 포함된
산이다. 정상에는 늘 흰구름이 결쳐있다 하여 백운산이라 불리워 지고있는 이 산은 동강을 따라 크고 작은 6개의 봉우
리가 서쪽 능선따라 이어져 있는데, 특히 점재나루터에서 제장나루까지의 굽이 도는 동강에 연한 산자락은 칼로 자른
듯한 천길 단애의 검은 바위절벽으로 이루어져 있다.
▼ 운치리 동강 나래소앞 전망대에서 바라본 백운산과 칠족령능선
▼ 동강 한번도 지형끝의 나래소 풍경
▼ 검은 색 뼝대(바위 절벽)위의 바위봉이 백운산 병매기고개 전망대이다.
◀ 동강(東江) ▶
한강의 발원지인 백두대간 금대봉의 검룡소에서 발원한 골지천은 북쪽으로 흘러 광동댐을 지나고, 역시 백두대간
석병산(石屛山,1010m)에서 발원한 임계천과 합류하여 서쪽으로 흘러서 정선군 북면 여량리에서 황병산(1,407m)
과 대관령을 발원한 송천과 만나 조양강이란 이름으로 흐른 후, 다시 나전리에서 오대천과 합류하여 흘러내려 정
선읍 가수리(佳水里)에서 태백고원에서 흘러내린 지장천과 합류하여 비로소 동강이 된다.
동강은 5대 지천이 합류하는 정선읍의 가수리부터 영월읍 덕포리에 이르는 51km에 이르는 강을 이르며, 가수리에
서 평창군 미탄면 마하리 문희마을까지의 21km 구간을 정선 동강, 문희마을에서 영월 어라연까지를 평창 동강,
어라연 부터 덕포리까지를 영월 동강이라 한다.
▼ 신동읍 운치리와 점재 사이의 옛 동강나루터 전경
지금은 나루터 흔적만 있고 나루터 위에 점재 잠수교가 보인다.
▼ 옛 동강나루터와 점재 잠수교 풍경
▼ 점재 마을과 백운산 능선 풍경/ 좌측끝이 병매기고개 전망대이다
▼ 점재 마을의 산행 들머리에서 바라본 동강과 백운산 병매기고개의 수직 절벽인 뼝대
"뼝대"란 저 강변 수직 절벽을 일컷는 이 지방의 방언이다
▼ 병매기 고개 전망대 풍경
▼ 병매기고개 전망대에서 바라본 점재나루터 풍경
▼ 병매기 고개 전망대에서 바라본 동강 한반도 지형과 나래소 풍경
▼ 병매기 고개 전망대에서
▼ 백운산 정상으로 오르는 능선 풍경
▼ 백운산 능선에서 고성산성을 향해 바라본 풍경
▼ 백운산 능선의 사슴바위 / 바위위의 고사목이 마치 사슴뿔 같다하여 등산자들에 회자된 이름
▼ 백운산 윗 능선에서 지나온 병매기 고개를 내려다본 풍경
▼ 고성리 풍경
▼ 백운산 전위봉인 790봉을 오르는 암릉길 / 켜켜의 절판암이 이채롭다.
▼백운산 정상과 아래의 전위봉격인 790봉 근경
▼ 백운산 정상 풍경-1
▼ 정상풍경 - 2
▼ 정상에서 남쪽을 향해 바라본 풍경
【 2 】
해발 882,4m의 백운산 정상은 세개의 가지런한 돌탑 앞에 정상 표지석이 칠족령을 바라보며 살갑게 산객을 맞
아준다. 눈 녹은 선돌에 앉아 갖고온 점심을 먹도록 배려도 해준다. 간밤에 머물다 간 구름이 거두어 갔는지 바
람 잔 산마루에 햇살이 없을 뿐 잔득 흐렸어도 포근하기 이를 데 없다.백운산의 정상 표지석은 설악산 대청봉 표
지석처럼 특이 하게도 서쪽을 향해 서 있다. 정상의 지형에 따른 것이지만 흔치 않은 방향이다. 정상의 날씨가
점점 더 흐려지고, 백운산을 뻗어 내린 북쪽의 푯대봉은 금새라도 눈비가 흩 뿌릴 듯 해 하산을 서두른다.
백운산에서 둘러 보는 사방은 첩첩의 태산이 제 멋대로 인데, 유장한 동강은 산고 곡심한 산허리를 잘도 휘감으
며 흐른다. 물길이 가는 곳곳마다 천하의 가경을 이루며 흐른다. 흐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구절양장같이 휘감
돌아 흐르며, 강변을 따라 깍은 산허리에 여울목과 둔치를 만들어 내고, 그 곳에 은사(隱士)의 별서(別墅)를 깃
들게 한다. 산은 강을 낳고, 강은 마을을 낳는다. 마을은 다시 문화를 낳으니,자연은 이렇듯 언제나 인류와 호흡
을 함께 한다.어느 선등자가 중국에 계림이 있다면, 한국엔 동강 백운산이 있다고 했는데 지나친 말이 아니다.
백운산 정상에서 서편 제장쪽으로 뻗은 칠족령 능선은 6개의 봉우리가 줄지어 늘어서 있고,능선을 따라 동강에
연한 북쪽은 천길 단애 낭떠러지로 섬득하고, 남쪽 또한 단애와 다를바 없는 급사면으로 능선 전체가 칼등이다.
중력의 법칙은 이러한 능선길에서는 단 한번의 실족에도 관용을 베풀지 않는다. 험하고 위험한 길이다. 눈비 오
는 날의 이곳 산행은 초심자들에겐 만용이다. 칠족령 능선에 쌓은 조그만 돌탑에는 방년 29세의 짧은 인생을 살
다 간, 진정으로 산을 사랑했던 어느 여성 산악인의 추모비가 동판에 새겨져 14년을 능선과 함께하며 서있다.숙
연한 마음에 명복을 빌어준다.
칠족령을 내려서며 유리다리가 있는 쪽은 시간에 쫓기어 제장쪽으로 곧장 내려선다. 동강 건너편의 산자락이
다시 천길 수직 석벽 단애로 검게 마주하며 눈길을 잡아끈다. 이곳 사람들은 그 석벽을 "뼝대"라고 한다. 뼝대
의 뼝은 그 어간(語幹)이 병풍의 병(屛)을 뜻하는 것 같다. 방언이지만 단 두음절로 그 뜻을 함축하니 얼마나
편리한 이름인가 싶다.
다시 동강을 건너간다. 이번엔 제장 나루터 잠수교다. 잠수교를 건너며 느끼는 아쉬움은 이 아름다운 동강에
높다란 현수교나 사장교를 놓아 동강의 물길을 여는 것이다. 점재와 제장의 옛 나루를 복원하여 관광객이 나
룻배로 동강을 건너 보고, 제한된 구간에서 동강의 땟목도 타보면서 래프팅과 더불어 즐기게 되면, 보다 많은
사람이 찾는 유명 관광지가 될텐 데-, 하는 것이다.제장 나루터 도로변에 상수도 취수원과 관리소를 지어 접근
을 막는 양이 못내 아쉽다. 으스름 짙어가는 동강가에 산행을 마치고 가는 나그네를 향해 백운산 산바람이 불
어 귓볼을 간지럽힌다. 잘 가라는 듯이-. 한낮에 녹든 빙판길이 다시 얼기 시작한다.
▼ 정상에서 발아래 동강을 향해 본 풍경
▼ 정상에서 북쪽 푯대봉을 향해 본 풍경
▼ 정상에서 북서쪽 문희마을쪽을 향해 본 풍경
▼ 백운산 정상 아래 칠족령능선 풍경-1
▼ 칠족령 능선 풍경 - 2
▼ 칠족령 능선 풍경 - 3 / 우측 아래 뼝대위 봉우리가 칠족령이다.
▼ 동강 한반도 지형 측면과 소동여울
▼ 칠족령 능선 철다리
▼ 칠족령능선 겨우살이
▼ 칠족령 능선 추모탑
▼ 칠족령능선에서 바라본 백운산 / 백운산 서쪽 모습이다.
▼ 추모탑 근경
▼ 칠족령과 칼날능선
▼ 칠족령 능선 풍경
▼ 동강 한반도 지형아래 소동여울 풍경
▼ 칠족령 아래 나룻재
▼ 백운산 서북사면과 소동여울
▼ 칠족령 풍경
▼ 제장 나루터와 고성산성(제장 잠수교 건너 바로위 산마루)
▼ 하산길 칠족령 삼거리 풍경 (백운산정상, 유리다리, 제장 하산길)
▼ 칠족령 아래 산행 날머리 풍경
▼ 제장 마을앞 동강변의 뼝대/ 검은 바위절벽
▼ 제장 마을 풍경
▼ 제장 나루터에서 바라본 백운산 풍경
첫댓글 감사합니다
고운 걸음 고맙습니다.
멋지십니다. 늘 건강하세요~~ 잘~~~보고 갑니다. ^&^
고운 격려의 말씀에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