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게 여름 계절메뉴로 콩국수를 팝니다.
당연히 무농약 국산콩 100%이지요.
요즘 TV에선 콩이 아닌 재료로 만든 콩국수 때문에 난리더군요.
실제 식자재 판매점에 가면 가루로 된 콩국물 재료가 있습니다.
몹시 싸고, 첨가물이 줄줄이 들어가 있지요. 콩은 그냥 폼이라고 할 수 있구요.
그런데 며칠 휴가를 다녀오느라
일요일 하루치 팔 게 하나도 안 남았습니다.
시장에 가면 갈아놓은 콩국물이라도 구할 수 있을까 해서
부랴부랴 뒤지고 다녔는데,
두부 만들어 파는 가게에서 콩국물로 팔더군요.
맷돌은 아니라도 기계로 직접 갈아 팔기에 사볼까 하고
조심스럽게 원산지가 어디냐고 물었습니다.
국산콩은 애초에 기대도 안 했고,
중국산이라도 콩100%면 하루 딱 눈감고 팔아볼까 생각했는데,
주인장이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미국산'이라고 말하더군요.
어쩌면 그 뉘앙스가 '미국산'이라서 자랑스럽다는 듯 들렸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서 싸놓은 콩국물 다 두고 그냥 나왔습니다.
상인들에게는 관세 없는 미국산 콩이 그저 효자 노릇을 할 뿐이겠지요.
평택시의 전통시장은 무엇이든 원산지 표시가 거의 되어 있지 않아
이용하지 않은 지 오래라서
두부와 콩나물에 대해서도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 왔는데,
결국 그런 식(원재료 표기가 하나도 안 되어 있는)으로 제조되는
두부, 콩나물, 콩국물은 모두 GMO였던 것입니다.
이런 식의 유통은 엄연히 불법이고,
식약청을 비롯한 관계당국은 수년 전부터 이미 그래왔음을 뻔히 알면서도
묵인해 왔던 것입니다. 우리 생활 속으로 널리널리 GMO가 퍼지도록 말입니다.
이제 국산 콩이나 옥수수는 생협이나 대기업의 이미지 홍보용 제품에서나 볼 수 있을 뿐입니다.
애써 의식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국산콩을 찾기조차 힘든 지경입니다.
이 지경까지 흐르도록 표면적으로 반GMO를 외치던
시민단체, 소비자모임, 생협 등은 무엇을 한 걸까요?
언니네텃밭도 이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토종종자를 지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건 잘 압니다.
그러나 그것을 정치적인 이슈로 확장시키지 못하고
우리 일상으로 파고드는 수입GMO에 대해서 '운동'하지 않는 것은
반쪽짜리 일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일어날 상업재배를 막음은 물론이고
세계적인 GMO 수입대국의 국민들이 이토록 무지몽매하게
그저 싸니까 좋다,라는 인식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계몽과 홍보를 하지도 않으며, 불법 유통에 대해서 감시와 실태조사도 벌이지 않는
시민단체들, 특히 소비자시민모임, 환경운동연합, 녹샌연합 같은 단체들
정부지원을 받으니까, 라는 이유를 들어 알고는 있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이해가 안 갑니다.
못마땅하지만 어쨌든 GMO표기법이라는 게 있는데,
이 법제마저 우습게 여기며 불법을 저지르는 수입업자들과 대기업에 대해
왜 규제를 하지 않는지,
대부분의 반GMO 단체 활동이 2010년 이전에 끝났다는 것도 새삼 생각이 납니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누가 제대로 말해줄 수 있을까요?
김은진 교수는 알까요?
온통 GMO로 머릿속이 복잡한 나날을 보낸 지 8개월째,
내가,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이런 사태를 조금이라도 개선시킬 수 있을까, 답답한 마음에 글 올립니다.
첫댓글 저도 답답한 마음에... 퍼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