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 그대 청룡의 기백으로!" 회원님들
12월이면 누구나 가쁜 숨을 몰아쉬며
한해를 돌아보게 됩니다.
그러면서도 시린 손으로 담가주시던
어머니의 김장김치를 떠올리며
입맛을 돋우게하는 달입니다.
배추를 보면.... .
산뜻하고 노란 고갱이를 보다 보면
어머니 속고쟁이 생각난다는
호소향님의 고운 글이
가슴에 와 닿는 계절이기도 하구요.
서로 서로를 사랑하는 주말이 되소서
배추를 보면
시인: 호소향
배추를 보면 어머니의
속고쟁이가 생각난다.
나일론 속치마는 헛것이라며
노상 걸치고 아끼시던
넉넉하고 촌스런 어머니의
속곳들이 떠오른다
거칠거칠 풍겨오는 어머니의
손등 냄새처럼 배추 잎마다
한잎 한잎 속속들이
고향 흙 냄새가 배어온다
꼭 우리 어머니처럼
맵시라곤 전혀 없이 불룩한
속고쟁이를 속곳 위 단속곳 밑에
겹겹이 걸쳐 입은 통배추
그 넉넉한 속살 속엔 세상살이
슬픔이며 아픔이며 인고의 물기가
아리아리 배어서
오히려 입동의 아침이 싱싱하게 다가오는 것인가
속속들이 품안으로
노오란 고갱이들을 자식처럼 아껴 품고
이 추운 세상 견디기 위해
여러 겹 다독여 입은
어머님의 속고쟁이
땀땀이 누빈 고쟁이
그 속에 단내음으로 숨겨 있던
어머니의 속살 냄새
그것이 바로 배추 냄새인지
어머니 삶의 향기인지
나이 사십이 넘어 이제
겨우겨우 알 것만 같다
Music: Mozart - Clarinet Concerto in A KV 622(2악장)/Adagio
|
첫댓글 한 이웃간에 김치 속을 나누어 먹던동네 단독주택시절이 그립습니다. 김장담 그는 날에는 앞집 멍멍이도 신나는 날, 막거리 한잔에 돼지고기 한점 이제 막 버무린 김치 한 조각이 그리도 고소하더니....... 그날의 어머니는 멀리 멀리 계시고.......
옛날의 '우리들을' 생각나게하는 글이네요, 리코미님의 댓글에 전적으로 동감하며 다시올수없는 그날들이 마냥그리워지는 겨을 초입이네요
오늘 점심은 노란 어머니의 살냄새를 느끼며 배추속갱이로 쌈을 해 먹자고 마누라에게 졸라야 하겠군요.
역시 수석님은 멋져요 추억이 가득한 과거보다, 현실적으로 아니 마누하님과 사랑연출이 더 실속있는게 좋지요 아 부럽습니다
배추 고갱이와 어머님의 속곳이라---ㅎㅎㅎ. 연상이 좋네요. 우리 생각엔 고갱이 하면 백수로 삶은 돼지고기에 탁배기 한잔이 생각나는데---, 속물과 다른 점이 바로 이런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