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8. 31. 월요일 전남 담양 산성산(603m)에서 전북 순창 강천산(584m)까지
이번 산행은 가까운 곳에 있는 산이다. 아침 날씨는 선선하고 기분을 좋게 했다. 광주역에서 8시에 출발한 버스가 담양온천에 도착한 것은 8시 40분이었다. 담양온천의 수목원을 지나 산성산으로 올랐다. 나무계단 등 등산로 정비가 잘 되고 완만해서 오르기 좋앗다. 비교적 이른 시간이기에 덥지도 않고 숲은 조용했다.
조금 오르니 산성산 주차장에서 올라온 길과 만나는 삼거리가 나오고, 길이 넓어짐과 함께 곳곳에 의자시설이 있어 쉬어가기 좋았다.
보국문이 보이면서 금성산성의 성곽이 좌우로 길게 보이기 시작했다. 담양댐을 비롯해서 내려다보이는 경치가 시원하고 멀리까지 환하기도 했다. 충용문 망루에 올라 경관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기분이 모두 좋았다. 국악 창을 길게 소리높이 노래하여 흥을 돋구는 사람도 있었다. 위령탑이라는 표시가 있는 돌탑 3개가 어쩐지 초라해 보이기도 했다.
충용문을 지나 조금 더 가니 동자암이라는 간판이 붙은 초라한 암자가 있었다. 예전에 없던 것인데 단층으로 몇 개의 나무를 얽어 만든 집 같았다. 하얀 옷을 입힌 작은 부처가 깨끗하고 여성스러움을 보이는 특이함이 있었다. 주변은 온통 작은 돌탑들로 둘러쌓여 있었다. 성터를 따라 서문, 북문, 동문으로 가는 길과 동문 쪽으로 가깝게 가는 길로 나뉘이는 삼거리에서 우리는 바로 동문 쪽으로 갔다. 시간이 많으니 성터를 많이 따라가기를 바랬으나, 선두가 바로 가는 길을 택해서 그대로 따라갔다. 동문은 없고 그 터만 남아 있었다.
동문터에서부터 성곽을 밟고 가는 능선 길을 따라 북문 쪽으로 갔다. 길이 평탄하고 좌우로 보이는 전망이 좋았으며 곧 강천사로 갈 수 있는 갈림길이 나왔다. 하지만 우리는 앞에 우뚝 솟은 운대봉을 보며 성터를 계속 가면서 금성산성의 아름다움에 젖었다. 북문을 600m 남겨두고 강천저수지 갈림길이 나왔다. 우리는 강천산으로 갈 계획이었기에 거기에서는 금성산성을 내려와야 했다. 구장군폭포쪽 송낙바위방향을 가리키는 쪽으로 내려왔다. 매우 위험한 급경사 바위길이므로 눈비가 올 때는 되돌아가서 지나왔던 길을 택하라는 경고판이 있었다.
마음을 단단히 먹으면서 출발했는데 의외로 철사다리시설이 잘 되어 있어서 내려오기가 좋았다. 작년에 와 보았다는 사람이, 사다리시설이 없고 매우 위험했는데 1년사이에 큰 공사가 이루어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많은 계단을 밟으며 내려오니 제2강천호에 이르렀다. 거기서부터는 자동차가 다니는 큰 길이었다. 강천호에서 산길을 따라 올 수도 있었으나 거의 세 시간정도 산길을 걸었기에 우리는 큰길로 내려섰다. 강천산 성 테마공원의 잔디밭에서 점심을 먹었다.
공원에는 남녀의 성기를 비롯해서 여러 형태의 성애표시를 한 조각품들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 앞에 웅장한 구장군폭포 역시 눈을 현옥했다. 거대한 수직바위에서 떨어지는 폭포의 줄기가 세 군데에 있었다. 인공폭포인 듯 한데 수량은 좀 적었지만 볼만한 아름다움을 선사해 주었다.
폭포를 지나 계속오니 전에 보지 못한 길이 우측에 보였다. 나무 계단 길로 현수교를 지나지 않고 강천산 신성봉 전망대(三仙臺)로 오르는 길이었다. 현수교를 건너오는 길과 마주친 곳에서부터는 나무길이 없어지고 대신 난간시설이 잘된 상당히 급경사 길을 올라가야 했다. 난간을 많이 붙잡고 오르는데 땀이 많이 났다. 이번 산행에서 가장 어려운 곳이었다. 1시에서 2시 사이 가장 더운 시간에 다섯명이 어렵게 전망대에 올랐다. 전망대에서 모두 숨을 크게 쉬며 시원한 공기를 마셨다. 강천사가 아련히 내려다보이고 산으로 둘러쌓인 사방경치를 바라보며 우리가 걸어온 길을 가늠해 봤다.
하산은 강천사쪽 급경사길 0.7km라는 표시가 있는 곳으로 했다. 경고와는 달리 어렵지 않게 내려올 수 있었다.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 길이기에 계곡에서 잠시 땀을 씻기도 했다.
강천사에서 주차장까지 삼림욕장 길로 오다가 큰길 계곡 옆으로 내려서면서 병풍바위폭포 근처에 송어떼가 물속에서 우글거리는 모습이 신기했다. 깨끗한 물에서만 산다는 송어의 특성을 이용해서 계곡물의 깨끗함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방류해 놓은 것 같았다.
이번 산행은 여유 있는 산행이었다. 6시간 정도 걸었지만 한 여름이 지난, 계절이 좋아진 탓인지, 몸도 마음도 발걸음도 모두 가벼워진 기분이었다. 가까운 산에서 온전히 산행만을 즐기기에 좋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