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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적 기법과 관련해서 "12개의 규칙"이 있다면, 예술적 도덕과 관련해서는 "13개의 규칙"이 있다. 라인하르트가 예술가의 자기이해를 묻는 질문에 대해 자신의 입장이 궤변적으로 압축되어 있는 한 텍스트를 썼었다고 전해지는데, 그것이 바로 이것이다. 동료들에게 보낸 이 편지는 그가 이를 펴내려고 여러 잡지에 알아보았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생시에 출판되지 않았다. 여기서는 예술가의 태도들이 일반적인 범죄구성요건에 비유되고 있다. 조형예술가의 윤리적 법전을 위한 13조의 규칙 "작가는 말해서는 안 된다"는 일반적인 기품 없는 합의는 어떻게 해도 오늘날의 작가가 서로 양심의 가책을 받으려고 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더러운 작업'이 오로지 작가의 작업실 밖에서 일어날 따름이지 작가 자신의 머리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요사이 횡행하는 신화는, 작가의 짐을 더는 데에도 일조하며, 그의 수치심을 약간 더 파렴치하게끔 해준다. 그러나 예술의 세계가, 등이 휘도록 일하는 불쌍한 작가들이 결코 만들어 놓지 않은 저 "부패와 범죄의 늪"이라면, 도대체 이것은 누가 만들어 놓았다는 말인가? 예술가는 정말 "별로 놀라지 않"을 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15년여 동안의 표현주의적 방탕과 신-초현주의적인 범죄가 종말에 다다른 연후에 "양심", "윤리", "도덕", "죄"와 "부패"같은 단어들이 점점 자주 작가들의 이야기 속에 스며들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예술적 양심이 작동 안 되는 곳"은 어디인가? 오늘날 우리 시대는 어떻게 하여 지리멸렬하게 되었는가? 어떤 예술 도덕의 역사란 것이 있는가? 도덕적 예술사는? 예술윤리의 법전은 존재하는가? 어떤 것이 예술가의 양심 없는 범죄란 말인가? 예술에서의 "부패의 늪"은 다른 모든 일상적인 늪과 같은가? 예술가는 "사는 것은 그런 것이다", 혹은 "방황하는 것이 인간적이다", 혹은 "우리가 호흡하는 공기조차도 더럽다", 등등의 말로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인가? 일상세계에는 법, 질서, 정의, 벌금형, 적절한 형벌이 있으며, 공기오염을 처리하는 담당자가 있다. 모든 것이 선과 악, 법과 불법의 피안에 존재하는 것 같이 보인다. 그러나 예술은 그렇지 않다. 예술동네에서는 부패가 몸을 팔고 있었으니, 그것도 항상 생, 운명, 자연, 인간성, 동물성, 사회, 희극적인 염려, 현실, 초현실, 자동주의, 유기체주의, 활력론(活力論), 실존주의, 원시주의, 비합리성, 무의식성, 자연발생성, 전망, 형상들, 자극들, 감각들, 인상들, 표현, 사업, 낭만, "침묵의 시학", "얼어버린 음악", 등등의 이름을 빌어서였다. 개혁운동과 속죄/보상은 항상 상당한 정도의 신-고전주의적인 덕에 회귀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즉 거리를 가지기, 진지함, 합리성, 명료성, 공허, 불임증, 형식주의, 지성, 이상주의, 무의미, 그리고 내용 없음 등으로 되돌아 간 것이다. 그것은 40년대 중반 경의 우리 속물적인 수집가들과 비평가들의 가슴 속 깊이를 뜨겁게 달구어 놓았던 것임에 틀림없다. 차갑고, 건조하며 공허한 여러 번의 "파도"가 밀려들어 온 후 몇 사람의 신화시 적인 작가들은 다음의 그들의 예언, 즉 "별 것 아닌 것을 그린 좋은 그림,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예언을 통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이런 그림들을 가지고 그들은 시장을 흘러 넘치는 뜨거운, 과부하된 타협적인 예술의 물결을 예언하고 있다. 이런 예술들은 50년대 초, 모든 구별기준을 무력화시켰으며 조용한 고귀한 직업을 선동을 일삼는 이윤추구의 직업으로 만들어 버렸으니, 그 허울은 바로 이 직업에서는 "모든 것이 용납"되고, "모든 것이 다 예술일 수 있"으며, "사람들은 모두 다 하나의 예술가"이고, "하나의 예술가는 모든 다른 사람이나 마찬가지"라는 등등의 구호들이었다. 그러나 모두가 예술가는 아니다. 예술가들은 많이, 다른 사람들보다는 낫다. 많은 예술가들의 양심은 덜 순수하다. 많은 예술가들은 타락할 기회를 가지고 있지 않다. 결백한 예술가는 없다. 많은 예술가들은 어차피 어디에도 쓸모가 없다. 예술에서 도덕을 문제삼을 때, "예술가다운 예술가"가 논의의 중심사안이지, "예술가의 예술가", (미국) 민족의 예술가, 또는 인간적이거나 초인간적, 인간 이하의 존재로서의 애늙은이 예술가, 혹은 그 어떤 다른 것으로서의 예술가가 문제의 핵심은 아니다. 물론 경계선을 긋는 일이 한 예술가에게 쉬운 일은 분명 아니다. 그러나 미해결의 굴종적인 비도덕적인 예술의 상황은 필연적으로 많은 열의 있는 사람들을 예술-비도덕, 예술-깡패로 몰고 가며, 양심 없는 예술가들에게 너무 많은 기회들을 준다. 법에 맞게 구성된 예술 관련 부서가 없기 때문에 직업적인 조형예술인들의 윤리적 태도를 규정하는 이 13개의 규칙들을 나는 모든 사람들이 찬성하기를 바라면서, 정중하게 제안하는 바이다. 1. 작가가 다른 모든 사람들이 그가 무엇을 하는 지 알고 있을 때 자신이 무엇을 하는 지 모르는 것을 주장하거나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즉 잘못된 것이 없다거나, "개인적인 의견의 차이일 뿐"이라고 하거나, 혹은 "올바르지 못하다는 것을 시간이 보여줄 것"이라는 등의 말을 하는 것은 잘못이다. 무엇이 올바르지 않은가에 대한 결정을 다른 이들에게, 특히 그것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넘겨버리는 작가들은 고문대위에 올려서 혼을 내야 한다. 예술이란 "어디로 가는 지 방향을 모르는, 미지의 배를 탄, 밤으로의 여행 --- 등등"이라는 말을 하는 자들은 족쇄를 채워 갈레선(노예나 죄수들이 젓던 11세기에서 18세기까지의 군함 - 역자)의 노에 묶어놔야 한다. 2. 작가들이 자신의 직업을 수행하거나 가르칠 때 "과도하게 프로화 하거나 과도하게 아마추어화 하는 것"은 잘못이다. 좋은 사회적 양심은 나쁜 예술적 양심을 치료한다고 생각하거나, 기업들이 미국 예술을 구입하는 것에 도움이 되는 것은 자신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믿거나, 혹은 "예술이란 모든 사람들을 위한 교육이요, 의사소통매체"라고 주장하는 작가들은 감시되어야 하며 그 혐의를 기록해 두어야 한다. 3. 작가들이 풀을 그려 놓고는, "자연에 대한 감정"이라고 떠버리거나, 삶에 대해 다음의 천치 같은 생각, 즉 그들이 "피상적인 현상 뒤에 숨어 있는" 구조를 보았다는 등의 생각을 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예술이란 온실의 산물이 아니라, 뒷간의 부산물이라고 하거나, "새로운 자연"이나 "추상화된 자연"이란 이념에 참여하고 있는 작가들은 일정 시간, 들에서의 중노동에 처해야 한다. 4. "추상"과 "구상"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을 수 없다는 듯이 행동하는 작가들은 올바르지 않다. 클라이브 벨 Clive Bell의 47년 전의 다음 말을, 즉 "구상적인 표현에 바쳐진 공물들은 모두, 예술에 대한 도둑질이다"라는 말을 기억하지 못하는 작가들, 또 "추상-표현주의적"인 불꽃들과 대들보, 풀들, 그리고 일몰을 그리는 작가들은 위험한 물건의 은닉죄로 체포되어야 한다. 늙은 여인이나 어린아이의 나체를 그리거나 미녀 (마를린 몬로)와 야수 ("인간에 대한 새로운 그림들")를 그리는 작가들은 독방에 감금해야 한다. 5. 자신의 예술을 - 예술들은 상호 풍요롭게 해 줄 수 있다는 생각으로 - 다른 예술가들의 것과 뒤섞거나 다음을 주장하는 사람들, 즉 자신의 그림이 건축물을 아름답게 해준다고 하거나,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교회나 유대성당의 장식들이 "예술과 종교"의 통합을 나타낸다고 주장하는 작가들은 올바르지 않다. 시인 및 음악가들과 어울리는 작가들은 열등한 예술의 범죄를 방조한 혐의로 고발되어야 한다. 6. 자신들의 그림을 세계대전이나 평화에 대한 가치 있는 기록이나 증언이라고 하거나, 자기 자신이 우주적 질서를 투시하는 사람이라면서 우주적인 무질서의 지진계라고 주장하는 작가는 올바르지 않다. 40개의 펩시콜라로 "승리"를, 또 탈-펩시콜라-시대로 "미국의 소리"를, 그리고 "핵의 시대"를 상징화하고 있는 사람들은 적에게 도움과 원조를 용인한 점에서 유죄로 인정되어야 한다. 7. 작가가 한 줌의 속임수를 써서 생사에 관련된 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은 올바르지 못하다. 얼마나 대단한지 "누구도 이 작품에 담겨진 뜻을 저평가 하지 못할 것"이라는 식의 말을 하면서 수집가들, 관람자들의 꽁무니를 좇아 다니거나, 또 작품이 오용될 경우, 자신의 생사여탈권을 누구도 깔보아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하는 작가들은 방화죄와 경고시설물의 훼손혐의로 유죄판결 받아야 한다. 8. 자신을 "원작자", 얼간이, 혹은 "아주 보통 사람"이라고 말하면서 젊거나 나이든 그의 추종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믿음, 즉 "이 사람이 이것을 할 수 있다면, 나도 그것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작가들은 옳지 못하다. 친구와 후원자들을 위해 짧은 예술의 경력들을 이리저리 짜 맞추어서는 다음과 같이 맞서려는 작가들, 즉 "이 친구가 그것을 할 수 있다면 나는 그것을 더 잘 할 수 있다"면서 결국 "나는 대가이며, 다른 이들은 모방자"라고 떠들고 다니는 작가들은 공공 안전과 질서의 방해죄로 직업전선에서 축출되어야 한다. 9. 낮 시간을 무대에서 보내면서, <챨리 루스트히>나 <그레첸 치어디히>를 공연하고, 밤에는 예술무대 그 뒤에서 <눈 찢어진 잭>이고자 하는 사람들은 올바르지 못하다. 부유한 수집가와 사랑에 빠지는 것이 한심한 비평가와 사랑에 빠지는 것과 아주 똑같이 쉽다고 생각하거나, 예술에서의 살인과, 예술가-타살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는 작가들에게는 오락 공연허가를 빼앗고 점포는 폐쇄되어야 한다. 10. 두껍게 바른 엉성한 채색은 디오니소스적이고, 잘 발라진 투명채색은 아폴론적이라는 생각에 힘을 실어주는 작가나 비평가들은 올바르지 못하다. 뱀이 기어간 것 같은 선과 색들을 감정의 묘사라고 마구 퍼뜨리고 다니는 작가들은 길거리에서 습격 당해야 마땅하다. 수년 간 힘들게 일을 하여 결국 좋은 그림을 그리는 나쁜 작가들과, 나쁜 그림을 손쉽게 버는 돈을 위해 뒤로 밀어 놓기 시작한 작가들은 동일한 형벌을 받아 마땅하다. 11. 회화에서도 매춘에서처럼 "먼저 사랑 때문에 그것을 하고, 그 다음에는 다른 사람을 위해, 마지막으로는 돈을 위해 그것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작가들은 올바르지 못하다. 자신의 생계를 예술을 수단으로 꾸려가려는 작자들은 "룸펜 작가"로 등록시켜서 관리증서를 만들어 준 다음, 집행유예로 풀어주어야 한다. 12. 사람이 수전증이 있고 꽤 유복하면, 사람이 젊고 가난하며 "유순한" 한, 벌써 썩 "조급"하다고 생각하는 작가는 올바르지 못하다. "인신공격"이나 "매진"에 사로잡힌 작가들은 제도적으로 퇴직시켜 그의 지상에서의 마지막 삶을 위해 '하루 벌어 아껴먹는 유쾌한 삶'을 영위하는 상태로 만들어 놓아야 한다. 13. 무엇이 옳은 지를 아는 작가들, 특히 그가 죄 없을 때, 무엇이 옳지 않은지 모르는 작가들, 무엇을 해서는 안 되는지를 말하지 않으며 최초의 돌을 던지지 않는 작가들은 올바르지 못하다. 이 초고는 약간의 수정을 거쳐 1960년 1월 28일, 목요일 뉴욕 대학 예술 연합의 회의에서 낭독되었으며, 이에 더 수정을 가하여 1960년 4월 1일, 금요일, 예술가 클럽에서 낭독되었다. 초고는 1950년 "17명의 조급한 예술가들"에게 헌정되었는 바, 이들은 그 이후 성공적으로 그들의 "나쁜 환경"에 적응하였다. 출처: Ad Reinhardt, Schriften und Gespräche, Verlag Silke Schreiber, München 1984.
성경화 작가님 홈피에서 퍼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