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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선전부장 산재신청 후기
활동보조를 시작한 지 벌써 6년 차에 접어드네요. 꾸역꾸역 뭉개다 보니 세월이 벌써 이렇게 흘렀습니다. 다른 활동보조인 선생님들도 그렇듯이 저 또한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한때는 허리가 그렇게 아팠습니다. 휠체어나 침대에서 이용자 옮기거나, 복지관 목욕탕 가서 때도 밀어주고 하다 보면, 당연히 허리를 쓸 수밖에 없었지요. 한의원에 가서 침도 맞아보고 추나요법이라는 것도 받아 봤습니다. 또 언제는 발바닥이 그렇게 아프더군요. 거리를 걷는데 발에 땅을 딛지 못할 정도로 갑작스럽게 아팠습니다. 병원에서는 족저근막염 진단을 받았습니다. 아무래도 전동휠체어 따라 뛰어다니다 보니 발바닥에 무리가 간듯합니다. 병원도 다니고 계속 신경 쓰고, 조금 시간 지나면 재발하고 치료받기를 여러 번이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용자에 따라 주로 쓰는 신체 부위가 달라졌고, 이용자 바뀌면 아픈 곳도 달라졌습니다.
이번 이용자는 어깨와 허리를 많이 쓰게 되는 이용자였습니다. 어깨가 아파 병원에 가서 치료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근래에 다시 허리가 굳는 느낌이라 치료받기 시작했습니다. 족저근막염을 앓을 때부터, 실손의료보험이 꽤 쓸만하다는 사실을 알고는 시간 여유 있을 때면 정형외과에 방문했습니다. 병원에 자주 다니다 보니 의사나 물리치료사들도 오랜만에 왔다며 반기더군요.
의사는 허리 엑스레이를 보면서 짐짓 심각한 듯 말했습니다. 무슨 일을 하는지도 묻고, 오래간만에 왔는데 그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묻더군요. 골반이 많이 돌아가서 더 심해지면 디스크가 올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마침 치료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장애인 이용자를 옮기다가 어깨를 삐끗했네요. 매일 저녁이면 이용자는 일과를 마치고 화장실을 이용하는데, 화장실로 장애인이용자를 옮기다가 어깨를 삐끗했습니다. 어깨에 힘을 꽉 주고 간신히 서비스를 마쳤네요. 저는 해당 장애인이용자를 주말에 활동보조했습니다. 평일 사이에 크게 힘쓸 일이 없어 시간이 지나면 좀 나아질 줄 알았지요. 그런데 다시 활동보조에 들어가고 장애인 이용자를 들어보니 어깨 상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 느꼈습니다. 이런 사정을 노동조합 조합원들과 이야기 도중에 사무국장이 일을 쉬고 산재신청을 해보는 게 어떻냐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장애인이용자에게 다음날 근무를 못 하겠다고 말하고 쉬었습니다.
쉬면서 집에서 아무 일도 않고 있자니 여러 생각이 들더군요. 이 이용자분은 더는 못하겠구나, 다시 이용자 구하려면 어째야 할까, 어깨가 이렇게 아파서는 중증장애인과 매칭되기도 쉽지 않겠구나, 중증장애인이 아니면 시간이 짧아서 수입이 보장되지 않을 텐데, 이 몸으로는 중증장애인 활동보조는 힘들겠구나 등등. 여러 불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산재신청을 하려면 증거자료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장애인이용자에게 부랴부랴 연락해서 어디 있는지를 묻고, 제가 일하는 방식과 관련된 자세를 대타 활동보조인에게 취해달라 부탁하고 사진을 찍어뒀습니다. 그리고 사고경위서를 작성했네요.
▲ 작성한 사고경위서 (재해원인 및 발생상황)
다음날 사고경위서를 들고, 다니던 정형외과에 가져갔습니다. 의사에게도 보여주고, 원무과 직원에도 보여줬습니다. 기존에 허리치료도 받던 병원인지라 잘 될 줄 알았습니다. 의사는 종종 치료가 잘 안 된다고 말을 많이 했었습니다. 젊은 나이인데도 치료를 해도 왜 이렇게 차도가 없냐고요. 어떤 일을 하는지도 종종 물었는데, 장애인활동보조인이라고 장애인들을 들었다 놨다 많이 한다고 이야기했었습니다. 하여튼 그런저런 사정을 의사도 기록으로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어서 기존의 허리 질병도 산재를 함께 신청해볼까 했습니다. 진료 중에는 직업과 관련된 점을 은근히 암시하기도 했던 상황이라 허리도 산재신청을 할까 했었지요. 하지만 보험처리 관련해서는 원무과와 보험회사가 담당한다며 명확한 답을 피하더군요. 원무과로 가서 사고경위서를 보여주고 산재신청을 하려 한다고 하자, 원무과 과장은 산재신청을 만류했습니다. 근골격계질환은 산재신청이 인정되기가 어렵고, 해봤자 별로 보장 못 받는다고 하더군요. 기존에 허리치료가 비급여치료가 많아 산재보험으로는 보장 못 받는다고 했습니다. 어깨를 삐끗한 게 있어서 같이 신청할까 한다고 하니, 기존 허리치료와 함께 산재보험을 신청하면 여태껏 보장받은 실비보험도 다시 뱉어내야 할지도 모른다고 하네요.
산재신청을 하지 말아야 하나 갈등했습니다. 노동조합 사무실에 앉아있다가, 산재신청이 안 될 것 같다고 사무국장에게 말하니, 어깨를 다친 것과 허리 치료한 것은 다른 게 아니냐고 산재신청을 하라고 다시 강권하더군요. 보험회사에도 전화해서 문의를 해보았습니다. 허리치료는 실비보험으로 처리하고 어깨치료는 산재신청을 해서 구분하여 청구하면 문제가 없을 거라고 말하네요. 다시 다니던 병원에 가서 원무과에 들렀습니다. 그런데 치료와 치료내용에 관해서 그렇게 구분해서는 서류처리가 어렵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 병원에서의 치료는 중단하고 다른 병원에 가기로 했습니다. 아무래도 사보험에 의존해 병원에 이익이 많이 되는 비급여 치료를 많이 받다 보니, 돈이 안 되는 일에는 좀 꺼리나보다 하고 내심 생각만 했습니다.
먼저 제가 다니던 활동지원기관에 방문해서 [요양급여 및 휴업급여 신청서]를 작성했습니다. 사업장에서 작성해주는 부분이 있더군요. 사실 많은 활동보조인 선생님들이 산재신청에 있어서 부닥치는 장벽이 기관이 산재신청에 비협조적으로 나올 경우가 있다는 점이지요. 하지만 사고와 직무의 관련성만 증명된다면 이 부분은 빠트리셔도 무방합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는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활동지원기관이 선선히 서류작성 해주었습니다. 목격자를 기재하는 부분에는 장애인이용자에게 동의를 받고 이름과 연락처를 기재했습니다. 그리고 집 근처에 괜찮은 병원이 있나 찾아봤습니다.
▲ 작성해야하는 요양급여 및 휴업급여 신청서 첫페이지.
1면과 2면만 작성하면 됩니다.
3, 4면은 병원에서 작성합니다.
근로복지공단 홈페이지에서 검색해보니 제가 다니던 병원은 산재지정병원은 아니더군요. 집 근처에 산재지정병원을 찾아가 어깨에 대한 진단을 받았습니다. 기존의 병원에서 따로 어깨 진단을 받은 건 아니어서 처음 진단받는다 말하고 산재신청을 하려고 한다고 접수할 때 말했습니다. 엑스레이를 찍었습니다. 엑스레이상에서는 어깨에 별문제가 없었습니다. 의사가 초음파 검사를 해보겠냐고 묻더군요. 비용은 3만 원이고 비급여이며 산재보험으로 보장받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검사를 받기로 하고, 초음파 검사를 하니 어깨에 염증이 발견되더군요.
이를 바탕으로 기본적인 물리치료를 받았습니다. 원무과에 제가 준비해간 서류를 전달했고, 다음날 원무과에서는 다른 서류들도 갖춰서 저에게 주더군요. 공단에 제출하라고 했습니다. 병원 의사는 3주 진단을 내려주었습니다.
접수는 되었고 며칠이 지났습니다. 공단에서 자문해주는 의사들은 2주 진단을 내렸습니다. 2주 정도 지나서 승인이 왔고 저는 이미 인정되는 기간이 넘도록 치료받은 상태였습니다. 병원비와 휴업급여에 대해서는 별도의 신청이 필요했습니다. 활동지원기관을 다시 방문해서 그동안 일을 하지 않았으며 휴업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도장을 받고 공단에 서류를 발송했습니다.
▲ 요양비 청구서
▲ 휴업급여 청구서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먼저 병원비가 입금되었습니다. 2주에 해당하는 물리치료비만 입금되었습니다. 저는 지정된 기간보다 하루 더 치료를 받았는데 이에 대한 비용은 보장되지 않네요. 그리 큰돈은 아니었습니다. 요양비 57,400원. 통장에 찍혔습니다. 며칠 뒤 휴업급여 776,400원이 입금되었습니다. 저의 1일 평균임금은 5만7천 얼마가 나오는데, 휴업급여는 1일 평균임금의 70%가 보장되는 것이 원칙이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이 70%가 최저기준보다 낮을 시, 최저기준으로 계산하여 지급된다고 합니다. 최저기준은 최저임금 * 8시간이더군요. 2017년 최저임금은 6,470원이고, 8시간을 곱하면 51,760원이 최저 1일 휴업급여가 됩니다. 저는 15일을 인정받아 776,400원이 된 것이지요. 활동보조인의 임금이 워낙 저임금이라 아마도 대부분의 활동보조인 선생님들이 최저수준을 보장받으실 것 같습니다.
저는 이번에 산재보험 신청을 하면서 생각보다 산재보험 신청이 힘들 수 있겠다. 느꼈습니다. 자기 일에 대해 혼자서 똑똑하기가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선생님들이 문의하여 올 때, 다치는 것을 볼 때, 항상 산재 신청하라고 강권하던 저로서도 정작 자기 일이 되니 소극적이 되는 것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다니던 병원의 원무과장도 산재신청이 크게 협조적이지 않았고, 활동지원기관이 만약 비협조적이었다면 저도 산재신청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불어 산재 신청하라고 계속 말해준 사무국장이 없었다면 산재신청을 할 고민이나 조사도 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쯤 되니 합리적 이성을 이미 갖춘 성인으로서의 개인은 허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의 어려움을 알아주는 누군가, 그리고 조언해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어야만 자기 일에 대해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리고 노동조합은 활동보조인선생님들께 충분히 그런 역할을 해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꼭 노동조합이 아니더라도 활동보조인 선생님들도 서로의 처지를 잘 알고 조언해줄 수 있는 동료들을 만드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정리해보자면 저는 어깨를 삔 상해 건에 대해서 산재신청을 했고, 승인을 받아, 요양비와 휴업급여를 받았습니다.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신청을 포기하게 하는 여러 요인이 있었습니다만 옆에서 조언해주는 사무국장 덕분에 최종적으로 신청을 완료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에 몸이 많이 상한 활동보조인 선생님들의 상담 전화를 참 많이 받았습니다. 근속연수가 길어질수록 아픈 곳이 많아지는 활동보조인 선생님들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저도 사고에 대한 상해가 아니라 질병에 대해서는 산재신청을 해보지 않았습니다. 중증장애인을 돌보느라 근골격계질환을 늘 달며 한의원이며 정형외과를 다니는 선생님들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이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일을 하다가 다치는 경우, 상해에 있어서는 산재신청을 통해 병원비와 휴업급여를 받으실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시고 적극적으로 신청해 권리 찾으시길 바랍니다. 선생님들의 산재신청은 단지 자신의 몸과 생계비를 확보하기 위한 일일 뿐만 아니라, 활동보조인의 열악한 노동 현실을 알리는 운동일 수 있습니다. 활동보조인의 산재신청 건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활동보조인의 근골격계 질환이 단순한 노화로 인한 질환이 아니라 직업으로 인한 질환임을 주장하는 근거가 됩니다. 이 글을 보고 계시는 활동보조인 선생님들도 의미 있는 권리행사 적극적으로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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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저도 2012년 허리 디스크 에 걸렸을때 산재처리 방법을 몰라 일을 쉬고 제 돈으로 병원치료 받았던 적이 있는데요 ㅜㅜ 지금은 허리가 괜찮지만 언제 재발할 지 늘 불안합니다.
좋은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