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애불 찾기 그리고 트럼프
1. 서울에 있는 마애불을 찾아 동대문역으로 갔다. ‘안양암 마애불’의 인터넷 지도상의 위치는 동대문역 1번 출구에서 나와 ‘창신동 봉제거리’로 가는 가는 창신동 5번길이었다. 지도에 있는 교회, 어린이집을 찾았지만, 그 사이에 있다고 표시되어 있는 ‘마애불’은 보이지 않았다. 마애불이 있을만한 공간도 없었다. 주변 사람들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지도상에 존재하지만 현실에 없는 곳, 내가 장소를 잘못 찾았을 수도 있지만, 지도의 위치는 정확했다. 결국 지도가 잘못된 것이다. 답사의 방향을 이끌고 안내했던 지도와 나침반의 오류가 발생하였다. 허탈한 기분이다. ‘목표’의 배신, 그것은 목표에 대한 열정이 큰만큼 지독한 실망으로 되돌아온다.
2. 2024년 미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되었다. 도덕적 질서를 깨트리고 인간의 이기적 욕망을 끄집어낸 존재가 다시 세계 정치를 흔들게 되었다. 트럼프 당선을 저지하기 위해 노력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깊은 허망이 느껴진다. 목표는 행동의 방향을 명확하게 하고 성취의 기쁨을 배가시킨다. 삶의 질서를 구축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목표에 대한 신념은 강해지고 모든 에너지를 집결시킨다. 하지만 목표는 과녁을 빗나가는 경우가 대다수다. 목표에 대한 집착이 클수록 더욱 자주 우리 손에서 미끌어져 나간다. 그러한 실패가 새로운 목표설정을 방해하고 삶을 허무적으로 해석하게 한다. 목표에 대한 욕구와 실망이 삶을 피폐시키는 것이다.
3. 그러나 목표의 실패가 모든 것에 대한 부정일까? 창신동 마애불 찾기는 실패했지만, 찾을 기회가 없던 오래된 서울 ‘창신동 봉제거리’를 걸을 수 있었고, 전태일의 삶이 농축된 시대의 화석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동대문역 주변 ‘한양도성박물관’의 자료실과 전통문화 공연장 ‘광무대’도 발견했다. 목표는 빗나갔지만 예측못한 기쁨과 소중한 것을 찾는 것이다. 인류를 구한 위대한 약제도 직접적인 목표가 되었을 때보다는, 다른 실험 중에 우연히 발견된 경우가 많다고 한다. ‘목표’는 빗나갈 수 있지만, 또다른 세계를 만날 수 있게 해 준 것이다. 그것은 목표 그 자체보다, 무엇인가를 찾기 위한 실천적 노력의 결과였다. 삶의 신비, 역사의 진행, ‘진선미’의 실현은 인간의 계획에서 벗어난다. ‘좋은 것은 이루어지기 어려운 것이다.’ 그럼에도 그런 것들이 성취되는 경우는 무언가를 시도했고 변화에 대한 믿음의 결과였다.
4. 트럼프의 당선은 단순한 정치적 사건이 아니다. 그것은 지구 전체를 파괴시킬 ‘극단적 이기심’을 폭증시키는 사태이다. 그렇기에 목표의 실패는 좌절이지만, 새로운 실천과 목표를 요구하는 추동력이 돼야 한다. 어쩌면 그것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목표가 끊임없이 실패할지라도 목표에 대한 이성적인 판단을 공유할 수 있다면 공유하는 사람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실천되어야 하는 과제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목표를 성취하지 못할지라도 예기치 않은 변혁을 위한 긍정적 요소를 만날 수 있는 것이다. 트럼프 당선은 타인과의 공존을 꿈꾸는 사람들의 희망과 가치를 좌절시켰지만, 세계의 방향은 어떻게 흘러갈지 모른다. 우리는 다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더 나은 선택’을 위해 끊임없이 자신의 방향을 정하고 실천해야 하는 것이다. ‘진인사 대천명’이라는 상투적인 한자어가 필요한 시기이다. ‘좌절하기 않기’, 이것이 또다시 새로운 길을 떠나야 하는 사람들의 진정한 목표이다.
첫댓글 ^^^ ‘좌절하기 않기’, 이것이 또다시 새로운 길을 떠나야 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