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킹 리차드>
1. 최근 만들어지고 있는 영화의 주된 소재는 사회적 약자나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인물들이 대상이다. 미국 헐리우드 수상자들이 백인 위주에서 다양한 인종으로 확대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그동안 부차적 위치에 있던 여성, 흑인, 제3세계 등이 영화 제작의 핵심으로 부각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 <킹 리차드>도 이러한 흐름에 걸맞을 뿐 아니라, 영화가 초점을 맞춘 인물들의 성취와 탁월함을 통해 영화적 흥미와 매력을 충분하게 제공한다. <킹 리차드>는 여성 테니스계를 장악했던 비너스 윌리엄스와 세레나 윌리엄스 두 자매의 성공과 그녀들의 아버지와 가족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2. 영화는 흑인들의 불안하고 배척받은 삶을 묘사하면서 시작한다. 흑인들의 거주지는 항상 폭력이 난무하고 언제 총을 맞고 죽을지 모르는 공포가 상존하는 것이다. 또한 그들은 흑인이란 이유로 무시당하고 인정받지 못하며 철저하게 사회의 바닥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윌리엄스 자매의 아버지 리차드 또한 어렸을 적부터 KKK단의 린치에 대한 공포 속에서 살아야 했다. 그에게는 백인 아이들에게 폭행을 당했음에도 그것에 무력했던 아버지의 초라함이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3. 그렇기에 그가 5자매의 아버지가 되었을 때, 그의 삶은 자식들의 성공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는 아이들을 폭력과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고 그들의 사회적 성공을 위하여 모든 준비와 계획에 집중한다. 공부를 통해 성공을 길을 도전하는 아이가 있는 한편, 테니스의 재능을 발견한 두 아이에게는 집중적으로 테니스 훈련을 지도한다. 그는 자신의 아이들의 성공을 통해 흑인들의 위상을 높이려는 원대한 목표를 갖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어떤 일을 하더라도 최선을 다해야 했고 운동과 함께 공부도 소홀하지 않아야 했던 것이다. 리차드와 그의 아내에게 아이들을 제대로 성장시키는 일은 단순히 가족의 목표가 아니었다. 미국 사회에서 흑인의 가치를 높이는 사회적인 과제였던 것이다.
4. 영화는 온갖 수모를 받으면서도 훈련에 집중하고 노력하는 아버지와 자매의 노력을 보여준다. 결국 그들은 실력을 인정받아 코치를 얻게 되고 주니어 대회에서 최강의 실력을 자랑하게 되었고 결국 최고의 코치와 계약까지 성취하게 된다. 당시 프로 테니스 선수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계속 주니어 대회를 통해 실력을 쌓고 주목을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리차드는 자신의 철학을 완고하게 유지한다. 아이들이 승부의 세계에서 일찍부터 압박을 받는 것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여 주니어 대회 출전을 중단시킨다. 이 과정에서 코치와의 갈등 뿐 아니라 대회에 나가고 싶은 아이들의 욕구까지 차단시키는 고집스러운 태도를 보여준다. 비록 아이들의 정상적인 성장을 위해 노력과 겸손을 가르치고, 승부보다는 다양한 학습을 통한 전반적인 성공을 목표로 했지만 그것은 아이들과 상의하지 않은 아버지의 개인적인 선택이었다.
5. 자신의 선택이 비록 정상적인 성장이라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을지라도 그것은 당사자들의 자발적인 욕구와 의도를 무시한 결정이었다. 결국 리차드는 비너스가 14세 되었을 때 다시 경기에 출전시킬 것을 결정한다. 그것도 곧바로 프로 테니스계에 데뷔시킨 것이다. 세계 최강의 선수들이 출전하는 경기에 초청받고 데뷔하게 된 비너스는 비록 세계 1위 선수의 비열한 시간 끌기 때문에 패하고 말지만 관람객들과 언론의 엄청난 찬사를 획득하게 된다. 뛰어난 실력을 지닌 새로운 테니스 스타가 등장한 것이다.
6. 영화는 할렘가 출신 흑인 여성들의 성공이자 그 성공을 위하여 치열하게 분투해야 했던 아버지의 투쟁이야기이다. 그러나 그 투쟁은 폭력과 저항의 방식이 아니라 주류 사회로 진입하여 실력으로 인정받고 노력으로 성취하는 도전의 형태로 이루어진다. 모두가 냉소적으로 바라볼 때, 냉소를 감탄으로 바꾸는 유일한 방법은 실력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하지만 ‘실력’은 때론 온갖 편견에 의해 무너지기 쉽다. 아버지 리차드는 ‘실력’을 기르고, 실력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태도를 가르쳤고, 실력을 통해 성공을 향해 가는 데 방해되는 걸림돌을 헤쳐 나가기 위해 노력했던 것이다. 그는 아이들의 성공이 ‘흑인’들의 성공이라는 사실을 끊임없기 자각시킨다. 결국 이 이야기는 고집스런 아버지의 노력과 그 노력의 성취가 이루어진 특별한 성공담이 된다.
7. 성공담은 언제든지 흥미로운 이야기이다. 특히 열악한 환경 속에서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룬 성공은 더욱 관심이 간다. 정말로 윌리엄스 자매는 테니스계의 특별한 존재들이다. 언니 비너스도 오랫동안 세계 랭킹 1위에 올랐지만, 특히 동생 세레나는 여성 스포츠계의 전설적인 인물로 인정받는 압도적인 성취를 이루었다. 상대적으로 진입이 어려운 테니스계의 두 자매의 성공적인 이야기는 성공의 화려함과 비례하여 그 곳을 오르기 위해 겪어야 했던 힘든 과정의 시간의 의미를 감동적인 시선으로 보게 하는 것이다. 모든 성공에는 배경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두 자매의 성공에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헌신적인 계획과 노력이 담겨있는 것이다.
8. 이 멋진 흑인 가족의 분투기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버지 역을 맡은 ‘윌 스미스’에게 남우주연상이라는 영예를 안겼다. 영화 속에서 아버지는 폭력배들에게 폭행을 당하면서도 대응하지 않는다. 그것은 가족들의 안전을 위한 결정이었다. 그는 끊임없이 겸손과 노력을 강조하였다. 왜곡된 시선 앞에 놓인 흑인들이 지켜야 할 품위를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현실의 윌 스미스는 아카데미 수상식장에서 자신의 아내를 조롱한다는 이유로 코메디언의 얼굴을 가격했다. 전 세계에 공식적으로 폭력을 행사한 것이다. 영화 속에서 ‘폭력’의 유혹과 끊임없이 싸웠던 리차드 윌리엄스와 다르게 그는 폭력을 행사하였다. 그것은 어쩌면 자신에게 수상의 영광을 안겼던 윌리엄스 가족에 대한 명예를 손상시키는 일이 아니었을까? 폭력에 저항했던 윌리엄스의 강인함은 윌 스미스가 보여준 한순간의 무너짐을 통해 손상되었다. 리차드 윌리엄스는 개인의 행동이 아닌 흑인으로서의 행동이라는 점을 끊임없이 인식하였고 그것을 위해 노력했다. 윌 스미스는 개인으로 행동했겠지만 결국 그는 ‘흑인’에 대한 나쁜 인상을 각인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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