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1일은 둘이 하나가 되는 상징성을 지닌 부부의 날이다.
부창부수(夫唱婦隨), 여필종부(女必從夫)등 한문식 성구(成句)에는 부부관계의 수직적 표현을 함축하고 있다. 반면에 순수한 우리말 “가시버시” 는 “각시와 벗하여” 란 뜻으로 수평적인 부부관계를 잘 나타내고 있다.
부부의 날을 맞아 아내와 남편의 수평적인 관계를 상징하는 순수한 우리말표현을 찾아 보았다. 여기에 소개하는 자료는 필자가 최근에 읽은 ‘우리말은 서럽다’(김수업 지음)를 주로 참고 하였음을 밝혀둔다.
아내와 남편이 서로 부르는 말로 ’여보’를 사용한다. ‘여보’의 높임말은 ‘여보십시오’ ‘여봅시오’ ‘여보시오’가 있고 낮춤말은 ‘여보시게’‘여보게’ ‘여보아라’가 있다. 여기서 ‘높이거나 낮추거나 하는 몫의 씨끝’ 즉 ‘~시오’ 와 ‘~아라’를 잘라버려서 ‘여보’ 만 남게 되었다. 따라서 ‘여보’는 높이지도 낮추지도 못하는 말이니 ‘반말’이다. 우리겨레는 아내와 남편 사이를 ‘반말’을 쓰는 평등한 사이로 여겼다.
아내와 남편이 서로 부를 때 ‘임자’란 말을 사용 하였다. 남편이 아내를 부를 때 또는 아내가 남편을 부를 때 서로 ‘임자’라고 불렀다. 임자란 ‘물건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 즉 ‘주인’을 뜻한다. 우리 겨레는 부부가 서로 상대에게 매인 사람으로 여기고 상대를 자기의 주인이라고 불렀다.
우리겨레의 아내와 남편의 가리킴 말은 ‘이녁’ 곧 ‘이녘’이다. ‘이녘’이란 말은 ‘이쪽’과 비슷한 뜻이다. 아내와 남편이 서로 ‘그녁(녘)’ 곧 ‘그 쪽’아 아닌 ‘이녁’ 곧 ‘이쪽”이라 하여 상대가 곧 나 스스로 라고 여겼다.
우리겨레가 아내와 남편 사이에 반말을 쓰고 서로를 한 몸으로 여기며 살았다는 사실이 부부의 수평적인 관계를 상징적으로 잘 말해주고 있다. 부부가 결합하여 둘이 한 몸이 된다는 뜻은 상대방의 문제가 곧 나의 문제로 공동의 해결책을 고심해야 한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동반자가 불행하면 나도 불행해진다는 상호관계성이 짙게 깔려 있다.
서울시는 부부의 날을 맞아 ‘서울 부부의 자화상’과 관련된 통계를 발표했다.
2010년 통계에 따르면 서울 부부중 ‘아내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남편비율은 73.4%인 반면, 아내는 64.9%만이 ‘남편에 만족한다’고 응답하였다.
2010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 부부는 생활 방식에서 공통된 가치관을 갖고 있다’에 동의하는지 물은 결과 남편은 44.7%, 아내는 41.7%가 동의하였고, 남편 14.2% 아내 16.6%는 그렇치 않다고 응답하였다.
2010년 이혼한 사유중 ‘성격차이’가 44.5%로 가장 높았으며, ‘경제문제’ 12.3%, ‘배우자 부정’ 7.8%,’가족간 불화’ 6.6%,’정신적 육체적 학대’4.5%,’건강문제’ 0.6%로 나타났다.
이혼한 부부중 동거기간 ‘20년 이상’ 결혼생활을 한 부부는 1990년 6.6%로 가장 낮았으나, 2010년 27.3%로 늘어났다. 반면, 1990년 38.3%로 비중이 가장 높았던 결혼 후 ‘4년 이내 이혼’은 지난해 25.0%로 줄어, 황혼 이혼이 지난해 처음으로 신혼 이혼을 앞질렀다.
양성평등과 여성인권신장을 위한 호주제 폐지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부부관계는 대체로 건전하다고 할만하다. 다만 황혼 이혼이 늘어나는 추세는 바람직하지 못한 것으로 생각된다.
금혼식이 천연기념물보다 더 귀한 요즘 미국의 자동차 왕 헨리 포드의 충고가 새삼스럽게 들린다!
When Mr. and Mrs. Henry Ford celebrated their golden wedding anniversary, a reporter asked them, “To what do you attribute your fifty years of successful married life?” “The formula is the same one I’ve used in making cars.” said Ford, “Just stick to one model!”
헨리 포드와 부인의 결혼 50주년 축하행사 때 한 기자가 “50년 동안 성공적인 결혼의 비결이 뭐라고 생각 하십니까?”라고 묻자. 포드가 대답했다. “자동차를 만들 때 적용했던 철학을 그대로 적용 했지요. 한가지 모델을 고수 했을 뿐이에요!”
세계적인 기업인으로 그리고 성실한 가정생활로 존경 받는 헨리포드와는 대조적으로 최근 지구촌의 유명인사들이 불명예스러운 성 추문으로 자기자신을 스스로 곤경에 빠트리고 있다. 최근 세계의 경제 대통령이라 불리던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국제통화기금 총재가 뉴욕의 한 특급 호텔에서 여자 청소원을 성폭행 하려 한 혐의로 구속되였다. 얼마전 아널드 슈워제네거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가정부와 불륜으로 25년간 결혼 생활을 함께한 부인 마리아 슈라이버와 별거하는 사실이 알려저 세인을 놀라게 했다. 그보다 앞서 지난 대선 당시 미국민주당 예선전 후보였던 에드워즈 케네디 전 상원 의원은 선거운동 비디오 촬영 여기사와 바람을 피워 아이까지 낳았다는 사실이 알려져 정치 생명이 끝났다. 에드워즈 의원은 부인이 유방암 진단을 받고 투병중에 불륜을 저질렀고 그의 부인은 남편의 배신으로 인한 큰 고통 속에서 병마와 싸우다 생을 마감했다.
가정 생활뿐 만 아니라 사회생활에서도 반사경의 법칙, 메아리의 법칙이 적용되는 이치는 동서고금을 통하여 불변이다. 배우자나 가족 그리고 공동체로부터 성실성을 인정 받고 싶으면 사적인 공간에서 도덕수준이 높은 처신을 하며 묵묵히 신뢰를 쌓아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인정과 확신을 받고 싶으면 상응하는 언행을 다른 사람이 보지 않을 때도 틀림없이 실천해야 한다. 다른 사람이 보지 않는 사적인 공간에도 반사경이 설치 되여 있다고 생각하면 한번의 OB도 내지 않고 인생게임에 성실하게 임 할 수 있다.
사랑 받기를 원하면 솔선해서 사랑의 손길을 내 밀고, 미소를 원하면 먼저 미소를 보내는 것이 순서 이다. 상대방으로부터 친절을 받기를 원하면 넓은 마음으로 먼저 친절을 베풀어야 한다. 보인 만큼 또는 보낸 만큼 동시에 아니면 시차를 두고 되돌아 오는 것이 반사경과 메아리의 법칙이다. 짜증, 한 숨, 거친 말, 부도덕한 행위 그리고 불륜 등 타락한 행위를 반사경에 투사하거나 메아리 은행에 예치하면 수학의 이론으로는 도저히 설명 할 수 없는 재앙 플러스 알파 효과가 행위자에게 되돌아 온다는 사실을 지금 우리 생활 속에서 목격하거나 뉴스를 통하여 접하고 있다.
김요한 시인은 “부부에게”라는 시에서 아내와 남편에게 각각 아래와 같은 언행을 권고했다:
아내여, 행복한 부부가 되려면
결코 남편을 충고 하지 말라.
비판하지 말라.
멸시하지 말라.
그리고 조용히, 정말 조용히 칭찬하라.
남편이여, 평화를 원한다면
결코 아내를 나무라지 말라.
무시하지 말라.
비교하지 말라.
그리고 욕하지 말고 조용하게
정말로 부드럽게, 사랑한다고 말을 하라.
“끝”
5월5일 어린이 날을 시작으로, 5월8일 어버이 날을 거쳐 5월21일 부부의 날로 가정의 달 행사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날로 푸르름이 더해 가는 싱그러운 5월에 가시버시 가벼운 옷 차림으로 대자연을 함께 즐기며 기억에 남는 좋은 시간을 갖게 되기를 바랍니다.
정해균 드림
추신: ‘우리말은 서럽다’의 저자 김수업씨에 의하면 ‘가시버시’는 ‘각시를 벗으로’라는 낱말이고 이를 더 풀이하여 ‘남편이 아내와 정답게’ 또는 ‘부부끼리 오손 도손’이란 뜻으로 정의내림. 따라서 국어사전에 나와 있는 ‘가시버시:부부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는 정의는 옳지 않다고 분노에 찬 반론을 제기함. 대학 국어교육과에서 가르치면서 국어 교사를 직접 길러낸 경력이 있는 저자는 ‘가시버시’야 말로 한자 부부(夫婦)보다 더 정겨운 토박이 우리 말이라고 주장함. 책의 제목 ‘우리말은 서럽다’는 한자를 점잖게, 우리말은 속되게 묘사하는 한자 사용예찬론자와 국어사전의 편찬자의 편협한 해석에 대한 불만을 담고 있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