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텔레비젼에서
믿기 어려운 장면을 보았다
현실이라고 말하는 TV안의 소리가 들렸다
목안에서 무언가 꽉 찼다
받아들이기 힘든 엄청난 일이
멀지 않은 바다 저편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방송에서는
주로
테러를 당한 미국인들의 절망과 상실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테러대상국에 대한
복수의 시나리오가
연일 보도되었고
테러에 대한
전쟁을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상황도
변화는 왔다
테러에 관한 기사가 심심찮게
등장하고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중요한 주제가 되면서
폭력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두려움의 지수도 높아져간다
다만, 폭력의 두려움이
폭력을 키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9.11테러이후의 상처받은 사람들은 어떻게 치유되고 있을까..
미국정부의 대응처럼 군사력과 입법을 통해
테러국가의 사람들을 죽이고 자국내의 이민자들을 격리하는 법을 만드는 것으로
치유되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면
상처받은 사람들은 무얼 하고 있을까.
그들이 궁금했었다
<아무것도 묻지 마세요>는 미국내에 불법체류하고 있는
방글라데시에서 건너 온 한 가족의 이야기다
9.11테러가 일어난 후 한 가족의 일상은 흩트러지고 미래의 꿈은 조각나버린다
가족의 막내인 나디라의 눈을 통해 이들의 바뀌어진 일상과 감금,망명,추방에 속수무책인 부모들이 처한 상황이 그려지고
어려움속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아 성장하는 나디라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쾌활하고 자신만만한 엄마는 뚱뚱하고 눈에 띄지 않는 나디라에게 말한다
" 네 속도로 가면 돼"
침착하고 서두르지 않지만 조심성있는 아빠는
수영을 가르치면서 나디라에게 말한다
"숨쉬는 요령만 알면 어떤 어려움도 헤쳐 나갈 수 있는 거야"
그 방법이란 목 뒤쪽에 숨을 모으는 요령을 배우고, 참을성 있게 조금씩 거품으로 숨을 내쉬는 거다.
나디라는 아빠의 진실을 직면하기 힘들어하는 단짝친구 릴리를 도우면서
조금씩 커가는 자신을 발견한다.
" 그건 한 이야기의 두 가지 판을 하나로 합치는 것이다. 아니면, 지도를 자세히 들여다 보고 진짜 장소와 대조하면서
전체 그림을 생각해 내는 것이다.."
방글라데시에서 정의롭게 살았던 나디라의 가족은 미국에 오면서부터 혼란을 겪는다
'...무엇이 정의인지 알 수 없게 되었다.우리는 미국에서 얼굴도 없이 살았다.우리는 투명인간이었다. 우리는식당에서
접시를 치우거나 식료품을 배달하며 다른 사람들이 생활하는 틈바구니에서 미끄러지듯 움직였다.
무엇이 잘못된 걸까? 우리는 모른다. 아빠말로는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다른사람들이
눈길을 주지 않도록 해야만 했다. 하지만 아빠는 자꾸 숨으려고 하면서 마음의 상처를 입는 것 같다...."
나디라는 대학진학이 좌절되고, 졸업생대표로 선발되었어도 연단에 설 수 없이 희망을 잃은 언니에게 말한다
" 언니, 버몬트에서 있었던 일에 관해 말하고 싶어. 판사 앞에서 했던 말과 다른 것까지 모두 말이야'
" 그 사람들의 잘못을 밝히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었어. 그것 이상이었어. 그들이 우리를 보게 했다고. 그게 아빠가 석방된
유일한 이유는 아닐거야. 하지만 효과는 있었어. 분명히 영향을 미쳤다고.""
" 나는 늘 언니가 용감하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지금보니 언니는 겁쟁이야"
" 언니는 포기했어. 뭐든 단념하는 건 쉬우니까. 언니는 늘 힘든 문제를 극복했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못했어.
언니는 늘 제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것만 생각했어. 제대로 옷을 입고, 잘 어울리려고 애쓰는 식으로 말이야.
하지만 때로는....때로는 언니가 누군지 밝여야 할 때도 있는 거야. 언니가 정말로 뭘 생각하는 지 말이야'"
" 우리를 제대로 보게 만들어야 한다고."
불법입국자로서 투명인간처럼 일상을 살아가던 한 가족에게 닥친 어려움은
9.11테러사건으로 인해..복수라는 국가적 폭력상황이 벌어지고..평범한 사람들조차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 위험한 사람들로 분류되고 ...폭력의 또 다른 피해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나디라는 자신의 힘으로 조각난 것들을 이어간다
그것은 정의도 아니고 제대로 된 멋진 것들도 아니다.
그들이 우리를 제대로 보게 만드는 것이다.
무엇보다도...자신의 생각을 확신하며 어려움을 정면으로 대응해가는 나디라의 용기가
부서진 가족들의 꿈과 일상을 다시 되찾아주었다.
우리들은
멋진 미래와 꿈을 가지면서 한편으로
자신이 가진 어두운 쪽은 숨기려고 할 때가 많다
나디아는 그런 우리들에게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 자신을 제대로 보세요...그러면 길이 보일거예요."
첫댓글 우리들은
멋진 미래와 꿈을 가지면서 한편으로
자신이 가진 어두운 쪽은 숨기려고 할 때가 많다
나디아는 그런 우리들에게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 자신을 제대로 보세요...그러면 길이 보일거예요."
맘에 와 닿는 글이네요...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