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
장원지맥은 호남정맥 무등산 서석대에서 분기하여 장원봉-노고지리산-삼각산-잘봉산-운암산-대마산을 지나 유촌동 유덕마을로 이어지고, 유덕마을에서 직선거리로 3km를 더 가면 광주천이 영산강과 합류하게 된다. 신산경표에는 원래 대마산 아래 도로까지를 29.8km로 보고 30km이상 지맥에는 포함하지 않았지만, 도로에서 유덕마을 입구 고목까지 0.9km를 더하여 지맥에 포함시켰다.
영산기맥과 땅끝기맥을 거치면서 지긋지긋한 가시덤불에서 해방될 수만 있다면 그 어떤 것도 감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하여 가시덤불이 없는 곳을 기대하면서 가장 먼저 도심을 관통하는 장원지맥을 찾게 되었다. 장원지맥은 거꾸로 진행하는 방법을 택했다. 분적지맥도 무등산에서 갈라지기 때문에 장원지맥을 마치면 바로 이어서 분적지맥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구간은 광주송정역에서 가까운 광주천에서 출발하여 대마산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했고, 세 번에 나눠 분적지맥까지 마칠 작정이다.
★ 산행개요
- 산행코스 : 광주천-대마산-큰봉-여물봉-삼각산-바탈봉(태봉)-군왕봉-잣고개-장원봉-지산유원지
- 산행일행 : 단독산행
- 산행거리 : 33.4km (실제거리 28km, 늘 있는 헛발품 4km, 하산 1.4km)
- 산행일시 : 2024년 8월 13(화) 06:50~18:30(11시간 40분)
★ 기록들
KTX 첫차를 타고 광주송정역에서 하차한 후 광주천 인근에서 가민시계를 켰다. 대마산을 보면서 길을 건너자 점집인지 사찰인지 불분명한 건물을 두고 오른쪽으로 희미한 족적이 있었다. 올라서자마자 거미줄이 엄청나다. 정상에 이르기도 전에 거미줄이 온몸을 칭칭 감았다. 이번 구간의 특징은 대나무와 거미줄이 다른 구간보다 훨씬 많다는 점이다. 10분 만에 대마산 정상에 이어 공사현장을 오른쪽으로 내려선 후 도로를 건너자 봉우리 같지 않은 곳에 준희 선생님의 126.2봉 산패가 눈에 띈다. 내려서는 길은 특이하게도 아파트 건물을 관통해야 했다.
광주빛고을 스포츠클럽 건물 뒤쪽에 위치한 봉우리엔 공사 중이라 바로 올라갈 수 없었다. 산책로를 따라가다 적당한 지점에서 사면을 치고 올라서자 산책로가 이어졌다. 호남고속도로를 건너야 하는데, 산책하시는 분께 굴다리 위치를 물어보니 푸른마을 1단지로 내려서면 찾을 수 있다고 했다. 8시 52분 호남고속도로 굴다리는 쉽게 통과했다. 숲 속 들머리를 찾아 들어가자마자 내려서야 했고, 이번에도 여지없이 공사현장이 가로막아 우회하여 내려선 후 큰봉으로 향했다. 국립박물관 뒤편에 위치한 빛고을 산들길은 동네 주민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었고 흙길이라 스피디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큰봉에 이어 여물봉(143.8m)까지는 편하게 왔지만, 날머리 방향이 산들길과는 달랐다. 가시덤불과 비슷한 잡목 숲길을 뚫고 내려서자 도로 건너 본촌배수지 입구로 왼쪽의 희미한 길이 보였다. 마루금은 아니지만 마루금을 연결하기 위해서는 가장 가까운 길이다. 이번에도 대나무 숲에 엄청난 거미줄과의 전쟁을 치러야 했다.
마루금인 산들길로 바꿔 타자 한새봉으로 이어졌다. 한새봉을 터치다운한 후에는 도저히 내려서는 등로를 찾을 수가 없다. 우여곡절 끝에 도로로 내려선 다음 길을 찾을 생각이었지만 트랙을 보니 도로 따라 가로질러 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문제는 도로 따라가는 길이 너무 길어 조금이라도 빨리 마루금에 복귀하겠다는 생각에 우회했는데, 전혀 엉뚱한 방향이다. 산정에는 시그널이 있지만 24000산 문정남씨가 걸어둔 것이다. 마루금과는 무관한 시그널이었다. 올라서는 길은 뚜렷했지만 내려서는 길은 흔적이 없다. 길을 내며 내려서자 광주 교도소 가는 진입로 앞이다. 결국 오르지 않아도 될 산을 힘들게 올라간 모양새가 되었다. 다시 도로 끝까지 올라가 족적을 찾기 시작했다. 넓은 길을 따라 올라가면 좋은데 양봉장이 있어 벌에 쏘일까 봐 우회했다. 다시 한번 가시덤불과의 일전을 펼쳐야 했다. 오르막은 거칠고 혹독했다.
12시에 이를 무렵 마루금에 복귀했고, 근처 나무의자가 있어 도시락을 펼칠 수 있었다. 가민시계가 식사한다고 휴식시간이 길어지자 자동저장 기능이 작동했다. 다시 가민시계 시작 버튼을 누를 수밖에 없었다. 13시 20분 삼각산 정상을 넘어섰다. 견훤이 도읍을 세운 지역이라 서울산(셔블산)이라 했는데, "셔"는 석삼, "블"은 뿔각이 되어 삼각산이 되었다고 한다. 삼각산을 내려서자 호남고속도로 통과방법을 모르니 은근히 걱정되었다. 트랙을 확인하면서 내려선다고 했음에도 두 번이나 알바를 하고 말았다. 13시 46분 약수터가 보였다. 물 두 사발을 마시고 머리도 감았다. 약수터에서 바로 내려서는 길이 마루금이었다. 이 길을 찾지 못해서 시간허비가 많았다. 트랙은 맞지만 내려서는 길에는 물을 건네게 되어 내려서는 내내 마루금이 맞는지 의구심이 생겼다.
결과론적으로 봤을 때 약수터에 되돌아오지 말고 끝까지 간 다음 호남고속도로를 관통한 후 마루금을 찾아들어가는 게 좋을 뻔했다. 바로 앞에 호남고속도로를 두고 정자가 위치해 있었다. 주민 한분이 보이길래 굴다리 위치를 물어보니 왼쪽이 아닌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성당 옆으로 통과할 수 있다고 했다. 나주교통 차고지를 지나자 조그만 굴다리가 보였다. 넘어서자 불법경작지가 여기저기 철조망으로 에워대고 있어서 어떻게 빠져나가야 할지 난감했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광주솔로몬로파크 뒤편 도로로 월장한 후 트랙을 확인했다. 도로 따라가다가 한번 더 고속도로 밑 부분을 지나면 사찰이 있는 지점에서 산들길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있었다. 막상 사찰을 넘어서자 등산로가 희미해서 결국 다시 한번 잡목과 가시덤불을 헤치며 올라설 수밖에 없었다.
15시 50분 마루금에 벗어나 있는 산들길에 이어, 16시 정각 삼거리 마루금에 도착했다. 정상적으로 왔으면 노고지리산과 태봉을 자연스럽게 이을 수 있을 것이다. 배낭을 그 자리에 벗어놓고 아쉽지만 200m 떨어진 태봉(바탈봉)이라도 다녀오기로 했다.
16시 50분, 국립공원 안내판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무등산 국립공원 안으로 들어간다는 의미다. 16시 52분 보리봉을 넘어 17시 12분 군왕봉(394m)에 도착했다. 드디어 무등산이 깨끗하게 조망되었다. 무성성지 돌담길을 내려서자 17시 53분 잣고개다. 이번에도 성벽길을 따라 올라 장원지맥의 주봉인 장원봉(412m)에 이르렀다(18:20).
마루금에 벗어나 있는 장원정에서 마지막 간식을 비우고 다시 마루금에 복귀한 후 지산유원지 우회로를 찾았다. 희미하지만 내려서는데도 지장이 없었다. 내려설수록 엄청난 날파리들이 몰려들었다. 18시 40분 폐허가 된 전원주택이 보이고, 무등파크호텔로 이어지는 도로 따라 내려오면서 보니 전원주택과 상점들이 전부 빈집이다. 빈집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지만 이곳 역시 그러한 문제점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 지산유원지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니 버스가 왔다. 오늘 땀을 너무 많이 흘려 사타구니가 쓸리며 목포역에서는 버스를 타야 할 정도로 보행이 힘들다. 하긴 오늘 광주 기온이 35도였으니 그럴 만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