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은 내가 아니라
주님을 위한 것이다.
로욜라의 이냐시오 성인의 영적인 깊이와 명철한 이성은 그의 저술 어디서든 쉽게 느낄 수 있다. 겸손의 세 가지 단계에 대한 설명도 예외는 아니다.
“겸손의 첫 단계는 영원한 구원에 필수적이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보다 나를 더 낮추고 머리를 숙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주 하느님의 계명에 완전히 순명하기란 불가능하다. 계명 준수의 엄격함은 하느님이나 이웃 사람들에 대해서 대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는 생각조차 떠오르지 않을 정도여야 한다. 사람들이 나를 이 세상 모든 것들의 주인으로 추켜세우거나 현세의 삶에만 해당되더라도 말이다."
“겸손의 둘째 단계는 앞의 것보다 더 완전하다. 이 단계의 겸손은 우리 주 하느님을 한결같이 섬기고 내 영혼의 구원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라면, 더 많이 가지고 싶은 마음이 없고, 가진 자들에게 질투를 느끼지도 않으며, 부유하거나 가난한 삶, 오래 사는 삶, 공경받거나 멸시받는 것 모두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마음가짐이다. 피조물 때 문에 추악한 죄를 짓는 일이 전혀 없다. 죄를 범하지 않으면 죽이겠다는 협박을 당해도 단호히 거부할 수 있는 상태다.”
“겸손의 셋째 단계는 가장 완전한 형태다. 지존하신 하느님께 끊임없이 찬미와 영광을 드리며, 우리 주 그리스도를 더 많이 닮고 더 많이 본받고자 열망한다. 가장 완전한 겸손의 단계에 올라선 사람은 부유함이 아니라 가난한 그리스도와 함께 가난을 택하며, 영예보다는 조롱받으신 그리스도와 함께 멸시당하기를 택하며, 이 세상에서 지혜롭고 똑똑하다는 말보다는 차라리 바보 같고 순진하다는 소리를 들으며 살기를 원한다.
“자기 자신을 주님께 온전히 맡겨드리기만 하면, 주님께서 그에게서 위대한 일은 무엇이든 하실 수 있다는 점을 사람들 대부분이 모르고 있다."
“무슨 일을 할 때는 오직 나만이 행하고, 하느님은 아무것도 하시지 않는 줄로 여겨야 한다. 그리고 의탁할 때는 오직 하느님만이 행하시고,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줄로 여겨야 한다.”
“하느님 앞에 더 많이 내놓으시오. 그러면 우리에게 더 많은 것을 내주시는 하느님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모든 것을 주님을 위해 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기도드릴 때도 그렇게 하시오.”
“내면에 분열의 이유가 있으면, 아무리 영혼의 평화를 구하여도 평화를 얻지 못 한다."
“열정이 없는 사람은 이 세상 삶에 별 만족을 못 느끼는 것 같다. 하지만 주님을 위한 열정으로 가득한 사람은 이 세상에서도 행복을 누리며 산다."
로욜라의 이냐시오 성인은 1491년 스페인의 명문 귀족 바스크 가문에서 11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그의 자서전에 따르면 “26세까지는 세속적인 허영에 몰두했고, 거대하고도 허무한 열망을 가지고 세속적인 명예를 얻으려 무술 연마로 몸을 단련시키며 지냈다." 그는 최신 유행 머리 모양과 새로운 의상을 즐기고, 격투기에도 큰 관심을 쏟고, 궁중의 여러 여자들과 염문을 뿌렸다. 1517년에는 입대하여 스페인 국왕을 섬기는 기사가 되어 프랑스와의 전투에서 한쪽 다리에 중상을 입었다. 그때 고향에서 회복기를 갖는 동안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책을 고르다 <그리스도의 생애>와 <성인전>을 읽게 되면서 그의 삶은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 온 존재가 그리스도를 향하게 된 것이다. 1522년 3월 24일 밤중에, 그는 로욜라 성을 떠나 몽세라에서 총 고해성사를 했으며, 가난한 사람을 찾아가 자신의 기사 갑옷과 무장을 모두 벗어주고 포대로 짠 두루마기를 걸쳤고, 자신의 장검과 단검은 순례 성모 성당의 검은 성모 제단에 봉헌하고 동굴에 거처를 정했 다. 그때부터 그는 전적으로 하느님의 사람, 하느님께 봉사하는 사람이 되었다. 하느님은 그의 마음의 중심, 그의 특별한 사랑의 대상이 되었다. 일상생활의 사소한 일까지도 하느님을 위한 봉사로 바치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기도와 극기와 구걸의 삶, 자신의 죄를 속죄하는 고행을 통해 체험한 결과물 <영신수련>을 세상에 내놓았다.
하느님과 사람에게 더 잘 봉사하기 위해 공부를 시작하여 1537년 46세의 나이에 사제가 되었으며, 그해 겨울 동료들과 함께 교황을 만나기 위해 로마로 가던 중 로마 근교의 마을 성당에서 환시를 체험했다. 성부께서 이냐시오를 예수 그리스도와 한자리에 있게 해주시고, "내가 로마에서 너희에게 호의를 보여주리라."라는 내용이었다. 이를 계기로 그와 동료들은 자신들을 "예수의 동반자Compania de Jesus"로 부르게 되면서, 오늘날 로마 가톨릭 교회의 최대 규모의 수도회인 '예수회Society of Jesus'가 탄생하게 되었다. 1556년 7월 31일 로마에서 선종했으며, 1622년 성인품에 올랐다. 축일은 7월 31일이다.
(마리아지 2024년 7•8월호 통권 246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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