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이씨 파보 서(陜川李氏派譜序)
최익현(崔益鉉) 찬(撰)
천하의 도에는 경(經)이 있고 위(緯)가 있다. 하늘이 부여한 질서와 백성 사이의 윤리는 만고에 변하지 않으니 이를 경이라 하고, 예문과 제도처럼 서로 참작하여 가감하고 변통할 수 있는 것은 위라 한다. 대체로 나 자신의 한 몸에서 거슬러 올라가면 몇 천 몇 백 세대가 되는지 알 수 없고, 아래로 이어 내려가도 또한 몇 천 몇 백 세대가 되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부자·군신·부부·장유 사이의 도리는 하루와 같이 변함이 없다. 내 마음 하나에서 미루어 사방팔방으로 펼쳐 나가면 수많은 사물과 일이 빠짐없이 포괄되고, 그 응대와 작용에도 부족함이 없다. 그러므로 나라에서는 역사와 전기가 있고, 집안에서는 족보와 계첩이 있으니, 이것 역시 경위 가운데 하나의 일이라 할 것이다. 실로 마땅히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
이씨는 신라에서 나왔으며, 고려의 강양군 이개(李開)를 중조로 삼는다. 강양은 곧 지금의 합천이다. 계대가 십여 세대에 이르러 문질공 예(芮)라는 분이 계셨는데, 판도판서를 지냈으며 충효와 절의가 두드러져 향사에서 제향을 받았다. 바로 이분이 그 분파의 조상이다.
그 세 아들인 문·질 세 분이 모두 재상의 반열에 올랐고, 손자와 증손·현손에 이르기까지 그 가업이 오래도록 이어져 끊이지 않았다. 실직과 산반에 오른 사람이 십여 명이나 되었으며, 그 전통이 오늘날까지 이어졌다. 그 후손으로 영남과 호남에 흩어져 사는 사람도 또한 대략 수백 명에 이른다.
비록 그들이 각자 자기 고장에서 편안히 살아 크게 두드러지는 모습은 없지만, 대체로 성품이 돈후하고 순박하며 신중하다. 스승과 벗을 따라 배우고 익히며, 효도와 우애, 그리고 친족 간의 화목을 힘써 먼저 행하고, 사악함과 바름, 사람과 짐승 사이의 구별을 매우 신중하게 여긴다.
그 모습이 성대하여 멀고 가까운 곳의 사람들이 듣고 보며 서로 전하여 칭송할 만하다. 그러니 그 가문은 본래부터 영지와 감로처럼 아름다운 기운을 지닌 것이 분명하며, 선행을 쌓은 데서 비롯된 후손의 복 또한 속일 수 없는 것이다. 마침 그들이 족보를 새로 편찬하는 일이 있어 나에게 책머리에 한마디를 써 달라고 부탁하였다.
아, 만물은 하늘에 근본을 두고, 사람에게는 모두 그 근원이 있다. 그러므로 혈통과 기운이 서로 이어지고 관통하여 각각 자신의 본성과 천명을 바르게 받는 것이다. 비록 천만 년이나 먼 세대에 이른다 하더라도 가지마다 서로 이어지고 잎마다 서로 계승되어야 한다. 그 차례는 질서정연해야 하며, 한 사람도 빠뜨려서는 안 되고 한 사람의 계통도 뒤섞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한번 족보의 폐단이 생겨나면서부터 차츰 구차하고 소홀하게 되어, 길 가는 사람을 아버지와 조상으로 삼고 길거리의 아이를 아들과 손자로 인정하는 일이 곳곳에서 생겨났다. 이러한 사람들은 천지와 신명과 사람에게 죄를 얻게 될 것이니, 짐승과 다를 바가 멀지 않다. 그러니 또 무엇을 말할 필요가 있겠는가.
합천 이씨는 이러한 폐단을 면할 수 있겠는가?
이에 이 글을 써서 그 문중의 젊은 후손 혁기보(赫基甫)에게 부친다.
<끝>
출처>전통의명문 경주이씨종친회 ㅣ 이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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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原文]
陜川李氏派譜序
天下之道。有經有緯。天秩民綱,萬古不易,謂之經。儀文制度,參互損益,謂之緯。蓋自吾一身,溯而上之,不知其幾千百世;引而下之,又不知其幾千百世,而父子君臣夫婦長幼之道,如一日矣。由吾一心,推而出之,四方八面,許多物事,包括不遺,酬酢有餘,則國而史傳,家而譜牒,蓋亦經緯中一事,固不可不講也。
李氏出自新羅,以麗朝江陽君開,爲中祖。江陽,即今之陜川。傳至十餘世,有曰文質公芮,官版圖判書,忠孝著節,俎豆鄕祠。卽其分派之祖。文、質三子,並登宰樞,孫而曾玄永襲不替。實職散班十餘人,式至于今。雲仍之散居嶺湖者,又無慮以數百計。
雖其各安鄕土,無甚槩見,類敦厚淳謹,師友講習,務先乎孝友敦睦之政,致愼於邪正人獸之分,蔚然爲遠邇見聞之所傳誦焉。則蓋其芝種醴派,固自逈別,而積善餘慶,尤不可誣也。爲其有修譜之役,要余置一言於卷端。噫!萬物本乎天,人皆有所自出。是其血禪氣貫,各正性命。雖千萬歲之遠,枝枝相代,葉葉相承,序次秩然,闕一不得,亂一不得。一自譜弊濫觴,轉輾苟且,指路人爲父祖,認街童爲兒孫者,比比焉。若此輩人,其獲罪於天地神人,而去禽獸不遠,又何足道哉 李氏其免矣乎。 爲書此,以付其門少年赫基甫。<끝>
勉菴先生文集卷之十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