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현(李齊賢)
동남의 주ㆍ군에서 경주(慶州)가 제일 크고, 상주(尙州)가 그 다음이다. 그 도의 명칭을 경상도라 하는 것이 이것 때문이다. 그러나 사명을 받든 자는 반드시 먼저 상주를 거쳐서 경주로 가게 되므로 풍화(風化)의 유행이 상주로 말미암아 남으로 가고, 언제나 경주로 말미암아 북으로 오지는 않았다.
지정(至正) 3년(1343,충혜왕 4) 봄에 근재(謹齋) 안후(安侯)가 감찰대부(監察大夫) 우문관제학(右文館提學)으로서 상주 목사로 나가게 되니, 진신(搢紳)의 어진이와 종유하는 좋은 인물들이 모두 서로 경축하여 말하기를, “후(侯)는 안으로는 강하고 밖으로는 화(和)하며, 말은 간략하고 행동은 민첩하다.
강하고 간략하면 사람이 꺼려서 범하지 못하고, 화하고 민첩하면 사람이 즐거워하며 따른다. 그의 사명을 받드는 자가, 전에는 그 이름을 사모하다가 지금 그 덕을 보게 되면, 비록 영성(甯成)의 호랑이와 지도(郅都)의 매[鷹]가 있을지라도 거의 그 혹독한 행동을 늦출 만하며, 상양(桑羊)의 관곽(管榷)의 꾀를 하던 자도 또한 그 까다로운 버릇을 자제할 것이다.
그렇다면 상주 백성이 거의 숨을 쉴 수 있으며, 이미 풍화가 상주로 말미암아 남으로 간다 하였으니, 곧 상주 한 고을만이 그 복을 오로지 받는 것이 아니라 또한 경상 일도의 복이다.” 한다. 나는, “제군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 대개 부귀와 영달은 인정의 다 같이 바라는 바다.
그러나 임금의 깊은 지우(知遇)를 입고, 남들의 무거운 소망을 지고서 능히 겸손하여 급류에 휩쓸리지 않고, 그칠 줄을 아는 자는 고금(古今)에 구해도 대개 천에 열, 백에 하나일 정도이다. 그러므로 백발의 양친이 당(堂)에 있으되 약한 아우나 어린 누이를 달래서 그 공양을 받들게 하고, 천리의 먼 길을 분주하여 헌상(軒裳)의 하루아침 영화를 넘겨다 보아도 세상이 조금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후(侯)는 중국에서 대과(大科)를 하고, 문장이 우리나라에서 독천하여 화관(華官) 요직을 내리 지내고, 과장(科場)에서 시관의 직무를 맡았다. 지난해에 가족을 데리고 돌아가서 대부인(大夫人)을 모시려 하다가, 걸음이 절반길도 못 가서 역사(驛使)를 달리어 소환해서 풍헌(風憲)의 권(權)을 위임하게 되었으니, 임금의 지우가 깊지 않은 것이 아니며, 사람들이 기대하는 바가 중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그런데 힘써 외임을 구하여 노모를 보살피는 데 편하게 하며, 지금 그 형제는 중외에 벼슬하고 있으니, 그 청렴하고 퇴양(退讓)하는 아름다움과 효우의 독실함이 족히 당세를 격려하고 후세에 전할 만하다. 어찌 한 주(州)를 복되게 하고, 한 도를 풍화(風化)하는 데 그칠 뿐이랴. 임금의 지우가 장차 더욱 깊고 사람의 기대가 장차 더욱 중하리니, 영각(鈴閣)을 거쳐서 황각(黃閣)에 올라 김진숙(金眞肅)의 자취를 계승할 것을 마음속 깊이 기다릴 만하다.” 하였다. 제군의 말이, “그렇다.” 하므로 이에 쓴다.
ⓒ 한국고전번역원 | 이익성 (역) | 1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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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原文]
送謹齋安大夫赴尙州牧序
東南州郡。慶爲大而尙次之。其道之號慶尙者。以此也。然而奉使命者。必先取道于尙而後至慶。故風化之流行。由尙而南。靡甞由慶而北也。至正三年春。謹齋安侯。自監察大夫右文館提學。出領尙牧。薦紳之賢。從游之良。皆相慶而言曰。侯剛於中而和於外。簡於言而敏於行。剛而簡。人憚而莫犯。和而敏。人悅而易從。彼其奉使命者。昔慕其名。今觀其德。雖有寗成之虎。郅都之鷹。庶可以紓其酷。而爲桑羊管榷之計。亦可以戢其苛矣。尙之民。其殆息肩乎。旣曰風化由尙而南。匪直尙之一州。專受其福。抑亦慶尙一道之福也。余曰。諸君知其一。未知其二。夫富貴利達。人情之所同欲也。至若荷深知於君。負重望於人。而能撝謙知止於急流之中。求之古今。蓋千百而什一。其故有父母垂白在堂。誘之弱弟幼妹。承其共養。奔走千里之遠。僥倖軒裳一朝之榮。世或莫之恠也。侯捷大科中朝。擅高文東國。揚歷華要。提衡棘圍。去歲挈家歸侍大夫人。行未及半塗。馳傳召還。委以風憲之權。君之所以知者。不爲不深。人之所以望者。不爲不重。顧乃力求外寄。以便覲省。而令昆季。得以遊宦中外。其廉退之㦤。孝友之篤。足以激當時而垂後世。豈止福一州化一道哉。君之知將益深。人之望將益重。由鈴閤登黃閤。繼踵金眞肅。可蹺足待也。諸君曰然。於是乎書。<끝>
동문선 제85권 / 서(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