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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둘레길(詩山會 제146회 산행)
산 : 북한산
코스 : 형제봉 입구 - 우이령 입구
소요시간 : 4시간
일시 : 2010년 11월 7일(일) 10시
모이는 곳 : 전철 4호선 길음역 3번 출구
준비물 : 막걸리, 안주, 과일, 카메라(하산 후 뒤풀이)
연락 : 이재웅(010-23454-7717)
블로그 : 사진 blog.daum.net/sisan20
산행기 blog.daum.net/yc012175
카페 cafe.daum.net/K-20
1.시를 통한 時論
나무를 모르는 나무/황성희
바람이 몹시 분다.
이름도 모르는 벌판에서
나무가 뭔지도 모르면서
나무로 살았다.
저 멀리 벌판 끝으로
눈물이 가득 들어찬 눈동자들이
눈물의 의미도 모르면서
반짝반짝 글썽인다.
여기는 어디일까.
나무는 생각하는 법도 모르면서
제목도 모르는 책 앞에서 턱을 괸다.
위층 어딘가에서
웅얼웅얼 아기를 달래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제 곧 익숙해질 거야.
살아서 잠드는 일에 대해
살아서 깨어나는 일에 대해
이름도 모르는 벌판의 낯선 태양과
살아서 마주치는 일에 대해.
바람이 몹시 분다.
바람이 뭔지도 모르면서
두려움 없이 바람 소리를 듣는다.
나무가 뭔지도 모르면서
나무로 살아온 것처럼.
눈동자들은 벌판의 끝으로 굴러가 있고
눈물의 의미도 모르면서 자꾸만
반짝반짝 글썽인다.
이제 겨울이 찾아오면 북서쪽에서 바람이 불어올 테죠. 그 바람은 시베리아 산이에요. 그 땅의 풍토를 닮아 건조하고 차갑죠. 그 바람이 우리집 앞까지 찾아오는 건 모두 지구의 자전축이 태양을 향해 23.4도 기울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지구는 왜 기울어졌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보낸 하루도 있었어요. 혜성과 충돌한 흔적이라는 설도 있지만, 자세한 건 알 수 없죠.
어쨌든 반듯하면 보기도 좋을 텐데, 지구는 약간 기울어졌어요. 그래서 계절은 바뀌죠. 계절이 바뀌어서 차가운 바람이 불면 우리는 좀 외로워지기도 하고 그래서 연애도 하고, 또 결혼도 하죠. 지구가 왜 기울어졌는지는 모르지만, 어쨌거나 덕분에 우린 울고 웃네요. 그러고 보면 이 바람도 대단하지 않나요? 글쎄, 시베리아에서 왔다니까요.<김연수>
젊은 시절, 저자는 생각이 나지 않으나 책의 제목이 '바람이분다, 살아봐야겠다'였다. 추워져가는 계절이 사람의 마음을 더 움츠리게 하지만 바람이 없는 세상이 어디 있겠는가. 임 수석의 밀대로 인생과 세상 최고의 명언은 '다 지나가더라'에 공감한다. '개통밭에 굴러도 저승보다 이승이 낫다'지 않는가. 열심히 살자.<도봉별곡>
2.산행후기
시산회 제145회 오대산 소금강 산행기 (이 원 무)
1. 일시 : 2010.10.17 (일). 맑음
2. 장소 : 오대산 소금강
3. 참석자(15명) : 기세환, 고갑무, 김정남, 김종화, 남기인, 박형채,
이원무, 임용복(부부), 임삼환, 전작, 조문형, 최근호, 한양기, 한천옥.
4. 등반시 : 길 ㅡ 산을 오르다 (난설 박 정 순 )
5. 뒤풀이 : 기사문항 경기활어직판장
아침 다섯 시에 일어나 밖에 나가보니 전날 일기예보처럼 날씨가 쌀쌀하여 보온성 잠바를 배낭에 넣을까 말까 10여분을 반복하다가 배낭이 작아서 그냥 견뎌보자 하고 출발, 빠른 걸음으로 전철역에 도착하였으나 전철은 금방 떠나버려 의자에 혼자 앉아 4년 전 금강산 산행을 떠올리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금강산 산행 부부 중 한 부부 마나님이 자신을 잘 보살펴 주지 않는다고 질투 아닌 질투를 부려 오히려 다른 부부의 부러움을 샀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하필 물 좋고 산 좋은 곳에서 예기치 않는 사랑실랑이가 발동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
전철역에서 5분정도 기다리는데 김정남 전 회장이 나타나 서로 반갑게 인사를 하고 전철을 동승하여 잠실역에 도착하니 약속시간보다 10여분 일찍 도착하였다. 잠실역 주변도로에는 등산객 및 관광버스로 초만원을 이루고 있었다. 우리 시산회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임용복 부부를 비롯한 10여명 회원들이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7시가 조금 지날 무렵 새벽 기도를 마치고 도착한 김종화 전 회장이 도착한 후 우리 버스는 잠실을 한 바퀴 돈 후 강동IC를 거쳐 서울-춘천간 고속도로를 달렸는데 임용복 산우는 곶감을 하나하나 꺼내더니 회원에게 일일이 나눠준다. 곶감을 보니 어릴 적 고향생각이 새록새록 난다. 장성 백양사 우리고향은 감을 유난이 많이 재배하여 가을이 오면 집 주위가 주렁주렁 매달린 빨간 감으로 물든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다웠다.
1시간 2,30분을 지난 후 가평 휴게소에 정차하여 아침식사를 간단히 하고 화장실에 갔는데 입추의 여지가 없이 초만원이었다. 이럴 때 자주 이용했던 주유소 화장실을 갔더니 간단히 해결할 수 있었다. 차는 어느새 오대산 입구를 달리고 있었는데 기세환 전 회장은 13년간 동고동락을 같이한 애견과 영원한 이별을 하여, 그간 많은 슬픔과 아픔을 표현한 ‘추견사’를 스마트폰을 통해 보여주었는데 -- 개한마리 키우는 게 자식 한 명 키운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하였다. 추견사 내용을 한번 보기는 했는데 기세환부부의 애틋한 정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차창 밖에는 오색찬란한 단풍이 무척이나 아름다웠고 길가 광고판에는 청정지역을 가리키는 해피 700m라는 글자가 무척 정겹게 느껴졌다. 해발 700m가 사람이 사는데 가장 신선하고 건강에 최적지라고 하지 않는가?
이제는 모든 걸 정리하고 전원주택이나 멋있게 짓고 평범한 삶을 살고 싶은 충동에 휩싸인다. 오대산 진고개 휴게소를 넘어 돌고돌아 부연약수터를 지나 소금강 주차장입구에 도착하니 벌써 오전11시가 되었다.
전원 주차장에 하차하여 배낭을 메고 1.5km 정도 도보로 이동하여 소금동 입구에 당도하니 무릉계곡-십자소-연화담-식당암-구룡폭포-만물상, 선녀탕-백운대(원점회귀) 코스를 금일 산행계획으로 하여 무릉계곡을 쭉 따라 올라 가는데 마치 금강산 비룡폭포코스와 너무나 닮아 있어 마치 금강산에 온 듯한 착각을 할 정도다. 기암절벽에 쭉쭉 뻗은 금강송하며, 맑은 물에 넓은 바위는 단풍과 어울려 마치 내가 신선이 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계속 계곡을 따라 오르니 넓은 식당암이 보이는데 여기에서 시상을 살려 시라도 한 수 읊으면 좋으련만 평상시와 다름없이 계속 걷기만하니 답답하고 아쉽기 그지없다. 서당 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하지 않는가? 시산회 회원 여러분! 이제는 우리도 스마트폰 시대에 걸맞게 상대방을 배려하고 고품격 디지털 방식으로 과감히 변신하면 어떨까요. ‘신은 언제나 정상을 밟은 자만이 아름다움을 볼 수 있도록 허락’한다고 하지만--- . 자유분방한 여유에서 질서를, 인자는 산을 찾고, 지자는 바다를 좋아한다, 말하지 않았던가? 이런 생각 저런 생각에 잠겨 오다보니 시원한 구룡폭포에 다다랐다.
시원스런 폭포수 앞에서 배낭을 풀어 막걸리, 밤, 감, 떡, 포도, 김밥 등을 서로 나눠 먹으며 ‘난설 박정순’시인의 서정성 있는 시, ‘길- 산에 오르다’를 낭송하니 한 폭의 자연과 조화되어 오대산 소금강에 메아리친다.
길 - 산을 오 르 다 ( 난설 박 정 순 )
졸업에 부치며(이건 칼리지 졸업하고 쓴 시입니다)
끝이다
목메이는 끈적거림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또 다른 계단을 밟고 올라 서기 위해서
정상에 오르기 위해
안개 낀 이른 아침에도
허방다리를 짚으며 산길을 걷는다
계절마다 산은
부활의 옷을 갈아 입고
천길 절벽에 떨어지더라도
절망하지 말라고 손 잡아 주는
말없는 산을 오르기 위해
오늘 씨앗 뿌리지 않는 이는
내일 거두어 들일 것이 없다고 하여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고 온몸으로
가르쳐 주고 있는
표지판으로 서 있는 산,
아직도 갈 길은 먼 산위에
그대가 서 있다
김정남 전 회장에게 이 시를 추천하였고 김종화 전 회장을 통하여 금일봉까지 보내주셨다니 다시 한 번 난설 박 정 순 시인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오후14시경 만물상에 도착하여 단체사진을 찍었는데 기암과 절정의 단풍과 맑은 계곡물이 어우러져 선경을 이루고 있다. 이런 곳을 언제 다시 와볼 것인가. 오던 길로 다시 내려와 마루 바위에 오붓이 둘러앉아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와 로얄샤롯데(21) 한 잔씩의 향기에 다음에 다시오면 귀인을 만나지 않을까? 하는 영감이 너무나 좋다. 맑고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니 온몸이 오싹하다. 오래된 듯한 금강사를 둘러 나와 무릉계곡을 따라 내려오면서 고갑무 친구와 사진촬영에 대한 취미생활을 이야기하면서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 기회가 되면 자연에 대한 테마를 가지고 같이 여행을 떠나는 것도 또 다른 세계에 대한 도전이요, 삶에 대한 여유라고나 할까? 법정스님이 쓴 아름다운 마무리라는 책을 통한 삶에 대한 시각과 가치를 무소유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오대산 소금강 산행은 나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고 등산을 통한 수행의 구도를 일깨어주었고 겸손과 상대방에 대한 고마움의 소중함을 일깨어준 귀중한 산행이었다.
가곡 그리운 금강산을 다시 한 번 마음속으로 불러 보면서 내려오니 어느새 소금강입구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산행을 무사히 마치고 차에 오르니 시계는 오후 다섯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제 맛난 방어회를 먹으러 기사문항을 향하였다.
2010. 10. 27. 이원무 올림
3.산행지
이번 산행은 이재웅 회장님이 나눠준 둘레길 지도에 따라 이경식 산우가 적극 추천하여 북한산 둘레길로 정했습니다. 이경식 산우의 설명에 의하면 형제봉에서 구파발까지의 둘레길은 산행과 비슷하나 형제봉에서 우이령까지는 거의 평지와 같은 산책코스랍니다. 깊어가는 가을에 시원한 바람을 맞으 서서히 들기 시작하는 서울의 단풍을 보면서 하루를 즐깁시다.
요즘의 산행지는 집행부에서 결정하라는 산우들의 의견이 많아진다. 그만큼 산행지 결정에 만족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하반기에 두 번 영화관람 후 산행과 설악산 흘림골 - 주전골 코스와 오대산 소금강 코스가 매우 좋았다는 의견에 동감한다. 몇 산우가 이렇게 좋은 코스를 왜 이제 왔느냐고 했는데 만족의 의미로 받아들이니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책의 제목이 생각난다. 아꼈던 것이다. 더 분발하고 노력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서 더 좋은 곳을 안내하고 오래 동안 좋은 길잡이가 되고자 한다. 서로 양보하고 인내하는 것이 좋기는 하나 시산회의 오랜 전통과 질서를 깨는 행동에는 단호하게 대처하고자 한다. 이경식 산우가 보내주는 좋은 글들 중 한 구절이 생각난다. ‘말이 많은 자는 결국 왕따가 된다’ 나도 반성해본다.
김종화 산우는 대학동기들과 지리산 종주를 했다고 한다. 사진과 산행기를 보니 수 년 전에 시산회 12인의 지리산 종주 산행이 생각나면서 다시 가고 싶어진다. 일일이 밥을 지어먹었으니 준비물 때문에 배낭이 무거워서 많이 힘들었단다. 그때 우리의 지리산행은 신선놀음을 했던 거다. 다시 신원우 산우에게 감사드린다.
4.동반시
김종화 산우에게 동반시 선정을 부탁했더니 지리산 종주를 다녀와서 노독이 풀리지 않은 듯 목소리가 잠겨 있다. 하여 내가 다시 선정한다.
집에서만 칩거를 하다가 다시 세상 밖으로 나와 보니 주변에 어려운 사람이 많다. 아니, 쉽고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 주변에 한 사람도 없다. 그들을 위해 해 줄 게 없으니 답답한 마음에 다시 칩거하고 싶어진다. 모두 자기 욕심만 챙기고 살다 보니 세상은 갈수록 각박해진다. 대학을 졸업하는 젊은이들은 눈높이를 낮춰도 마땅히 취직할 곳이 없다고 한다. 좋은 성적으로 고대 경역학과를 졸업한 조카가 겨우 취업한 곳이 기술인협회라는 곳이다. 전직을 하려해도 어려워 1년을 다니고 있다. 무역수지 흑자는 사상 최고치를 갱신하고 외화보유고는 늘어나는데 고용 없는 성장이 모두를 어렵게 한다. 재벌기업만 살찌우는 세상이다. 이것은 정부의 정책이나 대통령 이명박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이 시대의 흐름이다. 정부예산의 규모가 삼성전자와 LG그룹의 매출과 같다고 한다. 이제 이런 규모의 정부 정책이 세상의 흐름을 바꾸기에는 민간그룹의 힘이 너무 커졌다.
눈을 들어 하늘은 보면 허공이다. 행복은 눈 아래 있다지 않는가. 나처럼 오래 장사를 해본 사람도 이 나이에 새로운 사업으로 돈을 번다는 것은 어렵다. 아끼고 절약하며 사는 것이 은퇴를 눈앞에 둔 우리 세대의 당면과제다. 해서 프롤로그 시를 동반시로 하려다 마음을 바꿔 희망가를 동반시로 정한다. 북한산의 한 자락에서 희망가라도 불러야 답답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풀리지 않겠는가.
희망가 / 문병란 (시인, 1935-)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는 헤엄을 치고
눈보라 속에서도 매화는 꽃망울을 튼다.
절망 속에서도 삶의 끈기는 희망을 찾고
사막의 고통 속에서도 인간은 오아시스의 그늘을 찾는다.
눈 덮인 겨울의 밭고랑에서도 보리는 뿌리를 뻗고
마늘은 빙점에서도 그 매운 맛 향기를 지닌다.
절망은 희망의 어머니
고통은 행복의 스승
시련 없이 성취는 오지 않고
단련 없이 명검은 날이 서지 않는다.
꿈꾸는 자여, 어둠 속에서
멀리 반짝이는 별빛을 따라 긴 고행길 멈추지 말라.
인생항로
파도는 높고 폭풍우 몰아쳐 배는 흔들려도
한 고비 지나면 구름 뒤 태양은 다시 뜨고
고요한 뱃길 순항의 내일이 꼭 찾아온다.
2010년 11월 3일 새벽에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시산회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