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확고한 컨셉을 가진 식당들이 자주 보입니다. 색다른 경험과 인스타그래머블한 인테리어를 활용해 화제성을 끌어보겠다는 시도겠지만, 음식 맛이 뒷받침하지 않고 컨셉 하나에만 기댄다면 결국 오래 갈 수 없겠죠. 도리어 컨셉 매장이라는 이유로 음식 맛이 평가절하 당하기도 합니다. 원체 내실 없는 요리를 내는 컨셉 매장이 많다보니까요.
서울숲의 '버거점프'는 극도의 컨셉 매장임에도 불구하고 꽤 괜찮은 음식을 내고 있습니다. 마미손이라는 컨셉이 객들에게 얼마나 소구될는지와는 별개로, 적절한 위치선정과 준수한 버거 맛만으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수제버거 집이었습니다.
버거점프는 서울숲 초입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디타워와 가까운쪽 입구에 위치한 상가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멀리서 봐도 금세 발견할 수 있는 파사드.
가게 내부 인테리어는 이렇습니다. 사실 마미손과는 전혀 관련 없어보이는 인테리어.
메뉴는 대략 이렇습니다. 세트 메뉴로 주문하면 최소 만이천원부터 시작하는 가격. 수제버거 치고는 평범한 가격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사장님이 직접와서 계획대로 되고 있다는 오그라드는 멘트와 함께 이런 스티커를 건네주고 갑니다. 부끄러움은 우리의 몫.
우선 음료부터 따라서 마셨습니다. 콜라는 캔코카콜라에 얼음컵으로 제공됩니다.
마미손 2 (12,000원, 세트)
동행자는 이미 식사를 한고로 저만 버거를 주문했습니다.
이 가게의 가장 큰 컨셉은 버거번 색깔에 있습니다. 마미손이라는 캐릭터의 퍼스널컬러에 맞춰 핑크색 버거번으로 버거를 만든 것.
사실 그걸 제외하면 그렇게 특별한 점은 없는 버거입니다. 안에는 고기패티, 치즈, 채소가 들어갔고 적당히 달달한 BBQ 소스가 들어있습니다.
어쨌든 핑크색 버거는 처음 먹어보니 사진도 열심히 찍어주었던 것.
버거를 처음 베어물고 살짝 놀랐던건, 생각보다 버거의 퀄리티가 좋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컨셉에 잡아먹힌 버거일거라고만 생각했거든요. 그러나 버거 자체의 맛은 꽤 훌륭했습니다. 갓 구운 패티가 내뿜은 충분한 육즙과 적당히 녹은 치즈 그리고 과하지 않은 단맛으로 밸런스를 잡는 바베큐 소스까지 상당히 균형있는 맛을 냅니다.
중간에 번이 다소 질척대는 느낌이 있긴 했지만 이정도는 충분히 그냥 넘어갈만한 수준이었습니다. 어지간한 동네 수제버거 집보다는 훨씬 나은 수준의 버거였습니다.
감자튀김도 넉넉하게 나왔구요. 트러플 향을 첨가했다고 합니다.
먹어보면 은은하게 다가오는데, 마냥 고급지지만은 않아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습니다. 트러플이 유행이라지만 사실 싫어하는 사람은 싫어하는 향인지라 양날의 검일 수 있겠어요.
그와 별개로 감자튀김 자체는 굉장히 바삭하게 튀겨져 맘에 들었습니다. 두께는 얇지만 대신 바삭함을 극대화한듯한 느낌. 밑에 깔린 튀김들은 다소 기름을 많이 먹었지만 그럼에도 식감 덕에 계속 손이 갔습니다.
평소 이런 류의 컨셉 매장을 들리는 것을 즐기지 않습니다. 이날은 마침 점심을 때워야하고, 그렇다고 편의점 음식을 먹고 싶지는 않아서 반 억지로 방문했던 것이었습니다. 당연히 버거 맛이 훌륭할 것이라는 기대는 전혀 없었는데, 막상 먹어보니 준수해서 깜짝 놀랐던 것.. 이 정도라면 오히려 과도한 마미손 컨셉이 괜한 선입견을 만드는 모래주머니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출처: https://wordkim.tistory.com/452 [대강 되는 대로, 닿는 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