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6일, 강원도 동해항에서 밤배 타고 일본 돗토리현 여행 며칠 다녀왔습니다.
비행기 타고 일본은 몇 번 갔다 왔지만,
가까운 일본이니까 제주도 한라산 갈 때처럼 밤배 타고 가는 색다른 체험 무척 재미날 것 같습니다.
아침 8시, 청량리역에 집결하여 인원 점검에 들어갑니다.
이사장님, 퇴임교장 4명, 현직 교장 2명, 교감과 부장 6명, 행정실장 2명 그리고 대학생인 이사장님의 손자.
총 16명, 여권 지참하고 다 모였습니다. ^^^
며칠 전 신년 하례식 때 만나 새해 인사 나누고 축하주 취하도록 마셨지만,
우리는 “영원한 육하가족”, 또 만나도 반가왔습니다.
원주 가는 새마을호 기차를 탔습니다.
양평 → 용문을 거쳐 원주역에서 하차,
역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가이드 겸 버스 기사를 만나 전용버스에 올라 동해항으로 향했습니다.
며칠새 눈이 많이 와서 눈길 주행일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차 바퀴 사이만큼 눈이 치워져 속도는 느렸지만 안전 운행에 지장은 없었습니다.
횡계에서 황태 해장국 잘 한다는 식당을 찾아가 점심을 먹었습니다.
“ 황태 해장국인데 황태는 어디 가고 국물만 남았나요 ? ”
국 그릇 안에 든 황태가 너무 적어 진담 반 농담 반으로 묻자,
“ 우리집은 황태국물을 위주로 조리를 해요. 국물 안에 황태가 다 녹아 있지요. ”
여사장으로 보이는 분의 농담 반 진담 반 대답에 웃을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데,
인심 넉넉한 84세의 이사장님,
네 사람 한 테이블 앞에 만 원 짜리 황태구이 한 접시씩 올려놓으라고 주문하시면서,
기대에 어긋남 없이 지갑 꺼내 한 턱 쏘셨습니다.^^^
강릉역에서 바다열차를 탔습니다.
바다를 끼고 삼척까지 58Km를 달리는 낭만열차,
통유리창 너머로 동해의 푸른 바다 하얀 파도를 일으켜 환한 웃음으로 우리를 맞아 주었습니다.
맨 앞줄 의자에 한 줄로 나란히 앉은 16명, 소주 한 잔씩 따르고 ‘즐거운 여행을 위하여 건배 !!! “,
마침 스피커에서는 내가 핸드폰으로 신청한 <굳세어라 금순아!>가 흘러나와 흥겨움을 더해 주었습니다.
동해역 지나 추암역에서 내려 추암해수욕장의 촛대바위를 보러 갔습니다.
애국가의 해돋이 배경인 촛대바위,
첩을 시샘한 본처로 인해 가정불화가 일어나고,
하늘은 벼락을 쳐서 세 남녀를 바위로 만들었는데 촛대 바위가 바로 남편의 형상,
그러나 사람들은 전설은 제쳐 놓고 편하게 촛대바위라고 부릅니다.
겨울바다는 찬 바람을 일으켜 바닷가에 서 있는 사람들의 정신을 쑥 빼서 얼어붙게 만들더니
어디 맛 좀 볼래, 파도를 일으켜 히히히 허연 이빨을 드러내서 보는 사람의 가슴을 오그라뜨렸습니다.
동해항으로 되돌아와 국제여객터미널에서 출국수속 마치고 DBS 크루즈 페리호에 승선했습니다.
D는 동해항, B는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톡항, S는 일본 사카이미나토항의 이니셜,
블라디보스톡의 이니셜은 V인데 관게자의 실수로 B로 표기, 오기인 줄 알면서도 그냥 쓴다고 합니다.^^^
'이스턴 드림(Eastern Dream)호'라고 부르기도 하는 이 배는 1만4천t급 페리호, 52개 객실에 458명 수용.
레스토랑과 면세점, 나이트클럽, 인터넷존, 찜질방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고, 컨테이너 130개,
자동차 60대도 실을 수 있는 큰 배입니다.
밤6시 출항, 배가 큰 바다에 나오면 곧 뷔페식 저녁식사,
사람들은 귀 뒤에 멀미약 붙이고 차려진 음식 골고루 담아와 맛있게 먹습니다.
잠깐 방에서 쉬다가(4인실 방 4개를 잡았습니다) 1호실에 모여 ‘종례’를 가졌습니다.
종례의 주제는 단합대회, ‘돌리는 잔’이 돌아가면 16명이니까 소주 큰 병 몇 개는 금방 동이 납니다.
그래서 모두의 여행가방 속에는 ‘참이슬’ 몇 병 잘 준비되어 있으니 마지막 종례까지 안심입니다.
웃음소리 드높고, ‘낭만청년 이사장님“과 함께 했던 여행 이야기가 안주처럼 벌여집니다.
러시아 횡단철도여행과 바이칼호, 아프리카 빅토리아폭포와 사파리여행, 인도의 바라나쉬와 타지마할,
일본 삿뽀로의 눈꽃축제와 다자와호수. 백두산의 천지와 서안의 양귀비와 진시황.
참 가기 어려운 많은 곳을 함께 여행하며 한식구가 된 인연이 뒤돌아볼수록 놀라워 술 몇 잔 연거푸 마시니,
흥이 나서 유쾌합니다.
술 좀 깰 수 있으려나, 갑판 문을 열고 나섰습니다. 사방은 깜깜한 밤바다, 어느 한 군데 불빛 한 점 없습니다.
한겨울 밤배로 불어닥치는 찬 바람이 금새 온몸을 덮쳐 몸이 과메기처럼 굳어갑니다. 정신이 번쩍 납니다.
아침 8시,
386㎞ 뱃길을 밤새도록 달려 14시간 만에 일본 돗토리현 사카이미나토항에 도착, 입국수속을 했습니다.
함께 배를 타고 온 가이드와 정식 인사를 나누니 이제부터 일본여행입니다.
여기는 돗토리현, 아름다운 정원 유시엔(由志園)에 들어갔습니다.
빨간 동백꽃, 짚으로 싼 모란꽃, 잘 다듬은 소나무, 한 자가 넘을까 말까 작은 폭포와 시냇물과 연못과 빨간 다리..
작은 공간에 오밀조밀 있어야 할 것 다 채운 일본정원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마침 흰 눈이 내리니 짚 도롱이 쓰고 얌전히 서 있는 모란꽃이 기모노 입은 게이샤 같습니다. ^^^
시마네현의 벚꽃 아름다운 마츠에성은 돌로 쌓은 30m 높은 성벽이 대리석처럼 반반하여 감탄했습니다.
꼭 4백년 전인 1611년에 지었다는 이 성은 일본 성의 특징인 6층짜리 천수각과,
<물의 도시>라는 이름답게 도시를 가로 지르는 신지호수와, 성을 둘러싼 해자가 볼만 했습니다.
돌 계단을 올라가 성문을 들어서자 저만큼 흰 눈을 맞으며 천수각이 우리를 맞아 주었습니다.
우리네 기와집을 변형시킨 듯, 옆으로 위로 길게 좁게 아기자기하게 배열한 일본식 건물이 독특합니다.
호리카와(堀川) 유람선을 탔습니다. 여덟 명이면 꽉 차는 작은 나룻배,
배의 지붕이 너무 낮아 신발을 벗고 앉은걸음으로 앞으로 가 긴 탁자를 덮고 있는 이불 속에 다리를 넣고 앉았습니다.
늙은 뱃사공은 일본말로 인사를 하지만 우리는 웃음으로 화답,
나는 올림픽공원 해설사답게 마츠에성을 둘러싼 이 해자에 비상한 관심을 기울입니다.
배는 50분 동안 16개의 다리를 지나갑니다. 왼쪽은 성, 오른쪽은 동네.
어떤 때는 배가 사람 사는 집 바로 옆을 스쳐가니 소리 내어 말하기가 조심스럽습니다.
4개의 다리는 아주 낮아 배 지붕이 아래로 내려오기 시작하면,
우리가 먼저 “수구리”라고 외치며 몸을 납작하게 수그립니다.
뱃사공은 착한 학생 바라보는 선생님처럼 흐뭇해서 웃고,
우리는 기회를 놓칠세라 소주병 꺼내 종이컵에 따라 이태백처럼 한 잔씩 마셨습니다.
성을 지키던 사무라이 집들도 지나가고, 성 안의 작은 숲도 지나가고,
전쟁 때 비행기 몰고 전함으로 돌진하던 특공대 “가마우지“가 물가에 앉아,
검은 날개 긴 목 흔들며 적군이 아닐까 의심의 눈초리로 우리를 쏘아보고 있었습니다.^^^
고토부키성, <과자의 성>에 들렸습니다.
성의 생김새는 마츠에성과 비슷해 천수각 모습인데, 일본 전통과자 다 진열되어 있고,
어묵에 ‘다꽝’에 건어물에 젓갈까지, 한마디로 성(城) 모양을 한 슈퍼마켓입니다.
이곳의 매력은 무료 시식, 입구부터 끝나는 가게까지 수십 개의 가게마다 여종업원이 시식을 권하고 있어 그 중 반 만 먹어도 배가 부를 것 같아 반찬 추가하면 계산서 내미는 일본에서 가장 인심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그러나 우리는 인정(人情)을 아는 한국인,
공짜로 먹은 죄 갚으려고 너도 나도 지갑 꺼내 14대 1 환율 생각 않고 이것 저것 쓸어 담았습니다. ^^^
<과자의 성> 나와 도로로 들어서는데, 건너편에 흰 눈 덮어쓴 후지산처럼 생긴 높은 산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일본 3대 명산의 하나로 꼽히는 다이센산(大山). 해발 1,709 m.
원뿔 모양으로 솟아 있어 "작은 후지산"이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어제 배에서 만나 인사 나누었던 <산사랑산악회> 청주회원들,
지금 저 산의 어디쯤에서 눈보라와 싸워가며 가쁜 숨 헉헉대고 있을까,
서울회원인 내 마음 벌써 그들 따라 다이센산으로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온천의 나라 일본, 가이케온천마을은 바다가 가까워 온천수에 염분이 많은 것이 특징이라고 합니다.
1시간 정도 주어진 일정이라 얼른 야외탕 찾아 갔습니다.
십 여명 앉으면 꽉 차는 작은 탕 안에 몸을 담그니 상반신은 한대지방, 하반신은 열대지방 넘나드는데,
뿌연 김 속에 어두워져 가는 저녁 하늘이 하루의 마감을 드리우고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