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의 세계, 그 너머로
『숨』 테드 창, 엘리, 2022. 김상훈 옮김.
세계 최고의 판타지 소설가 테드 창의 소설 『숨』은 아홉 편의 소설을 묶은 책이다. 테드 창은 중국계 재미교포 2세로, 미국 브라운 대학교에서 물리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과학도이자 ‘전 세계 과학 소설계의 보물’이라는 찬사를 듣고 있는 소설가라고 소개하고 있다.
아홉 편 모두 나로서는 상상 초월 최첨단의 세계여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어렵게 읽어 냈다고 하겠다. 이렇듯 놀랄만한 소설을 써 내는 배경지식들은 그의 이력이 말해주고 있다.
“시간여행, 인공지능, 평행우주, 자유의지, 생체적 기억과 디지털 기억 등을 다루는 환상적이고 우아한 소설집”이라는 소개처럼 다양한 소재의 첨단 과학 소설들 앞에서 책을 놓고 자리를 뜨기 어려운 시간이었다. 500페이지가 넘는 책이었지만 아홉 편이 모두 흥미진진한 내용이었다.
흥미로움과는 별개로 그 내용이 복잡하고 어려워서 집중하며 따라 읽어야 이해할 수 있었다. 어떨 때는 활자만 읽고 있는 순간이 있어서 되짚어서 읽어야 했다. 대화체가 거의 없고 설명으로만 채워지는 부분들이 아주 많아서 읽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이 지루하지 않고 독자를 끝까지 끌고 가는 테드 창의 매력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한곳에 오래 머물러 사는 부족들은 새로운 손님을 기다리고 환대하는데 그 이유는 그의 새로운 농담, 새로운 소식 때문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테드 창의 『숨』을 읽으면서 이 책이야말로 새로운 농담이고 새로운 소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독자들은 흥미를 갖고 책의 내용이 궁금하여 끝까지 읽어내는 것 같다. 새로움을 기다리는 그대! 반드시 테드 창의 소설들을 읽기를 추천한다.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은 과거나 미래로 향하는 문이 있어서 그 문을 통과하여 과거와 미래를 볼 수 있다. 대부분의 타임머신 이야기가 과거로 가서 과거의 나쁜 것을 좋게 바꿔서 미래도 바꿔보고자 도보하는데 이 소설은 과거의 행적이 미래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운명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취한다. 주인공이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며 엮어지는 이야기들이 숨막히게 했다.
「숨」에서 우리는 공기를 마시고 살아가야 하는데 매일 아침 신선한 공기가 든 폐를 교체한다. 두 개씩 가질 수 있는데 적절한 시간에 교체하지 못하면 죽게 된다. 이것은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다. 기계인간의 이야기이다.
「소프트웨어 객채의 생애 주기」 나에게 가장 어려웠던 상상이었다. 우리가 게임에서 동물을 키우는 것처럼 동물 아바타를 키우는데 그 동물이 학습지능이 있어서 스스로 성장해 나간다. 사람들은 동물들이 좋아하는 음식도 앱에서 사서 먹이며 키워나가는데 생각과 의지가 있는 동물들이 주인과 의사소통하고 결혼까지 생각하게 되는 다소 무서운 진행이다.
「데이시의 기계식 자동 보모」는 아이를 키워주는 로봇에 관한 이야기이다. 과학자인 아버지가 보모들마다 아이를 양육하는 태도가 다양하다는 것을 알고 이성적으로 아이를 키워 줄 로봇을 개발한다. 엄청난 판매고를 올리기도 하지만 로봇 팔의 고장으로 아이를 놓쳐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어떤 아이는 심리·사회적 왜소증에 걸리기도 한다. 부단한 노력에도 기계에 의한 양육 태도는 옳지 않은 것으로 결론 난다.
「사실적 진실, 감정적 진실」은 테드 창의 창작 노트에서 “1990년대 후반에 개인 컴퓨팅의 미래에 관한 발표를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발표자는 언젠가는 우리 인생의 모든 순간을 영상으로 영구히 기록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날이 올 것임을 지적했다.” 그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강연과 북투어, 토론 등에 열심히 참여하고 공부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곳에서 들은 이야기를 무심코 넘기지 않고 이야기 만들기로 연결하려고 노력하는 그이기에 책이 발표될 때마다 휴고상을 4번, 로커스상을 4번, 네뷸러상을 4번 수상했던 것이다.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은 다른 세계로 통하는 프리즘에 관한 이야기이다. 프리즘을 구입해서 활성화하면 또 다른 세계의 나와 소통할 수 있다. 평행우주에 대한 이야기이다. 프리즘에 중독되어 일상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의 중독자 모임에서 치료하는 사람들도 있다. 프리즘을 판매하는 회사에 근무하는 사람이 프리즘을 통해서 구매자의 돈을 훔치기도 한다. 프리즘 속의 자신과 협업을 통해 간단하게 일 처리를 하기도 하고, 여러 개의 프리즘을 구입해서 작업하고 자료를 다른 세계로 보내기도 한다.
창작 노트에서 “어떤 개인의 성격이 그가 지금까지 해온 선택들에 의해 밝혀지는 것이라면, 그와 비슷하게 그 개인의 성격은 그가 여러 세계에서 해온 선택들에 의해 밝혀진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만약 여러 세계에 있는 사람을 찾아갈 수도 있는 것이다.
옮긴이에 의하면 2002년에 출간된 첫 번째 작품집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출간하여 “한 세대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중요한 작품집”, “스위스 시계처럼 정밀하며 그 깊이를 헤아리기 힘들 만큼 심오한 걸작들의 향연”이라는 극찬받았다고 한다. 위 책은 21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고, 『숨』은 현재 15개 국어로 번역 계약되었다고 한다. 이 책이 올해 출간된 것을 생각하면 앞으로도 더 많은 국가의 번역본이 탄생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홉 편 이야기 모두 내가 상상해 보지 못했던 내용들이라 다소 충격적이었지만, 새로운 글감을 찾아서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는 좋은 글을 써내는 테드 창의 열정에 감탄했다. 테드 창 자신이 SF 팬이라서 세계 각국에서 열리는 SF 대회와 각종 문화 행사에 참여해 해외 팬들과 교류하는 것을 즐긴다고 하니, 즐기면서 글을 쓰는 그를 누가 따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댓글 민선생님으로 인하여 테드 창 같은 유명한 소설을 감상할 수 있어서 고맙단 말부터 할게요.
500페이지의 분량이라니 어떻게 그 많은 양을 시간 내어 읽을 수 있는지 놀랍고 잘 요약해 놓은 글도 훌륭하네요.
소개해 준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숨」「소프트웨어 객채의 생애 주기」「데이시의 기계식 자동 보모」
「사실적 진실, 감정적 진실」「불안은 자유의 현기증」의 내용을 보니 상상을 초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좋은 작가와 소설을 간접적으로나마 접할 수 있게 해 주어서 고맙다는 인사 드리고 열정과 노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고맙습니다.
회장님! 전혀 새로운 장르의 책을 만나는 일은 설레는 일이었습니다. 좋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
좋은 작품 만나게 하시니
감사합니다~^_^
선생님! 이곳에서 뵈니 얼마나 반가운지요. 긴 글 읽어주시고 댓글까지 올려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