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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갯마루의 대표 음식 참두부로 만든 모두부 ⓒ 최차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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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물국 오래 먹어 맛을 못 느끼는데
이제는 두부가 새로운 맛 돋우어 주네
이 없는 사람 먹기 좋고 늙은 몸 양생에 더없이 알맞다네.”
위는 고려말 성리학자 이색(李穡)의 《목은집(牧隱集)》 <대사구두부내향(大舍求豆腐來餉)>이라는 제목의 시(詩)에 나오는 구절인데 국내 문헌으로 두부가 등장하기는 처음이다. 두부는 콩제품 가운데 가장 대중적인 가공품이며, 양질의 식물성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으로 중국 한(漢)나라의 회남왕(淮南王) 유안(劉安)이 발명한 것이라고 전한다.
그 두부는 외팔로 정악대금을 하는 이삼스님과 인연을 맺는다. 이삼스님이 출가하여 70년대 초 합천 해인사에 머무르던 시절 절집에서 오래 전해지던 두부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후 서울 봉은사에서도 오랫동안 두부를 만들면서 그 기법을 습득했고, 그렇게 이삼스님의 두부 만들기 세월은 어언 40여 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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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음적(외팔로 부는 대금) 연주를 하는 이삼스님 ⓒ 김영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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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삼스님이 제자의 도움을 받아 단소에 구멍을 뚫고 있다. ⓒ 김영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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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삼스님이 제자들에게 단소를 교습하고 있다.ⓒ 김영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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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이삼스님은 70년대 후반 뜻이 있어 무형문화재이셨던 고 녹성 김성진 선생님으로부터 정악대금에 관한 모든 곡을 배웠다. 이후 활발히 대금 연주활동을 하던 중 스님은 교통사고를 당해 오른쪽 팔이 마비되었을 뿐 아니라 죽음을 넘나드는 고통의 나날을 보냈다.
이때 이삼스님의 병을 지극정성으로 보살핀 한 보살님이 있었으니, 이 정성은 드디어 이삼스님을 외팔로 연주하는 정악대금의 명인으로 탄생하는데 헌신적인 뒷받침이 된다. 지금 이삼스님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대금 외팔 연주로 사람들을 감동시킨다. 그뿐만 아니라 이삼스님은 외팔로 정성스럽게 대금, 가야금, 거문고 등의 국악기를 만들어 주위 사람들에게 국악을 제대로 연주할 수 있게 돕고 있다. 또 많은 이에게 대금과 단소 교육을 지성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이삼스님은 그렇게 삶을 다시 살도록 해준 김순여 보살님의 은공을 잊을 수 없었다. 그래서 고심 끝에 절에 살면서 오랫동안 만들어왔던 두부 만드는 기술을 전수하고 이를 통해 보살님이 세상과 만나는 길을 열어 주었다. 그것은 바로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의 “고갯마루”라는 음식점이다. 따라서 이 참두부는 이삼스님이 김순여 보살님에게 갚는 은공이며, 김순여 보살님이 세상과 대화하는 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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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부김치 이삼스님의 은공 갚기가 만들어낸 참두부의 두부김치 |
ⓒ 최차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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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수 붓기 참두부 만드는 과정에서 오랜 시간 천천히 간수를 부으며 저어준다. |
ⓒ 김영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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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두부 식사 순두부를 먹는 한 스님과 손님들 ⓒ 김영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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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음적이란 외팔로 연주하는 대금을 개발하고, 연주법을 터득한 이삼스님은 “제가 생사의 갈림길에 섰을 때 보살님은 제게 생명이었습니다. 보살님이 아니었다면 오늘 저의 여음적 공연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작은 보은을 하려는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김순여 보살의 두부만들기는 정성 그대로였다. 참두부는 그 재료부터가 남다른데 멀리 강원도 시골에 가서 유기농으로 재배한 국산콩을 직접 산다. 그런 다음 콩을 정성스럽게 씻어 겨울에는 48시간, 여름에는 12시간 불린다.
콩이 불면 갈아 콩물을 걸러내고 그 걸러낸 콩물을 가열하면서 간수를 넣는다. 그런데 간수를 일시에 붓지 않고 천천히 정성스럽게 조금씩 넣어가며 젓는다. 간수를 천천히 조금씩 넣으면 입자가 더 고와져 부드러운 두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김순여 보살은 말한다. 정성이 없으면 가능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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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갯마루 전경 낮에 본 고갯마루 전경, 그리고 밤 전경 |
ⓒ 김영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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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안 고갯마루 뒤안에는 이렇게 맑은 공기 속에서 시원한 풍광을 즐기며 음식을 들 수 있다. |
ⓒ 최차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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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당 안과 밖 고갯마루 안에서 밖을 내다본 풍경 |
ⓒ 김영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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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여 보살은 “참두부를 가열할 때 참나무를 쓰며, 솥 아래쪽에는 액상초를 넣어 중탕을 합니다. 이렇게 정성을 쏟아 만든 두부를 손님 여러분 밥상에 내놓고 싶어요. 저희가 먹는다는 마음을 가지고 전 과정에 온 정성을 쏟습니다.”라고 참두부를 얘기한다.
그런데 고갯마루 주변의 상술에 뛰어난 다른 음식점에 견주어 손님이 적다. 고기를 좋아하는 일반인들은 두부를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최근 삼겹살 등 고기음식도 내놓았다. 하지만, 역시 중심은 참두부다. 그리고 여름 휴가철에 손님들에게 알리려고 지난 7월 26일부터 한 달간 음식값을 30% 깎아 판다고 한다.
고갯마루의 차림표는 참두부류는 모두부, 두부김치,,순두부가 있으며, 고기류는 왕갈비, 양념갈비, 매운삼겹살, 장작바베큐가 있고, 여름철엔 냉열무국수도 내놓는다.
특히 이삼스님은 이곳에서 연주회를 준비하고 있다. 스님의 여음적 그리고 최고 수준의 연주자들과 함께 거문고, 해금 연주 그리고 전통성악의 진수 정가 공연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했다. 어쩌면 한여름밤 아름다운 고갯마루에서 죽음을 극복한 여음적 연주를 감상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참두부의 맛깔스러운 맛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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