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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생강 이어 건조양파도 수입업체들 관세탈루 만연
본지보도 후에야 늑장조사
“사전세액심사 품목 확대를”
중국산 건조양파의 수입신고 가격이 1㎏당 0.2∼0.5달러로 밝혀져 저가신고 의혹이 강하게 제기된 가운데 관세청의 안일한 대응이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본지가 중국산 농산물에 대한 저가신고 의혹을 제기한 것은 건조생강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지난해 9월 본지 보도로 중국산 건조생강에 대한 저가신고 의혹이 최초로 제기됐고 이후 관세청은 후속 조치를 통해 올 3월 건조생강을 사전세액심사 대상 품목으로 지정해 저가신고를 차단했다.
하지만 올 4월 또다시 중국산 건조양파 저가신고 의혹이 드러나며 관세청이 수입 농산물에 대한 실태 파악에 손을 놓고 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경북 영주·영양·봉화·울진)이 최근 관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건조양파를 수입한 업체 37곳 가운데 17개 업체의 평균 수입단가가 평균 0.2∼0.5달러로 나타나 저가신고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밝혀졌다(본지 4월18일자 6면 보도).
특히 중국산 건조생강을 수입하던 업체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 1월과 2월에도 중국산 건조양파를 수입한 사실이 본지 취재 결과 밝혀져 이번 건조양파 사태는 관세청의 명백한 실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강선욱 한국양파생산자협의회장(경남 함양농협 조합장)은 “지난해 중국산 건조생강 저가신고 문제가 불거졌을 때 해당 수입업체들의 수입 품목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만 들어갔더라도 건조양파 사태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관세청의 미온적인 대처로 수입업체들이 불법 저가신고를 이어온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세청이 저가신고를 막지 못해 국내 양파 수급에도 큰 차질이 빚어졌다는 게 생산자단체의 입장이다. 관세청 제출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1년 1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저가신고를 한 것으로 의심되는 업체들의 건조양파 수입량은 2516.85t으로, 신선양파로 환산하면 3만2719∼3만7753t에 달한다.
저가신고로 국내에 반입된 중국산 건조양파는 국산 가격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당 1만원대 가격으로 유통되며 국내 식품시장을 잠식한 상태다.
반면 올해 들어 국산 양파값은 코로나19로 인한 소비부진으로 2021년산 저장양파 재고가 과잉돼 생산비에도 못 미치는 1㎏당 300원대까지 추락하며 유례없는 폭락세를 보인 바 있다.
강선희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은 “정부와 농민이 합심해 폭락한 양파값을 끌어올리기 위해 3만t가량을 출하지연하는 등 각종 수급정책을 펼쳐도 한쪽에서 이런 식으로 중국산 건조양파가 저가로 유통되면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며 “만약 저가신고가 수년간 이뤄져왔다면 국내 농가들의 누적 피해는 헤아릴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농민단체는 중국산 건조생강과 건조양파의 저가신고 의혹을 관세청이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던 만큼 의심 품목과 업체에 대한 조사를 전면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학구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은 “불법 저가신고로 수입된 농산물이 국내에서 저가로 유통될 경우 국내시장을 잠식해 농민들이 막대한 피해를 볼 수 있다”며 “불법 수입업체들에 대한 조사와 사전세액심사 대상 품목을 전면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민우 기자 minwoo@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