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작은 아씨들(Little Women)'을 보면서 새삼 뉴 잉글랜드의 정신, 콩코드 초월주의자들의 심성이 무엇인지 느껴보았습니다.
작은 아씨들의 저자인 루이자 메이 올콧(Louisa May Alcott)의 부친은 바로 초월주의자의 핵심 인물 중의 일인이었던 브론손 올콧(Amos Bronson Alcott)이었습니다. 제가 이 카페 대문에 쓴 Simple Living, High Thinking의 철학자 H. D. 쏘로가 그의 책 Walden에서 '진정한 철학자'라고 지칭한 사람이 바로 이 브론손 올콧입니다. 루이자 메이 올콧 자신도 어렷을 적 쏘로를 잘 따랐고, 그로부터 배우는 바가 많았다고 합니다....
루이자 메이 올콧의 부친 브론손 올콧은 뉴 잉글랜드에서 농가의 아들로 태어나 변변한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었지만, 아르바이트를 하며 홀로 공부하여 '교사 자격증'까지 딸 정도로 학문에 뜻이 있는 청년이었습니다. 이후 남부와 북부를 왕래하며 행상을 하며, 돈도 벌고, 세상의 문물을 익히고자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그의 철학도 계속 깊어 갑니다. 플라톤, 칸트, 그리고 특히 페스탈로치의 교육 사상에 깊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브론손 올콧은 행상이 인간의 영혼에 좋지 않다고 판정하고 결국 교단에 서게 됩니다. 그러나 그의 '페스탈로치식' 교육은 당시 사회에서 너무 '진보적'인 것이었습니다. 학부모들로부터 별로 환영을 받지 못하고 이 학교 저 학교를 전전하였는데, 그 때 그를 눈여겨 보던 이가 그의 여동생을 소개시켜 줍니다. 바로 그의 부인이 되는 애비 올콧(Abby Alcott)입니다.
그렇게 하여 매사추세츠의 콩코드(Concord)에 정착하게 된 브론손 올콧은 거기서도 역시 '이상적 학교', 즉 체벌도 금지하고, 대화식 교육을 추구하고, 흑백차별에 반대하는 학교를 운영합니다. 그리고 이상적 마을 공동체인 '열매의 땅(Fruitlands)를 건설하는 데에도 참여합니다. 그러나 결국 그의 철학적 이상은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학교도 '열매의 땅' 공동체도 결국 파산하게 됩니다. 그의 소중한 재산인 '플라톤 전집' 등 그의 소장 도서들도 모두 압류되어 처분됩니다.
이후 브론손 올콧은 가정경제를 책임지지 못합니다.... 대신 그의 부인과 딸, 바로 '작은 아씨들'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인 루이자 메이 올콧이 그의 가계를 책임지게 됩니다..... '작은 아씨들'에도 보면, 그 아버지는 세상 물정 모르는, 그래서 사기꾼에게 전 재산을 날리고, 가정을 돌보기는커녕 남북전쟁에 자원하여 참전하는 종군 목사로 나오지요...
그러나 딸의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은 변함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작은 아씨들'에서 아빠가 전하는 편지글은 언제 다시 보아도 아름답고 감동적입니다.
"아이들에게 나의 따뜻한 사랑과 키스를 전해 주시오. 낮에는 아이들을 생각하고, 밤에는 아이들을 위하여 기도하고 있다고 말해 주시오. 언제나 아이들에 대한 사랑에서 가장 큰 위안을 찾고 있다고 말해 주시오. 앞으로 우리가 다시 만나기까지 일년이라는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할지 모르오. 그러나 아이들에게 알려 주시오. 이 어려운 시간들(주: 남북전쟁의 시기)이 헛되이 낭비되지 않도록 모두 함께 일을 해 나가자고 말이요. 아이들은 내 당부 얘기들을 잘 기억하고 있으리라 생각하오. 엄마에게 사랑스런 딸이 되고, 자신의 의무를 충실히 다하고, 마음 속의 적에 맞서 용감하게 싸워, 자기 자신을 아름답게 정복하고, 그리하여 아빠가 돌아올 때면, 우리의 작은 아씨들이 어느 때보다도 더욱 사랑스럽고, 또 자랑스러운 딸들이 되어 있으리라 믿으오."
영화(Mervyn LeRoy 감독의 1949년 작품)에서도 거의 그대로 나오고 있습니다.
"To my loving wife
and children: ; "Give my girls my love and a kiss. ; "Tell them I
think of them by day,
pray for them by night... ; "and find my best comfort
in their affection at all times. ; "l know they will remember all I said,
that they will be loving children to you... ; "will work diligently so
that
these hard times need not be wasted... ; "fight their bosom enemies
bravely... ; "and conquer themselves so beautifully... ; "that when I
come back to them,
I may be fonder... ; "and prouder than ever
of my little women."
미국의 '작은 아씨들', 캐나다의 '빨간 머리 앤', 영국의 '제인 에어', 이렇게 각 나라들은 근대의 독립적이며 인간적이며 사랑스러운 여성상, 어린 소녀들이 가슴에 품고 기꺼이 같은 인생을 가고자 하는 인간상을 갖고 있습니다.
작은 아씨들은 이미 영화로도 여러번 리메이크 되었고, 브로드웨이에 뮤지컬로도 올려지고 있습니다. 빨간 머리 앤도 마찬가지이지요. 특히 빨간 머리 앤은 일본에서 선풍을 불러일으켰고, 그 애니메이션은 정말 잘 만들어졌지요.. 우리 나라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고, 저도 '광팬'이 되었지요.... 제인 에어는 물론 세계의 대표적 고전이고, 또 역시 계속하여 영화로 리메이크 되고 있지요...
우리의 경우는 그에 비견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요? 권정생의 '몽실언니', 혹은 심훈의 '최용신(상록수)'이 그에 해당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 애석하게도 모두 비극적 스토리입니다.... 우리 민족의 운명이 그렇기 때문일까요? 다른 여성상, 자립적인 여성으로서, 자기의 생을 스스로 개척하고, 결국은 우리 사회에 기쁨으로 남게되는 그런 소녀상이 어디 없을까요? 틀림없이 있겠지요... 좀더 관심을 가지고 찾아 보아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