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쓰레기 분리수거를 잘하는 편이지만 비닐은 재활용되는 줄 알면서도 따로 모으기가 귀찮다는 핑계로 소각용 쓰레기봉투에 같이 넣어 클린하우스에 버리곤 했다. 그러다가 대용량으로 비닐이 나오게 돼서 비닐을 따로 모으기 시작했고 내가 일반 쓰레기보다 비닐을 더 많이 쓰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바로 집앞에 클린하우스가 있어서 비닐을 처리하는데도 간편하므로 계속 비닐 재활용을 실천하고 있다.
그러나 농업폐기물은 따로 모으기를 해도 처리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우리 마을에서는 일 년에 한 번 농업폐기물 수거 작업을 하는데 폐기물 집하장이 없는 우리동네는 물량이 적어 직접 환경공단으로 폐기물들을 실어가고 있다.
농사를 짓다보면 폐기물이 많이 나오고 그 종류가 다양하다. 그러나 이런 다양한 농업폐기물을 한 군데에서 다 받는 게 아니라 받는 품목들이 한정돼 있어 문제점이 발생한다. 우리 부녀회에서 폐기물을 싣고가는 환경공단에서는 농약병, 농약봉지, 멀칭비닐, 하우스 비닐, 기계유말통, 이렇게 다섯 종류만 받기 때문에 주민들에게도 이것만 받는다고 공지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공지하더라도 품목을 받는 게 여러 번 바뀌어서(몇년 전에는 공단에서 비료포대도 받았었다) 어르신 중에는 비료포대도 싣고오는 분이 있어서 이렇게 남겨진 비료 포대들은 골칫거리가 되고 만다.
비료포대뿐일까. 초당옥수수를 재배하는 우리 밭에는 작년과 올해에 썼던 묘종판들과 점적호스, 농약호스, 비료포대 등이 천막을 뒤집어쓰고 방치돼 있었다. 다행히 하귀농협에서 묘종판, 점적호스, 농약호스, 이렇게 세 가지를 수거한다고 하여 경제사업장으로 싣고 갔다.
나의 경우를 보면 동네에서 수거한 다섯 가지 품목은 환경공단으로 싣고 갔고 농협에서 수거한 세 가지 품목은 경제사업장으로 갔다. 나머지 비료 포대를 비롯한 천막, 호스 등의 농업폐기물은 그대로 남아있는 실정이다. 비료 포대는 금능 제주클린에너지에서 받는다고 하여 양을 더 많이 모아 거기로 가져가거나 집하장이 있는 이웃 마을에 부탁해야 한다.
이렇게 한 군데서 농업폐기물을 다 받아주는 게 아니라서 나의 경우는 세 군데를 거쳐야 9개 품목의 농업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것이다. 나머지 수거를 안 하는 농업폐기물은 돈을 내고라도 처리하고 싶지만, 경로를 알 수가 없어서 쓰레기봉투에 담거나 쓰레기봉투에도 안 들어가는 크기의 것들은 밭구석에 방치하고 있다. 수거하지 않는 것들이나 수거 방법의 번거로움으로 쓰레기봉투를 사서 버리니 이중의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수거하지 않는 것들을 알음알음 태우기도 했다지만 이제는 농민들도 환경에 대한 인식이 커지고 태울 경우 적지 않은 벌금을 물어서 농업폐기물 관리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
신문기사에서 해양쓰레기의 대부분은 플라스틱이고 그중에서 어업폐기물의 비중이 크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어쩌면 어업폐기물 쓰레기가 그렇게 많은 건 처리가 복잡하거나 수거가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농업폐기물이든 어업폐기물이든 쓰고나서 처리가 쉽다면 누가 아무 데나 버릴까. 농업폐기물도 맥주병, 소주병의 공병처럼 공급자가 책임지고 수거하는 보증금제를 실시하면 어떨까. 이게 아니더라도 폐기물을 한 곳에서 다 받을 수 있게 일원화해주거나 받는 품목을 늘려준다면 그러지 않아도 바쁜 농민들이 폐기물 처리까지 신경 쓰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나는 지금은 다른 일을 하며 농사는 조금 짓는 반쪽짜리 농민이지만 지금 하는 일을 하지 않게 되면 농사를 주업으로 할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이 흔들린다. 농사를 대규모로 하지 않는 이상 앞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동네에서도 과수원을 하거나 밭농사를 짓더라도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다른 일을 겸업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렇게 농민들은 힘들게 땅을 지켜나가는데 업무 편의의 수거처리보다는 농민의 입장에서 폐기물 수거를 일원화해주기를 바란다.
출처 : 뉴스라인제주(http://www.newslinejej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