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수학이 실제 우리 생활에서 쓰이는 곳이 있느냐고 묻는다. 중학교 일차방정식 단원에서 농도와 관련된 응용문제를 다루는데 '소금물'이란 말만해도 아이들은 얼굴을 흐린다. 바다에서 수영을 하다가 바닷물의 맛을 본 기억이 있는가?. 그만큼 짠 음식을 먹어본 일이 없을 것이다. 바닷물 1kg에는 약 35g의 염류가 함유되어 있다. 그래서 바닷물의 염도는 약 3.5%이다. 이 정도의 소금물이면 배추도 절일 수 있다. 실제 김장 김치를 담글 때 이용하는 소금물의 농도는 2~3%를 쓴다. 제주 특산인 자리젓의 염도는 숙성된 상태에서 11~13%이다. 생굴을 5%의 소금물로 씻으면 생굴의 살이 굳어 단단해져서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두부를 0.5% 소금물에 넣어 끓이면 두부의 표면이 부드러워져서 감촉이 좋다. 흙의 소금 농도가 0.8%만 되어도 양파의 뿌리가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특히, 병원에서는 정제된 소금물인 식염수를 사용한다. 주로 사용되는 식염수는 삼투압이 체액, 혈액 등과 같은 0.9%이다. 신장이 나빠서 탈수 증세를 보이는 환자에게는 0.45%의 저농도 식염수를 사용하고, 복수가 차는 간경변증 환자에게는 3%의 고농도 식염수를 사용한다고 한다. 그런데 판매되는 식염수는 0.45%, 0.9%, 11.7% 등이다. 탈수 증세를 보이는 환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간경변증 환자에게 투약할 3%의 식염수는 앰플에 담겨있는 11.7%의 식염수를 주사용 증류수나 다른 식염수와 섞어 만들어야 할 것이다. 병원에서야 매뉴얼에 따라 필요한 농도의 식염수를 만들겠지만 매뉴얼이 갑자기 보이지 않는다면? 물론 매뉴얼을 만들 때에도 일차방정식이 쓰인다. 어쨌든 수학 교과서에서 볼 수 있는 농도 문제가 활용되는 현장이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