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속도로 그녀가 나타났어요. 그녀는 아직 태어나지 않았어요. 가슴 윗부분부터는 물리적인 형체가 보이는군요. 딱딱한 고체가 아니에요. 투명해요. 하지만 여성의 몸과 같은 모양이에요. 그녀가 앞으로 살게 될 생에 얻을 몸이지요. 나이는 25세에서 45세 사이로 보이는군요. 그 아래로는 빛몸, 즉 영체(spirit body)예요. 내 길잡이 영혼은 그것을 ‘몸의 겉옷’이라고 부르지요. 그녀는 겉옷을 일부만 입고 있는 셈이에요. 그녀는 순식간에 자기 인생 계획을 가져오더니 밥의 인생과 만날 수 있는지 확인해 보고 있어요. 그녀가 지금 일부분만 몸의 옷을 입고 있는 것은 이미 밥의 인생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마음을 바꾸었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그녀가 밥의 인생의 새로운 다이어그램을 보고 있어요. 오랫동안 아무 말이 없네요. 드디어 입을 열었어요.”
모린: 그러지 않는 게 좋겠어요.
“그녀가 왼손을 올리네요. 오른손으로 왼손 손가락을 하나씩 꼽아 내리며 이유를 말하네요.”
모린: 우리가 원래 만나기로 되어 있던 학교가 서로 관련이 없게 되었어요. 밥이 날 만나려고 이 학교에 올 수는 없어요.
길잡이 영혼: 그것 말고라도 만나도록 계획을 짤 수는 있어요.
모린: 아뇨. 그러고 싶지는 않아요.
길잡이 영혼: 전에 계획했던 바로 그 나이에 밥을 만나게 해줄 수도 있어요.
모린: 아뇨. 그 학교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주 중요해요. 그렇게 해야 제가 편하기 때문이 아니에요. 이건 밥을 위한 선택이에요. 밥한테는 저와 같은 학교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아주 중요해요.
“그들은 밥에게 돌아서서 의견을 묻는군요. 밥은 알겠다고, 그녀의 말에 따르겠다고 대답해요. 하지만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군요.”
밥: 그렇게 생각한다면 당신의 생각에 따를게요. 우리가 다시 만나서 부부로 살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또 있겠지요.
“그녀가 그의 손을 잡네요.”
모린: 고마워요. 그럼요, 있을 거예요. 이번 생으로부터 세 번의 생 뒤에 우리는 다시 만날 거예요.
“밥이 알겠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둘이 서로를 껴안았어요. 그녀의 영혼은 이 방에서 걸어 나가는 게 아니라 사라져버리는군요. 밥이 그녀를, 그리고 그녀와 함께할 것을 기대했던 마음을 놓으면서 커다랗게 한숨을 쉬는 소리가 들리네요. 당신[로버트]에게 이렇게 말해주라는군요. 영혼의 단계에서도 기대감이라는 것을 가지고 힘들어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일찌감치 기대를 놓아버린 거라고 말이에요. 영혼들은 사람들보다 기대감을 더 능숙하게 다루지만, 그래도 자기에게 중요한 다른 영혼들에게 뭔가를 기대하거나 바라지 않기란 많은 영혼들에게도 숙제예요.
모린은 앞으로 밥이 살게 될 삶의 방향이 자신의 목적과 부합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어요. 그녀의 결정은 자신의 목적을 이루려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고, 밥을 향한 조건 없는 사랑에서 나온 것이기도 해요. 즉 그녀는 자신이 더 이상 삶의 동반자로서 적절한 선택지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애초에 밥과 한 약속을 취소하기로 한 거예요.”
우리는 밥의 원래 인생 계획에서 바뀐 요소들도 있지만, 변하지 않고 그대로인 부분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 즉흥적인 계획의 결과 – 시각 장애인으로 살기로 한 밥의 결정 – 가 무엇인지는 이미 살펴본 대로였다. 스테이시의 길잡이 영혼은 전생 계획 대화, 실은 생후 계획 대화라고 해야 옳겠지만, 그 대화의 다른 부분으로 우리를 데려갔다.
“밥은 모든 변화를 수용했어요.”
밥: 시각 장애를 선택해 장애를 지닌 몸으로 살 때 어떤 것들에 의존하게 될지 잘 알았어요. 내가 원래 세운 목표에 도달하는 데 이 장애가 도움이 될지 방해가 될지 알려주세요.
“마치 두 길잡이 영혼이 한 목소리로 말하듯 대답을 하는군요.”
길잡이 영혼: 휠씬 더 이른 나이에 자기 자신을 알게 될 거예요. 당신이 누구인지, 어떤 사람이 되기를 선택했는지, 당신이 원래 어떤 존재인지 보지 못하도록 주의를 흩뜨리는 시각 자극이 없기 때문에 거의 20년 성장 과정을 뛰어넘게 돼요.
밥: 참 반가운 말이군요. 시간 낭비도 없고 불필요한 시련도 겪지 않고서 20년의 성장 과정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말 같네요.
길잡이 영혼: 맞아요. 바로 그거예요. 하지만 시각 장애인만이 갖는 어려움을 새로이 얻게 될 거예요.
밥: 그렇겠지요.
길잡이 영혼: 자신을 사랑하는 일은 여전히 넘기 어려운 시련일 테지만, 더 이른 나이에 자기 자신을 더 깊이 알게 될 것이고, 이것으로 자기를 사랑하는 문제에 훌쩍 가까이 다가서게 될 거예요. 원래의 삶이었다면 고등학교에서나 알게 되었을 인식의 진화를 초등학교에 입학할 즈음에 이루게 되지요.
밥: 원래 계획한 삶에서라면 내면적으로 많은 갈등을 경험했을 텐데 그 과정이 없어지는군요.
길잡이 영혼: 맞아요. 그래도 자기 자신에게 의문을 던질 때가 또 올 거예요. 당신이 충분히 좋은 사람인지, 자신에게 뭔가 잘못된 게 있지는 않은지 의심하게 되는 때가 말이지요. 하지만 당신의 인식 능력은 높아져 있을 것이고, 이성 능력은 강화되어 있을 거예요. 삶의 현이라는 것을 더 깊이 더 이른 시기에 이해하게 될 것이고, 그 덕분에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덜 주게 될 거예요.
“방금 현이라는 말을 했는데요.” 스테이시가 설명했다. “내 길잡이 영혼들은 그 말을 하며 더 높은 자기(영혼)와 더 낮은 자기(인격체)의 모습을 보여주었어요. 현들은 높은 자기와 낮은 자기 사이를 오가며 진동해요. 밥은 남들보다 휠씬 이른 나이에 그 두 종류의 현을 모두 이해하게 될 거예요. 분명한게 하나 있어요. 만일 결혼을 하더라도 결혼을 통해 밥은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걸 깨닫게 되어 있었어요. 밥이 이성애자로서 살기 위해 노력한다는 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어요. 그런데 이 삶의 계획에서는 그 단계를 뛰어넘게 되네요. 그의 성장은 더욱 직접적으로 동성애적 정체성, 그리고 동성애자로서의 삶의 방식으로 연결될 거예요. 밥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있지만 아직 완전히 이해한 것은 아니에요.”
밥: 내가 동성애자라는 것을 어떻게 알게 되나요?
길잡이 영혼: 당신이 자신을 알게 되는 과정은 이 사고가 일어나지 않고 신체적인 시련이 동반되지 않을 때와는 완전히 다를 거예요. 시각적으로 주위를 흩뜨리는 것이 없으므로 자기 자신을 깨어있는 눈으로 꿰뚫어보게 되지요. 그리고 내면의 존재와 끊임없이 접촉할 거예요.
“내면의 존재란 영혼과 살아있는(물질적) 존재 사이의 경계면에 있는 지적인 영역을 가리키는 말이에요. 바로 이 때문에 밥은 특별한 창의력을 지니게 되지요. 자신의 창조적인 에너지와 깊은 접촉이 있을 때는 의식상으로든 무의식상으로든 늘 그만큼씩 영적인 성장이 이루어지거든요.”
길잡이 영혼: 전에는 몰랐던 친절함 – 사람의 성품이 주는 선물이지요 – 의 소중함을 알게 될 거예요. 친절함을 경험하면서 스스로가 좋고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사람의 차원에서도 사랑으로 가득차고 능력 있는 존재이며 사랑받고 사랑을 줄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는걸 기억해 내게 될 거예요. 이 역시 노력 없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눈에 보이는 것들로 방해받기 쉬웠을 삶에서보다 휠씬 쉽게 알게 될 겁니다.
“영혼들이 그가 다니게 될 새로운 학교를 가리키네요.”
길잡이 영혼: 당신은 그 학교에 있는 동안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걸 알게 될 거예요. 남자의 소리와 냄새 같은, 남자에게만 있는 특징에 끌린다는 걸 말이에요.
밥: 알겠어요.
“그건 사실이에요” 밥이 나중에 말했다. “꽤 어렸을 때부터 느꼈어요. 여덟 살인가 아홉 살 때도 여자보다 남자들이 안아주는 걸 더 좋아했어요. 열서너 살 즈음에는 남자아이들과 있을 때 휠씬 신이 났죠. 특히 목소리가 좋았어요. 냄새에도 끌렸고요.”
스테이시와 길잡이 영혼은 그것으로 이 흥미진진한 전생 리딩을 마쳤다. 이제 질문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