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산 거대 암봉, 상계봉과 파리봉에서
◉ 2026.06.27
◉ 금정산 상계봉과 파리봉
팔순을 넘긴 노인네들이 금정산을 찾았다. 예년 같으면 한여름의 열기가 산길을 짓눌렀겠지만, 오늘은 바람결마저 제법 선선하다. 덕분에 발걸음도 한결 가볍다.
오늘은 자주 찾던 최고봉 고당봉이나 원효봉, 의상봉, 갑오봉, 계명봉, 장군봉 대신 금정산 주능선에서 서쪽으로 살짝 비켜선 파리봉과 상계봉을 찾았다.
상계봉과 파리봉은 깎아지른 직벽과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암봉이다. 가까이 다가설수록 그 웅장함은 산이라기보다 대지의 뼈가 오랜 세월 풍화를 견디며 그대로 드러난 모습처럼 느껴진다. 사람들은 이런 거대한 암봉 앞에 서면 단순히 "멋있다."는 감탄만으로는 부족하다. 마음 한편이 숙연해지고, 저절로 말수가 줄어든다.
우리도 한동안 아무 말 없이 바위만 바라보았다. 팔순의 세월을 살아온 우리에게 저 바위는 풍경이 아니라 시간이었다. 수천만 년을 비바람 속에서 묵묵히 버텨 온 암봉 앞에서 여든 해 인생조차 찰나처럼 짧게 느껴졌다.
거대한 암벽은 사람에게 감탄보다 침묵을 선물한다. 그 침묵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자신의 크기를 알고, 자연의 시간을 헤아린다. 오래 살아남는 것은 힘이 아니라 묵묵함이라는 사실도 새삼 깨닫게 된다.
손으로 쌓은 어떤 성채도, 인간이 누렸던 어떤 권세도 저 바위 앞에서는 한순간 스쳐 간 흔적에 불과하다. 그러나 암봉은 말없이 그 자리를 지키며 계절을 보내고 세월을 견뎌 왔다. 봄의 연둣빛도, 여름의 폭우도, 가을의 단풍도, 겨울의 눈보라도 모두 품어낸 채 변함없이 서 있다. 그래서 자연은 우리에게 겸손을 가르치고, 조용히 견디는 삶이 얼마나 큰 힘인지를 일깨워 준다.
우리도 어느새 인생의 늦여름을 걷고 있다. 젊은 날에는 정상을 향해 앞만 보고 올랐다면, 이제는 봉우리 하나보다 그 곁을 지키는 바위 하나에도 오래 눈길이 머문다. 아름다움보다 깊이를, 속도보다 여유를 읽게 되는 것이 팔순이라는 계절인지도 모르겠다.
오늘 우리가 의식하지는 못했지만, 금정산 파리봉과 상계봉을 다시 찾은 까닭도 어쩌면 그 거대한 바위들이 들려주는 말 없는 가르침을 다시 한번 듣고 싶었기 때문일는지 모르겠다.
닭벼슬바위 ▲ 금정산의 여러 봉우리 중 유독 눈에 띄는 곳이 있으니 바로 상계봉이다. 이곳은 마치 거대한 닭벼슬처럼 솟은 바위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수직으로 뻗은 날렵한 바위들은 마치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를 보이고, 바위 틈새로 자라난 푸른 나무들은 바위의 거친 질감과 대비되어 생명력을 더한다.
파리봉 ▲ 파리란 불교의 칠보 중의 하나인 수정을 뜻하는 말이다. 수정처럼 빛나는 산 정상에 코끼리가 낙동강 물을 마시고 있는 형상을 한 바위가 있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 바위양지꽃과 제일망루 앞에서
첫댓글 ㅡ 박재근
최고의 멋쟁이 남자들 입니다.
너무 부러워요.
ㅡ 최진영
좋은 하루!
즐거운 금정산 산행이었습니다.
기획하고 애매하고
스폰하고 수고가 많았습니다.
개인생각입니다만,
앞으로는 공동경비는 개인경비로 처리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ㅡ 권수문
거대한 닭의 벼슬과도 흡사하게 생긴
금정산 상계봉의 위용이 하늘을 찌를 듯
대단합니다.
'道法自然도법자연'
우리는 언제나 억겁의 세월속에 말없이
인간세상을 굽어보고 있는
대자연의 경이로운 모습앞에는 그저
몸과 마음이 숙연해질 뿐입니다.
어르신들의 지칠 줄 모르는 투지와
용기는 우리 후학들이 꼭 본받아야 할 귀감이라
생각하면서 오늘도 금정산 상계봉과 파리봉 잘 보고 갑니다.
산 정상에는 처음이라는 두 노인장!
첫 경험 잘 이겨낸
두 분께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짝짝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