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6시부터 아이들 깨워서 6시 30분에 4명 모두 집에서 나왔습니다.
큰아이와 막내, 저는 버스로 둘째는 마을버스.
7시 30분에 청량리 역에 도착해서 티켓을 받고 8시에 강릉가는 무궁화 열차를 탔습니다.
승준이는 기차 타는 것을 무척 좋아합니다.
하도 노래를 불러서 철도청에서 진행하는 '충주 5일장 관광 열차'를 이용했죠.
어른 38000, 아이 30000.
차창 밖으로 분주히 아침 출근하는 차량들을 넉넉한 맘으로 바라보다 잠이 들었는데 벌써 양평.
용문, 원주를 거쳐 두시간 반을 달린 기차가 선 곳이 제천.
6세 승준이부터 70 어르신까지 일행은 17명.
제천역에 대기하고 있던 버스에 오르니 충주 새마을 지도자와 부녀회장님이 타고 계십니다.
이제 세번째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으로 충주시에서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박달재 터널을 지나서 충주호로 갔습니다.
육지 속의 바다라고, 충청북도는 바다가 없는 지역인데도 물이 많다고 합니다.
특히 괴산 쪽에서 내려오는 물은 맥반석을 거쳐 내려오기 때문에 물 맛이 아주 기가 막히답니다.
그래서 충주 사과가 유명하고 수질자원을 잘 보존해서 서울 시민이 안심하고
수도물을 마실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충주호에 도착해서 유람선에 올랐습니다.
저 멀리 보이는 월악산 국립공원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코스로 약 1시간정도 소요됩니다.
바람을 가르고 물살을 가르며 달리는 유람선에서 주위 산들과 댐을 보며 사진도 몇 장 찍었죠.
한 시간이라는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렇게 지루한줄 모르고 봤습니다.
충주호는 승준이 세째 고모부께서 충주댐 건설 당시 현장 소장으로 가 계셨기에
익히 들었지만 처음 와 보는데 골짜기 골짜기에 가두어진 물의 양이 엄청납니다.
골짜기 하나의 물만 터져도 서울에 홍수가 날 정도라 하네요.
충주호를 나와서 장터로 갔습니다.
충주장은 우리나라 에서 열리는 장 중에서 세번째로 큰 장이라고 합니다.
제일 큰 장은 제주장이고 둘째는 성남 모란장 담이 충주장.
장터의 규모도 엄청 컸습니다. ( 지도상에서)
몇 시까지 모이라는 설명을 듣고 각자 장터로 향했습니다.
큰 길에서부터 할머니들이 이고 나오신 햇밤이며 고사리, 파, 도라지....
우선 대충의 가격을 알아보고 더 안쪽으로 들어갔습니다.
추석 아래 서는 장이라 햇깨며 마른고추, 사과등 과일과 밤, 대추가 많았습니다.
또 아이들의 때때옷도 걸리고 어른들의 맵시있는 옷들도 있고
각종 생선, 건어물.....
특히 제 눈에 들어온 것은 산초를 따서 팔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설악산 친정어머니께서 산초로 장아찌도 담고 술도 담고 해서 가격을 흥정했으나
두 바구니에 만원이라 해서 좀 비싼 것 같아서 안사고 나왔죠.
골목 모퉁이에 집에서 만들어 온 청국장 두 뭉치만 남긴 할머니가 계셔서
청국장을 사천원 주고 두 덩어리를 샀습니다.
하늘이 어둑어둑해지면서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질 때
승준이에게 준비해 간 우비를 입혀주고 나도 우비를 걸치고 벙거지 모자를 쓰고 더 깊이 들어갔습니다.
잡곡을 가지고 나오신 할머니에게 서리태 가격을 물으니 대두 한되에 만원이라네요.
좀 비싸다 싶어서 나중에 나올 때 살께요 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
다른 할머니께 물어보니 대두 한 되에 칠천원이라고 해서 얼마 남지않은 것을
떨이로 만천원 주고 샀습니다.
보따리가 묵직해서 기분은 좋았는데 빗발이 더 굵어져서 걱정이었습니다.
또 다른 곳에 가보니 된장에 박은 깻잎이며, 고추등 밑반찬을 팔고 있는 아주머니가 계셨어요.
깻잎이 맛있어서 오천원어치 샀는데 비가 와서 많이 주시더군요.
간장에 삭힌 깻잎은 먹어봤는데 된장에 박은 깻잎도 맛이 좋았어요.
찐옥수수 파는 할머니한테 옥수수도 사고, 햇밤도 사고
숯불 화로를 갖고 나와서 직접 김을 궈서 파는데 들기름 냄새가 나는게
맛있어 보여서 세봉지에 오천원 주고 샀습니다.(집에 와서 먹어보니 정말 맛있었어요.)
비는 하늘이 뚫어진 것 처럼 내리고 다 판 할머니들은 보자기를 접고 들어가는데
아직 팔지도 못한 할머니는 마른 대추에 빗물이 퍼붓고 까놓은 콩이 물에 잠겨도
그냥 그것을 바라보시며 앉아서 허탈해서인지 잔웃음만 머금고 계셨어요.
맘이 아팠습니다.
북적거리던 장이 삽시간에 썰물 빠지듯 한가해졌고 가지고 나온 것을 마져 팔고 가려고
이천원 받던 쪽파를 천원이라고 크게 외치는 부부 농사꾼들의 모습에서 삶을 보았습니다.
점심을 먹으려 장터 국수집에 들어갔습니다.
나는 콩국수, 승준이는 떡볶기.
콩국수는 처음엔 좀 비린내가 났는데 자꾸 먹으니 고소한게 아주 맛있었습니다.
옆자리에 앉으신 어르신들의 걱정소리가 맘에 걸렸습니다.
경기도 않 좋은데 날씨마저 이래서 농사는 다 망쳤다고 하시면서
논에 있는 벼가 피지도 못하고 누렇게 된다고
쌀 남아 돈다고 난리를 피더니 벌 받는 거라고 하셨습니다.
비가 너무와서 채소도 망가지고 벼도 망가지고 이젠 어떻게 살아야 하냐시며 무심히 내리는 빗물만 바라보십니다.
점심식사 후 버스를 타러 만나는 장소로 갔습니다.
버스는 벌써 와서 기다리고 있고 몇몇 사람들도 구경할 것이 없어서인지 버스에 타고 있더군요.
버스는 우륵관으로 향하고
우리는 그곳에서 국악 연주를 듣고- 맘이 답답했었는데 신명나는 연주를 들으니 좀 뚫리는 기분이었습니다. -
다시 이동,
그 다음으로 간 곳이 중앙탑이었습니다.
중앙탑은
우리나라 북쪽과 남쪽에서 동시에 걸어서 만나는 곳이 바로 충주 중앙탑 지리였답니다.
몇차례 거듭해도 그 곳에서 만나서 거기에 탑을 세웠다고하네요.
중앙탑 가까이에 역사관도 있고 수석 전시관도 있었습니다.
역사관을 먼저 보고 수석관도 보았는데 수석에 대해서 몰라서 그냥 보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거북등 처럼 생긴 것과 사람 형상을 한 것, 수려한 산의 모습을 한 것은 알겠더라구요.
중앙탑을 관람할 때는 비가 그쳐서 공원을 여유롭게 거닐 수 있었지요.
이것으로 오늘 일정이 모두 끝나고
다시 제천역으로 향했습니다.
이번에는 박달재를 구비구비 넘으며 '울고넘는 박달재'를 들으며 갔습니다.
저녁 7시에 출발하는 열차를 타고
짧은 하루동안 많은 것을 보고 승준이는 좋은 추억을 또 하나 만들어서 돌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