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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2.08.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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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오뜨 꾸뛰르의 마지막 날인 7월 5일, 밀라노에서 새벽 6시 30분발 비행기를 타고 파리에 내렸다. 폭염의 밀라노와는 달리 파리는 비가 오다 해가 나다 하는 변덕맞은 날씨가 계속되고 있었다.
일단 인터뷰 약속이 잡혀있는 반클리프 아펠의 전시장 팔레 드 도쿄로 향했다. 반클리프 아펠은 이번 하이주얼리 프레젠테이션을 위해 팔레 드 도쿄 전시장에 따로 전시공간을 만들고 주제와 맞는 인테리어 디자인과 이벤트로 고객들을 사로잡았다. 반클리프 아펠의 독창적인 창조성이 돋보이는 2012년 하이 주얼리 컬렉션 팔레 들 라 샹스(Palais de la chance)는 3가지 테마; 행운의 별(Lucky Star), 행운의 자연(Lucky Charm Nature) 그리고 행운의 전설(Lucky Legends)로 구성되었다. 하늘과 땅, 7대양 그리고 신비로운 우주 속에 마치 수수께끼와 같이 숨어있는 수많은 행운의 상징들이 장인들의 손길을 통해 주얼리 작품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반클리프 아펠 |
컬렉션의 모든 작품들은 상징적인 행운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메종의 유니크한 스타일과 독보적인 노하우로 완성됐다. 독특한 원색의 스톤과 섬세하게 조각된 하드 스톤, 그리고 이를 더욱 찬란하게 빛내주는 금속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탄생시켰다. 라운드와 페어 쉐이프 그리고 로즈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해 반짝이는 유성의 꼬리를 표현한 에뜨왈 필랑트 클립, 큰곰자리(북두칠성)에서 영감을 받은 세뜨 에뜨왈 세트(Sept E?toiles Set), 행운을 상징하는 네 잎 클로버가 주제인 트레플 클립,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무당벌레 형태의 코치넬 미스테리 세팅 브로치, 푸른 상공을 자유롭게 나는 제비 떼의 경이로운 움직임을 주얼리로 표현한 히론멜 세트, 중국인들에게 행운의 상징인 판창 매듭 목걸이와 박쥐가 삽입된 비앙푸 링...... 메종 반클리프 아펠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독보적인 기술적 노하우를 통해 각각의 작품 속에서 스톤을 가장 아름답게 빛나게 하며, 특유의 시적인 감성과 행운의 가치를 주얼리로 표현해 냈다.
놀라운 것은 이 아름다운 대작들이 거의 대부분 판매되었다는 점이다. 반클리프 아펠은 구매한 고객들에게 제품을 전달하기 앞서 이번 전시회를 통해 오뜨 꾸뛰르 패션위크를 위해 전 세계에서 파리로 모여든 고객들과 기자들에게 이 경이로운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반클리프 아펠 행사장에서 나와 에펠탑 옆의 샤넬 프레젠테이션 장소로 향했다.
반클리프 아펠 |
샤넬은 1932년 가브리엘 샤넬이 탄생시킨 ‘비쥬 드 디아망’ 컬렉션의 80주년을 기념하여 하이주얼리 80점을 선보이고 있다. 80년 전 탄생한 ‘비쥬 드 디아망’ 오리지널 컬렉션에 담겨있던 것과 같은 영감과 비전을 그대로 재현한 ‘1932’라는 이름의 이 특별한 컬렉션은 샤넬 하이주얼리의 독창성과 노하우 모두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샤넬은 이번 프레젠테이션을 위해 ‘께 브랑니(mus?e du quai Branly)’ 인류학 박물관을 빌려 상징과 우주의 신비함을 느낄 수 있도록 돔 형태의 플라네타리움(영상투영실)을 만들고 별자리와 혜성이 지나가는 밤하늘 영상 아래서 별처럼 반짝이는 주얼리 컬렉션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샤넬 홍보부 직원의 안내를 받고 암흑처럼 어두운 공간을 지나 별이 가득한 공간에 도착했다. 돔에는 우주의 수많은 별이 반짝였고 혜성이 그 사이를 지나갔다. 갑자기 우주 아래의 벽에 80점의 샤넬 주얼리가 그 자태를 드러냈다. 원형의 방은 아직 어두웠지만 주얼리는 공간 위에 둥둥 떠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며 찬사를 받을 준비가 되어있었다.
전시된 80점의 주얼리는 마드모아젤 샤넬의 상상력을 수놓았던 모티브인 행성, 별, 태양, 술장식, 분수, 리본, 깃털 등의 상징들로부터 그 영감을 얻어 제작되었다. 특히 샤넬 하이주얼리의 두 대표적 상징인 행성과 별은 이번 컬렉션에서 완벽히 재해석되었다. 오리지널 ‘꼬메뜨’ 넥클리스를 재해석한 ‘에뚜왈 필란뜨(Etoile filante)’는 마드모아젤 샤넬이 주얼리 착용을 통해 보여주기를 원했던 그 모든 자유로움을 한껏 표현한다. 소트와르 넥클리스인 ‘에뚜알 필란뜨‘는 바게트컷 다이아몬드 체인의 물결로 이루어져 있으며, 어깨 혹은 가슴 중 원하는 곳에 위치시킬 수 있는 큼직한 다이아몬드 스타로 이를 고정시킨다. 다이아몬드 스타 역시 자유롭게 별도 분리하여 브로치로 착용할 수 있다. 슈팅스타(shooting star)에서 영감을 얻은 주얼리도 여러 점이다. 브레이슬릿, 링, 워치, 이어링은 물론, 샤넬 주얼리 역사 상 처음으로 다이아몬드 스타들이 세팅된 머리장식용 주얼리 또한 선보였다.
부쉐롱 |
화이트 다이아몬드의 빛나는 광채와 단면 처리된 블랙 다이아몬드 비즈의 깊은 빛을 한데 결합한 ‘뉘이 드 디아망(Nuit de Diamants)’ 넥클리스는 마치 다이아몬드의 검은 밤 너머로 쏟아지는 별무리와 같다. 다이아몬드 스타와 브릴리언트컷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동심원 상의 링들이 물결처럼 네트워크를 이루며 눈부신 79캐럿 호주산 바로크 양식진주 주변을 맴도는 ‘셀레스떼(Celeste)’ 컬렉션은 천체 시스템에서 작동 하는 메커니즘을 상기시킨다. 오바진(Aubazine) 수녀원의 자갈길에 놓인 단순한 별 모양을 바탕으로 초승달과 별을 형상화한 ‘코스모(Cosmos)’ 넥클리스는 샤넬은 다양한 보석 커팅을 함께 결합한 놀라운 주
얼리다.
마드모아젤 샤넬의 1932년 컬렉션의 한 부분이었던 태양은 큼직한 화이트 및 옐로우 다이아몬드 태양으로 여러 줄의 다이아몬드 체인이 고정되어 있는 소트와르 넥클리스를 통해 이번에 그 웅장한 모습 전체를 드러냈다. 마드모아젤 샤넬의 ‘비쥬 드 디아망’ 컬렉션에 포함되었던 테마인 ‘프랑쥬(Franges)’와 ‘퐁테인(Fontaine)’ 역시 1930년대 스타일을 다시금 되살리며 새롭게 재해석되었다.
샤넬 |
나비매듭과 리본이라는 가볍고 섬세한 두 테마는 다이아몬드로 전체가 세팅된 여성스러운 라인의 새로운 주얼리 세트에 영감이 되었다. 매우 ‘꾸뛰르’적인 이 주얼리들은 때로 블랙과 화이트 다이아몬드를 결합시켜 샤넬 컬러의 대비미를 완성시킨다.
이번 컬렉션에는 마드모아젤 샤넬이 가장 좋아했던 동물이자 위대한 보호자를 상징하는 사자가 새로운 테
마로 추가되었다. 첫 번째 롱 넥클리스에는 눈길을 사로잡는 32캐럿 옐로우 다이아몬드 행성 위에 루틸쿼츠로 된 사자의 형상이 세팅되어 있으며, 다른 하나에는 락크리스털로 만들어진 사자의 형상이 역시 다이아몬드 행성 위에 놓여있다. 락 크리스털, 루틸쿼츠, 다이아몬드를 사용한 브로치, 브레이슬릿, 워치, 링 모두를 통해 사자라는 새로운 상징이 확실한 테마로 자리잡았다. 옐로우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루틸 사자반지를 착용해 보았다. 두 손가락을 커버하는 이 장엄한 반지는 묵직했지만 손가락에 착 달라붙어 전혀 불편함을 느낄 수 없었다.
샤넬 행사장에서 나와 방돔 광장으로 향했다. 이 두 메종을 제외한 다른 브랜드들은 방돔 광장의 매장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했기 때문이다. 부쉐론 매장에 도착해 이미 미팅 약속이 잡혀 있는 한국 홍보부 직원과 함께 프레젠테이션이 열리는 3층으로 올라갔다.
부쉐론은 지난 150년 동안 제작했던 브랜드의 대표 작품들을 ‘장인의 꿈’이라는 주제 하에 재해석했다. 50캐럿의 핑크색 모거나이트가 중앙에 달린 모자이크 형식의 부드러운 목걸이 ‘데리라’, 무지개빛이 도는 오팔과 투명한 록 크리스탈을 사용해 물음표 모양의 오픈된 형태의 뱀 목걸이 등은 메종이 계속해서 사용하고 있는 주제의 재해석들이다. 신제품들 또한 브랜드의 과감한 창작력을 맘껏 과시했다. 제작 시간만 3000시간이 걸렸다는 ‘페흘르 오 트레졸’ 볼은 장인정신의 극치다. 구형의 오브제가 세 피스로 분해되어 뱅글과 헤어핀, 브로치, 네클리스로 변화하는 마술같은 이 주얼리는 구의 표면에 삽입된 오팔과 크리스탈, 다이아몬드의 아름다움이 가미된 일석 사조의 하이 주얼리다. 투명한 투어멀린과 컬러스톤으로 하늘하늘한 나비의 날개가 붙어있는 것 같이 제작된 ‘부케 드 엘 목걸이’와 브로치나 연마하지 않은 러프 다이아몬드 위를 다이아몬드가 가득 박힌 담쟁이 이파리로 장식한 목걸이는 부쉐론 장인정신이 그대로 녹아있는 작품이다. ‘나튜르 드 크리스탈 컬렉션’은 오벌 형태의 캐보션으로 연마된 록 크리스탈 안에 마치 마술사의 수정구슬 안을 들여다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보석 세계가 들어가 있다. 부쉐론의 이번 신제품들은 소비자들의 숨을 멈추게 하는 예술품임에 틀림없다.
스타 디자이너 로렌스 보이머도 이번 기회에 새로운 제품들을 선보였다. 철새들의 이동에서 영감을 얻은 앙볼 컬렉션, 일본의 정원을 연상시키는 쟈르당 쟈포네 팔찌와 귀걸이, 가벼운 타이타늄에 여러 색을 입혀 제작한 팔찌와 귀걸이, 그리고 향수를 넣을 수 있는 풍뎅이 브로치 시리즈다. 화려한 보석과 락커로 장식된 손바닥 반 만한 풍뎅이들의 중앙의 다이아몬드 버튼을 누르면 보석박힌 날개가 양쪽으로 열리면서 아래 숨겨진 작은 구멍이 난 향수통이 나온다.
이 브로치를 착용하는 사람은 몸에 직접 향수를 뿌리지 않더라도 하루 종일 풍뎅이의 향기나는 사랑을 받을 수 있다. 로렌스 보이머는 금년 말 쇼룸을 정리하고 방돔 광장에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다.
로렌스 보이머 |
파리 고급 의상 조합(Chambre de Syndicale de la Couture Parisienne)에 정식 회원으로 가입해 있어서 파리 오뜨 꾸뛰르 패션쇼 기간에 정식 멤버로 프레젠테이션 할 수 있는 회사는 디올, 반클리프 아펠, 부쉐론, 샤넬, 쇼메, 그리고 멜레리오 디 멜레의 여섯 브랜드지만 이들 이외에도 쇼메, 카르티에, 주얼 메르, 부첼라티, 피아제, 드비어스 등이 기회를 빌어 자신들의 하이 주얼리를 선보였다.
7월 3일 방돔 광장에 매장을 오픈한 루이 비통도 하이 주얼리 기간을 이용해 자신들의 하이 주얼리를 전 세계 고객들에게 선보였다.
프랑스 메종들의 하이 주얼리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는 아직 남아있다. 금년 9월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리는 앤틱 비엔날레에는 이번 하이 주얼리 프레젠테이션에 참여한 샤넬, 반클리프 아펠, 부쉐롱, 쇼메, 디올 이외에도 불가리, 까르띠에, 해리 윈스턴, 피아제, 그리고 최초로 중국 브랜드 월레스 이 참가해 전 세계의 럭셔리 고객들의 눈을 다시 한 번 휘둥그래지게 할 것이다.
/ 글: 김성희 본지 객원기자
주얼리 디자이너
이태리 스텔라-비 대표
출처 : 귀금속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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