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문혁이가 다리가 나아지면서 그동안 하지 못했던 체육활동에 온통 몸을 불사른다.
학교가 마치면 곧바로 체육관으로 직행하느라 지속적으로 해 왔던 책읽기를 못하게 되었다. 그런지가 한 달이 넘었다.
나는 우선 몸이 편해졌다.
매일 수업이 끝나면 그때부터 다시 2시간가량 책을 읽어주려면 목이 따끔거리고 아프다.
눈도 침침해서 글자도 가물거리고.
그런데 그걸 매일 안 하게 되니까 홀가분하고 날아갈 것 같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문혁이가 겨우 책 읽는 재미를 느낄 때쯤에 그만 두게 되어서.
그 점에 대해서 가정통신 알림장에 적었더니 문혁엄마가 곧바로 답장을 보내왔다.
선생님께는 죄송한 일이지만 체육관시간은 조정해서 보낼 수 있으니 다시 책읽기를 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지난 주말에는 문혁이와 나의 월동준비를 끝냈다.
이마트 자연주의에 가서 연보라색 극세사 차렵이불 한 채를 샀다.
온수 줄줄이 매트도 샀다.
수업이 마치면 바닥에 앉아 문혁이는 만들기를 하고, 나는 이불 속에 발을 넣고 책을 읽어주려고.
오늘부터 책읽기가 다시 시작 되었다.
아이가 책읽기에 빠져든다. 우드블록도 소리 나지 않게 사알사알~
기침도 입을 틀어막고 한다.
수업을 마친 옆 반 선생님께서 교실로 들어오시더니 그 풍경을 보고 입이 헤벌쭉 벌어지신다. 반달 같은 눈에 미소가 가득하다.
엉덩이를 비집고 이불 속으로 들어오시더니 괜히 문혁이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치대신다.
오후의 햇살이 가득한 도움 2실, 가을풍경이 창 밖에 걸려 있다.